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비라는 표현보다는 폭우라는 표현이 맞을 텐데요. 이로 인해 주말 동안 열린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프리퍼드 라이'라는 규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많은 강수로 인해 골프장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프리퍼드 라이의 의미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는 골프에서 특정 상황에 적용되는 '로컬 룰 (Local Rule)'입니다. 로컬 룰이기 때문에 '골프 규칙' 책자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기 위원회나 골프장 쪽에서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으면, 실제 플레이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칙입니다. 즉, 이 로컬 룰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골퍼가 임의대로 활용할 수 있는 규칙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규칙은 주로 코스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플레이어들에게 더 나은 라이(볼의 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룰인데, 프리퍼드 라이는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적용됩니다:
- 비가 많이 와서 페어웨이가 젖었을 때
- 겨울철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을 때
- 코스 관리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지 않을 때
2번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윈터룰'이라는 표현으로 이 규칙이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프리퍼드 라이와 윈터 룰은 사실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프리퍼드 라이는 주로 일시적으로 생기는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에 쓰이는 의미라면, 윈터 룰은 겨울'이라는 특정 '기간'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로컬 룰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프리퍼드 라이는 적용되는 홀이 '지정'되기도 한다
'프리퍼드 라이'라는 표현은 주로 대회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규정인데요.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특정 홀에서만 적용되도록 미리 공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1라운드에서 적용되었다고 해서, 그 대회 동안 계속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디아 고 선수의 '7 벌타' 사건입니다. 작년 열린 LPGA 다나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착각해 7 벌타를 받은 일입니다.
대회 중 폭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대회조직위원회는 마지막 날 1번 홀과 10번 홀에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리디아 고 선수는 코스 전체에 이 규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해 다른 3개의 홀에서도 볼을 옮겨 놓고 친 것이죠. 결국 이로 인해 7타의 벌타를 받았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고지가 이루어졌을 텐데, 세계적인 선수도 이러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면, 이 로컬 룰의 적용 자체가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볼은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는 골프의 기본 정신과의 충돌 이슈
프리퍼드 라이는 비정상적인 코스 조건에서 플레이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로컬 규칙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선수들의 공정한 플레이를 보장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볼이 떨어진 위치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니, 이를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취지를 가진 규칙입니다.
규칙 적용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입니다. 먼저 볼의 위치를 표시한 다음 페널티 없이 볼을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이때 볼을 닦는 것이 허용됩니다.
그런 다음 볼을 원래 있던 기준점에서 지정된 범위 내에서 홀에 가깝지 않은 지점에 놓아야 하는데요. 보통 이럴 경우 '한 클럽 길이'를 기준으로 드롭을 하게 되는데, 대회에 따라서 '6인치'라는 거리로 제한하거나, '스코어카드 길이'로 명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렇게 볼을 내려놓게 되면 다시 집어서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한 번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죠. 더 좋은 위치를 찾아서 여러 번 시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로컬룰은 골프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원칙 하나와 충돌이 됩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 (Play the ball as it lies)"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죠.
게다가 이 규칙에는 '남용'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공식적으로 볼을 옮겨서 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인데, 일부 골퍼들은 이러한 규정을 악용해서 골프볼이 놓여 있는 라이를 개선하는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된 대회에서 타수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죠.
골프는 골퍼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연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골프볼을 옮기고 칠 수 있다는 이 규칙을 한 번쯤 숙지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는 한 조의 동반자들과 이러한 로컬 룰을 한 번 적용해서 플레이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를 개선하기 위해 이를 악용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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