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 여러 요소가 복합된 장르 중 이 장르만큼이나 심플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장르는 드물 것이다. 점프와 달리기, 슈팅이라는 비디오 게임의 극초기 시절부터 이어진 직관적인 조작으로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만들어내는 그 매력은 20세기를 넘어 21세기가 거의 4분의 1 지난 현 시점에서도 쭉 이어졌다.
물론 한때 메이저였던 이 장르는 어느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려한 풀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여타 장르에 다소 묻히는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직관적인 재미는 여러 게이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이 장르를 연 시리즈들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줄곧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시일이 지나 여러 레트로 요소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설계를 더하면서 자신만의 길로 파생하는 여러 후발주자들의 시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13일) 출시한 '메탈슈츠: 카운터어택'도 그 고전적인 재미를 자신만의 템포로 화끈하게 담아낸 작품 중 하나다.
장르명: 플랫포머 슈팅 액션
출시일: 2025. 2. 13
리뷰판: 1.00.2 버전개발사: 에그타르트
서비스: 에그타르트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거리낌 없는 슈팅에 약간의 장전 타이밍으로 완성
굳이 그런 썰을 푸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탈슈츠의 이야기도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한 전쟁 영웅 케빈이 사악한 음모를 꾸미면서 여러 연구 자료를 강탈하고 사람들을 막 죽이고 다니던 골리다라는 외계 종족에 맞서서 싸운다는 얘기다. 그 이야기의 시작도 지극히 단순하다. 그들이 우주선을 폭격해서 애견 앤디를 죽였다, 이게 전부다.
메탈슈츠가 그만한 족적을 남길지는 아직 판단하기엔 시기상조겠지만, 적어도 그 특유의 템포와 많이 닮은 모습이다. 좀 갑갑하니 그냥 까놓고 얘기하자면,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무한 탄창을 써대진 않는다. 탄이 빌 때쯤이면 주변에 있는 총기를 줍거나, 적을 CQC로 제압해놓고 총기를 빼앗아서 사용한다. 줄창 총만 쏴대면서 빠르게 슥슥 지나가는 액션이 아니라, 일종의 완급 조절 그리고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쨌거나 비교적 현실적이라고 납득이 가는 그런 무언가를 배치해서 자신만의 액션 템포를 완성한 셈이다.
메탈슈츠의 전반적인 플레이 템포도 그런 느낌이다. 사이보그로 개조했다지만 평소의 케빈은 마계촌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아서 같다. 즉 한 대만 맞아도 여지 없이 픽 쓰러진다. 이 때문에 업계 최고의 전설과 빗댄 게 다소 무례해보이겠지만, 수트를 장비한 케빈은 다르다. 록맨에서 스테이지 하나둘씩 클리어해서 이런저런 무기 얻었을 때 든든해지는 그런 걸 생각하면 쉽겠다. 중간중간 각종 수트를 지급받은 케빈은 골때리게 기습하는 골리다의 전투원들도 문제 없이 슥삭한다. 사실 벽타기 점프 같은 걸 원활히 하는 신체능력을 보건대 원래 스펙을 고스란히 구현했다면 적들을 연필 한 자루만으로 다 꿰뚫어버릴 기세인데, 이 부분은 게임적 허용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무기를 얻고, 마치 메탈슬러그 폭탄처럼 뻥뻥 필살기까지 터뜨리며 쾌조의 진격을 하는 것도 잠시다. 아마 좀 플레이하다 보면 유저들은 진작에 눈치를 챌 거다. 케빈이 수트를 얻고 난 뒤에는 무기를 뻥뻥 쓰거나 이동하는 만큼, 무기의 게이지 즉 HP까지도 같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통상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터는 체력과 무기의 게이지가 공유되지 않는데, '메탈슈츠'는 그걸 엮어버리는 선택을 했다. 이렇게 말만 들으면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그 사소함이 주는 차이는 상당했다.
그간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에서는 끊임없이 총탄으로, 혹은 돈이나 크레딧이 허락하는 한 물량 공세로 밀어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렇지만 '메탈슈츠'는 여기에 다소 제약을 두는 식으로 자신만의 색다른 템포를 구현했다. 어찌 됐던 그 스테이지 체크포인트를 활용하는 건 생명력 아이템을 그 스테이지 안에서 별도로 얻지 않는 한 딱 세 번까지만 주어지고, 그 안에서 뭐가 됐든 승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수트는 각양각색의 무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의 파상공세를 막아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적의 공격을 막으면 에너지가 빨리 달아서 몇 번 공격 못하고 수트가 해제된다. 즉 최대한 피하면서 적을 공략하지만, 그걸로 못 끝냈을 때 후속 조치까지 생각해서 패턴을 신중하게 파악하는 능력까지 요구되는 셈이다.
