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전자만 넘으면"…삼성디스플레이, '현금 보상'으로 삼성전자 넘본다

삼성디스플레이 기흥 신사옥 전경/사진 제공=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한 '장기 성과연동 보상(PSU)' 체계를 구체화했다.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정산하는 구조가 적용되면서 주가 상승기에는 실질 보상 측면에서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삼성디스플레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삼성전자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금결제형 주식기준보상'을 도입하고 관련 부채 약 145억원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동안 사내 공지 수준에 머물렀던 장기 성과보상 제도가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되며 본격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기준주가 11만9900원…'12만 전자'에 건 보상 구조

보상 구조의 핵심은 기준주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주가 '11만9900원'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향후 지급 시점 주가가 이를 상회할 경우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가상주식' 방식을 채택했다.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 주식을 직접 지급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전자가 도입한 성과연동주식(PSU) 제도와 큰 틀에서 유사하다.삼성전자는 기준주가 대비 상승률에 따라 지급 주식 수를 차등화한다. 상승률이 40~60% 구간일 경우 1배, 100% 이상일 경우 최대 2배까지 지급 규모가 확대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에 자체 실적 조건을 추가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에 따른 기본 보상 구조 위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달성률을 반영해 최종 지급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기준은 2023~2025년 평균인 약 4조4700억 원으로 설정됐다. 실제 보상은 2026~2028년 3년 평균 영업이익이 이 기준 대비 어느 수준을 달성했는지에 따라 비례 지급된다. 기준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 조건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주식' vs 삼성디스플레이는 '현금'…보상 구조 차이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같은 주가 상승률에도 양사 간 보상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기준 대비 50% 상승할 경우 삼성전자 CL 3~4 직급 직원은 약정된 300주를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동일 조건에서도 실적 달성률이 반영돼 보상이 줄어들 수 있으며 달성률이 80%일 경우 약 240주 상당 금액으로 축소된다.

다만 최근 주가 흐름과 지급 시점을 고려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18만원대를 넘어 기준주가(11만9900원) 대비 5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20만원 안팎의 목표주가가 제시되고 있고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30만 원 이상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보상이 2029년 이후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가 상승 흐름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구조 변화에 힘입어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보상 방식 차이에 따른 체감 격차도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식을 지급받는 구조로 이후 주가 변동에 따라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급 시점 주가를 기준으로 현금이 확정된다.

주가 상승 구간에서 보상이 확정될 경우 이후 주가가 조정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보상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조 유동성 확보…보상 재원·실적도 뒷받침

재원 측면에선 선제적 대응이 이뤄진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빌려준 대여금 약 1조9900억원을 회수하고 단기금융상품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향후 늘어날 보상 지급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실적 흐름도 안정적이다. 이청 사장 체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는 동시에 베트남 법인이 8779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도 법인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지역별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노사 관계 역시 대비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4일 노동조합과 '2026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 6.2%를 비롯해 장기근속 휴가 신설, 주택 대부 도입, 약 400만원 수준의 복지성 보상 등이 포함됐고 조합원 투표에서도 80%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상 체계 개편을 둘러싼 긴장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계열사 간 노사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장소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