인간과 곰, 함께 곤경에 빠져버리다[책과 삶]

에이트 베어스
글로리아 디키 지음 | 방수연 옮김
알레 | 436쪽 | 2만2000원
현재 곰과 인간이 처한 상황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모두 함께 곤경에 빠져 있다’보다 정확한 건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은 <에이트 베어스>의 프롤로그 제목이다.
지금 전 세계에는 단 8종의 곰만 있다. 대왕판다, 안경곰, 반달가슴곰, 태양곰, 느림보곰, 미국흑곰, 불곰, 그리고 북극곰이다. 이 8종의 곰들은 모두 다른 습성을 갖고 있으며,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 어떤 곰은 이상할 정도로 사랑받고(대왕판다), 어떤 곰은 착취당하며(반달가슴곰), 어떤 곰은 공포의 대상(느림보곰, 미국흑곰, 불곰)이다.
로이터통신 세계 기후환경 분야 특파원인 글로리아 디키는 <에이트 베어스>에서 곰과 인간의 관계를 피해자(곰)와 가해자(인간)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문제의 ‘복잡함’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곰은 인도의 느림보곰인 것 같다. 느림보곰은 매우 사납다. 인도에는 그냥 길을 걷다 느림보곰에 공격을 받아 죽거나, 신체 일부가 함몰되는 끔찍한 피해를 본 이가 많다. 느림보곰은 식인 동물이 아니고, 선호하는 먹이는 개미나 과일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느림보곰은 인도 내 다른 포식자인 호랑이, 표범과 맞서 싸워가며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불곰, 북극곰과는 다르다. 새끼를 유독 아끼는 느림보곰은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절대 호랑이 근처에선 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호랑이 서식지를 우선 확보하자 느림보곰은 호랑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인간이 사는 곳으로 점점 밀려났다. 인간과의 충돌은 애초에 불가피했다. 책에는 느림보곰의 공격에 지친 주민들이 분노해 느림보곰의 새끼를 납치해 가둬놓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줄 때까지 풀어주지 않겠다’고 시위한 사례도 나온다.
판다같이 귀여운 곰을 보호하자고 설득하기는 쉽다. 하지만 자연은 때로 사납고 포악하다. 인간은 스스로도 ‘자연의 일부’로서, 두려운 것과도 공존해야만 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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