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빚 갚나" 코스맥스 형제 부회장, 부채비율이 승계 시험대

(왼쪽부터)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의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와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가 2026 임원 인사에서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 제공=코스맥스그룹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 1위 코스맥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도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차입금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한 오너 2세 형제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급격히 높아진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승계 구도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장의 역설’…CAPEX 확대에 부채비율 300% 돌파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14% 증가했다. K-뷰티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 경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 재무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코스맥스의 총 차입금은 2023년 말 597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8284억원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23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05%까지 치솟았다. 이는 국내 주요 뷰티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제조업에서 통상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20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차입금 급증의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있다. 코스맥스는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생산기지 확충과 국내 연구·제조 인프라 강화에 집중하며 지난해 유형·무형자산 취득에만 14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여기에 4분기에도 판교 소재 토지 및 건물 매입에 1175억원을 추가로 집행하면서 지난해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은 2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투자 속도가 현금 창출력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17억원으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60억원으로 지난해 초 대비 503억원 감소했다. 이자 부담과 투자 지출이 동시에 늘어나며 현금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형제 경영 2라운드…재무 위기 돌파 능력이 승계 분수령

재무 부담은 경영권 승계를 앞둔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 부회장과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부회장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두 형제가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포스트 이경수’ 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적 못지않게 재무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상 두 형제의 영향력은 팽팽하다.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각각 약 20% 안팎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 있다. 결국 승계의 향방은 모친인 서성석 회장이 보유한 21.62% 지분, 즉 ‘캐스팅보트’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투자의 결실을 먼저 회수하고 재무 구조 정상화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인물이 서 회장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 형제가 맡은 역할이 다른 만큼 위기 돌파 전략도 엇갈릴 전망이다. 사업회사 코스맥스를 이끄는 장남 이병만 부회장은 본업인 화장품 ODM 사업을 통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성을 높여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이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해 재무 구조 개선의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책임지는 차남 이병주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자금 관리와 신사업 전략을 동시에 평가받게 된다. 신규 비즈니스 발굴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인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 전략을 통해 그룹 전반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다. 특히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미국 법인의 정상화와 지주사 차원의 재무 관리 기준 정립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이병만 부회장은 K-뷰티를 가성비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병주 부회장은 맞춤형 화장품과 스마트팩토리 등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장 증설과 설비 고도화가 불가피해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부터 점진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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