극한 상황에 연필 한 자루 주는 꼴인 무기 밸런스
'메탈슈츠'는 그 문법만 놓고 보면 나무랄 곳이 없다. 마법소녀로 변해서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는 드롭킥에 직사 그리고 사방으로 난사하는 마법 유탄을 발사하기도 하고, 선물을 가장한 곰돌이 폭탄을 마구잡이로 던져대거나 내 노래를 들으라면서 일렉트릭 기타로 적을 감전시키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갖가지 무기 중 하나가 달린 수트를 매번 랜덤하게 지급받으면서 앞길을 가로막는 외눈박이 외계인들을 싹 쓸어버리는 호쾌한 손맛이 '메탈슈츠'의 강점이다. 특히 패드를 연결하면 외계인을 쓸어버릴 때마다 화끈하게 진동이 오니, 고전의 풍미를 배가하는 16bit 스타일부터 하드락, 메탈 사운드와 어우러지면서 그 손맛이 배가 된다.
그나마 자비롭게도 보스전이 있는 구간 바로 앞에서 시작하긴 하지만, 보스전에 들어서면서 각종 수트의 유니크한 컨셉의 맹점이 조금씩 드러난다. 보스에 따라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기와, 피해를 입히기 지극히 까다로운 무기가 확고히 나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어 밤은 일정 시간 뒤에 터지는 곰돌이 폭탄을 곡사로 쏘는 수트인데, 위에서 농성하는 적을 공략하기엔 좋았다. 그러나 탄속이 빠른 편도 아니고 곡사로 나가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부분의 보스들에겐 맞지를 않는다. 잠깐 멈추는 타이밍을 예측해서 쏴야만 그나마 피해를 줄 수 있다.
그게 이론상으로 완벽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메탈슈츠는 종종 불합리하게 보이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일부 보스의 패턴은 눈에 보이기 전에 그 범위에 있는 것만으로 바로 피격되는 선판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차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뭐에 당했나 모르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트를 입었다면 게이지가 깎이는 걸로 끝나지만, 그게 아니면 바로 라이프가 하나씩 차감되는 꼴 아닌가.
다르게 생각하면 매번 랜덤하게 돌파하는 로그라이크의 장점과 진행 상황이 저장되는 고전적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의 강점이 혼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그라이크는 매번 랜덤하게 얻는 요소들을 어떻게든 성장시켜서 랜덤 변수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처하게끔 유도하는데, '메탈슈츠'는 그렇지는 않았다. 종종 히든 스테이지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수집해서 필살기 게이지를 비롯해 여러 유용한 아이템을 확보하지만, 그게 어느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랜덤하게 변하는 템포가 타 게임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다. 수트를 갈아입을 때마다 플레이 경험이 바뀌는데, 그에 맞춰서 매번 다르게 플레이할 준비가 되어야만 했다.
그 자체로 보면 게임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몇몇 무기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 대비 리턴이 굉장히 적어서 고른 퀄리티가 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것처럼 몇몇 비합리적인 패턴까지 엉키다 보면, '매운맛'에 과하게 투자한 나머지 다른 맛과의 균형이 좀 틀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부분을 아예 극대화해서 수트가 적 공격 한 방에 벗겨지는 지옥 난이도까지 있으니, 정말로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그 매운맛에 도전해보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를 만끽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고전적이고 직관적인, 그래서 보장된 재미
'메탈슈츠'는 어찌 보면 그 궤적을 충실히 따라가는,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을 살짝 변주해낸 새로운 클래식이라 볼 수 있겠다. 시작하자마자 굉장히 직관적인 스토리에 척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게임 구조까지,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고전적 문법에 충실하다. 여기에 수트의 탄 게이지와 HP를 연결하고 수트가 없을 때는 일정 시간만 버티면 랜덤한 수트를 지급한다는 룰을 추가한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탄을 다 쓴 뒤 재장전까지 어떻게든 농성하고, 이전까지와는 색다른 수단으로 다시 도전한다는 특유의 템포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약간의 변주만으로 공격과 생존 강구의 템포가 확고히 구분된, 자신만의 특성을 확고히 보여준 셈이다.
물론 그 과정이 100%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그때그때 랜덤하게 주어진 무기로 쓸어버린다는 호쾌한 컨셉을 살리기엔 밸런스가 썩 맞지 않았고, 한 대도 안 맞고 버티기엔 일부 불합리한 패턴들이 눈에 밟히긴 한다. 손에 익지 않으면 매번 도전할 때마다 너무도 뻔한 대사들을 줄창 듣게 될 텐데, 그것도 거슬릴 여지가 있다. 그렇게 말할 시간에 몇 번 더 쐈다면 저 얄미운 보스를 확정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최근 복잡한 일에 치였다거나 혹은 컨트롤러를 잡는 감각을 다시 살려야 할 일이 있다면, 메탈슈츠는 하나의 대안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원한 복수극에 걸맞는 직관적인 슈팅에 강렬한 사운드, 공격과 회피의 템포가 명확하고 차근차근 공략하는 맛이 있는 구성, 진동의 손맛에 수집품을 반복 도전해서 올콜렉하도록 지원하는 센스까지 기본기는 확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