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BMW M3가 한국 시장에 1억3,58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왔다. M 배지를 단 스포츠 세단의 최신작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다른 숫자 하나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6세대 M3, 독일 스포츠 세단의 계보
BMW M3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 세단이다. E30에서 시작해 E36, E46, E90, F80, G80을 거쳐 이번 6세대까지 이어지며 고성능 세단의 기준을 써온 차다. 뉘르부르크링을 수백 랩 돌며 검증받은 섀시 세팅, M 엔지니어링의 결정체라 불리는 파워트레인이 그 기반이다.
신형 6세대 M3에는 S58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 530마력, 최대 토크 66.3kgf·m. 0-100km/h 가속 3.5초. 숫자만 보면 1억3,580만원이라는 기본가가 터무니없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M3라는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숫자 옆에 다른 숫자를 놓아봤더니 달라진다.
아이오닉6 N, 7,990만원에 650마력
현대자동차가 N 브랜드를 앞세워 내놓은 고성능 전기 세단이 아이오닉6 N이다. 출시 당시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이 줄줄이 주목했고, 뉘르부르크링 전기 세단 랩 타임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았던 차다.
아이오닉6 N의 스펙이다. 듀얼 모터 전동화 파워트레인에서 뽑아내는 최고 출력 650마력. BMW M3 신형보다 120마력이 많다. 0-100km/h 가속은 3.4초. M3 신형보다 0.1초 빠르다. 공식 판매 가격은 7,990만원이다. M3 신형 기본가와 비교하면 5,590만원이 차이 난다.

스펙 하나하나가 M3 신형을 앞서고 있는데, 가격은 5천5백만원 이상 더 싸다. 이 숫자가 눈에 들어오면 멈추게 된다.
5,590만원의 무게를 따져보면
5,590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준중형 신차 한 대를 추가로 살 수 있는 돈이다. 아니면 아이오닉6 N을 구매하고도 남은 돈을 금융 상품에 넣어두면 연간 200만원 이상의 이자 수익이 생기는 금액이기도 하다.
BMW M3 신형을 선택하면 1억3,580만원을 쓰고 530마력을 얻는다. 아이오닉6 N을 선택하면 7,990만원으로 650마력을 얻고 5,590만원이 손에 남는다. 산술적으로 보면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계산이 간단하다.

가성비만으로 스포츠 세단을 고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숫자가 이렇게 벌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리기 감각, 전기차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
M3 진영의 반론이 나온다. 내연기관의 감성은 전기차가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회전에서 터져 나오는 엔진 사운드, 후륜 구동의 오버스티어, 기어를 내릴 때의 박진감. 이것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다.
아이오닉6 N도 할 말이 있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가 있고, 서킷 모드가 있고, 전기모터 특유의 0ms 응답 토크가 있다. 신호가 바뀌는 순간 3.4초 안에 100km/h를 넘기는 경험은 M3 오너들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트랙 퍼포먼스에서는 M3가 여전히 레퍼런스다. 그러나 일상 도심에서의 가속 체감이라면 아이오닉6 N이 더 강렬하다는 평가가 많다. 플랫 토크 그래프가 가속 패턴 자체를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지비: 5년 뒤 격차가 더 벌어진다
M3 신형은 고성능 가솔린 엔진 특성상 연비가 낮다. 고성능 주행 환경에서는 실연비가 더욱 낮아진다. 한 달 3,000km 주행 시 유류비만 수십만원 단위가 나온다.
아이오닉6 N은 전기차다. 자택 완속 충전 기준으로 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전기요금이 압도적으로 낮다. 한 달 유지비 차이만 수십만원에 달할 수 있고, 5년을 타면 유지비에서만 상당한 금액이 차이 난다.

구매가 5,590만원 차이에 유지비 격차까지 더하면 실질 총 소유 비용의 간극은 단순 구매가보다 훨씬 커진다. 이 부분을 계산에 넣으면 M3 신형을 선택하는 이유가 점점 좁아진다.
BMW M3라는 세 글자의 값어치
BMW M3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다. 이름 자체가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차다. 발렛 파킹할 때, 지하주차장에서 옆자리 차를 볼 때, M3가 주는 존재감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브랜드 자산이다.
그러나 아이오닉6 N이 가져온 숫자를 외면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120마력 더 강하고, 0.1초 더 빠르고, 5,590만원이 남는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M3의 이름이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1억3,580만원에서 무엇을 사는 건가. 530마력인가, 아니면 BMW M3라는 세 글자인가. 이 가격표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솔직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