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왜 매일 달걀을 낳을까?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동물 세계에서 '알의 진화'는 어떻게?
어류·파충류는 낳기만 하고 방치 육아
조류·포유류는 적게 낳고 열혈 육아
산업생태계의 알은 '창업 아이디어'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어떻게 높일까

알을 낳는 동물의 비밀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있다. 한 가지는 당연히 개체의 유지와 성장이고, 또 한 가지는 자신의 유전자를 닮은 후세대를 확산하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개체의 유지와 성장보다는 오히려 후세대를 확산하려고 하는 목적으로 진화 역시 이루어진 것이 자연계의 현상이다. 그리고 무엇을 후대로 남기려는가에 따라 '이기적 유전자'나 '이타적 유전자' 개념들이 나왔다.

동물 세계에서 유전자를 남기다는 목적에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알(난: 卵)'이다. 알은 동물이 자신의 개체에서 떨어져 나온, 온전한 생명체다. 동물은 알을 통해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알의 모양은 하나의 형태로 못박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알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보면,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 환경을 극복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생존 환경이 아닌 진화 환경 말이다.

알의 비밀은 우리가 매일 먹는 계란 속에도 숨어 있다. 매일 알을 낳는 닭의 생리는 조류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생리다. 어쩌면 인간이 닭을 가축화하면서 생겨난 생리일지 모른다. 닭이 계란을 매일 낳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역사가 아닌 셈이다.

동물이 알을 낳는 네 가지 행태

알의 진화를 연구할 때 눈길 끄는 점은 어떤 방식으로 수정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수정방식에 관한 것이다.

동물의 수정 과정은 3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는 수중(水中) 수정, 둘째는 공기중에 오픈된 수정, 셋째는 체내 수정이다.

이 세 가지에 따라서 알의 형태도 달라진다. 환경 조건에 따라 알의 형태가 결정되고, 결정된 형태에 따라 알의 부화, 양육 과정도 결정된다. 즉 알의 생성과 수정, 그리고 부화 과정을 통해서 동물이 어떻게 후대 종을 이어가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먼저 처음 얘기할 동물의 알은 바로 물속의 생선 알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에서 바다로 나갔다가 긴 과정을 통해서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성어인 암컷은 강의 바닥에 알을 낳아두고, 수컷은 그 위에 정소(精巢)를 뿌리면 수정이 된다. 연어는 평균 2000개 이상의 알을 낳아둔다.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소가 알을 찾아가면서 수정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환경조건은 바로 물이다. 물이 없으면 물고기들은 수정할 수도 없고 부화를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물도 부화가 가능한 온도여야 한다. 만일 얼어 있는 물속이라면 부화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충분히 영양분을 축적하고 알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가을철에 연어는 고향을 찾아온다. 그리고 영양분이 충분한 알을 자갈 틈 속에 낳는다. 알은 수정한 후 배아 상태로 겨울을 보내다가 따뜻한 봄에 부화를 한다.

이때 새끼 연어 치어들은 배에는 붙어 있는 난황난을 통해 영양분을 소비하며 성장한다. 난황난속 영양분을 다 소비하고 나면 새끼 치어들은 바다로 헤엄쳐 간다. 치어들이 민물에서 지내는 기간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수개월에서 1년이상 머무는 종도 있다. 연어가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새끼 연어에게 가장 안전한 수정과 부화 장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민물인 강에는 그렇게 많은 치어를 잡아먹을 만한 천적인 동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란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어미 거북

몇 년씩 정자를 보존하는 거북

둘째는 파충류가 알을 낳고 수정하고 부화하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파충류인 거북이 알을 수정하고 알을 낳는 과정도 진화의 결과다. 먼저 거북이는 한 번의 짝짓기를 통해서 몇 년을 수정할 수 있는 정자를 자신의 몸 속에 보존한다. 그리고 수정된 상태의 알을 낳아 모래에 파묻는다. 거북은 개체당 평균 1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알을 낳아 보존하는 '모래'라는 조건은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거북의 껍질이 단단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알은 건조한 땅에서는 껍질이 딱딱하고 수분이 많은 땅에서는 껍질이 부드러워진다. 바다속에서 알을 낳지 않는 것은 거북 알이 천적들의 먹이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루어진 진화이다. 적어도 거북이 육지에 알을 낳기 시작하는 때에는 분명히 육지에는 거북 알을 먹는 천적이 없었을 것이기에 땅에 올라와서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간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다로 새끼 거북이 돌아가는 과정은 오랜 진화의 한 과정인 셈이다.

셋째로는 새들이 알을 낳는 방식이다. 새들은 안전한 곳에 알을 낳는다. 번식기가 되면 그때 짝짓기를 하여 수정을 먼저하고 나무 위나 바위틈, 그리고 집단 서식지 등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알을 낳는다. 이 알은 단단한 껍질로 쌓여져 있는데,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때 새가 낳는 알은 한정적이다.

알을 낳고 부화를 한다고 해서 새끼 새들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류 중에는 닭과 메추리 등과 같이 알을 많이 낳는 종이 있고, 매, 독수리 등과 같이 적게 낳아서 기르는 종도 있다.

파충류인 거북의 경우 수백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고 새끼가 살아남아서 바다로 가기만을 기대하지만

새들은 다르다. 자신이 먹이를 날라다주며, 자립할 때까지 돌보고 양육한다. 그렇기에 양육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알을 낳고 그 이상은 낳더라도 버린다. 양육을 하면서도 생존 능력이 뛰어난 새끼만 살리고 그렇지 못한 새끼는 도태시킨다. 즉

알의 수를 줄이더라도 생존력이 높은 새끼만 살려서 결국 종의 보존과 번성이 이루어지게 진화를 한 것이다. 고등동물일수록 양육책임이 크다

넷째로는 포유류가 알을 수정하고 낳는 방식이다. 포유류는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정된 난자를 암컷의 자궁에서 일정 기간 생육을 한다. 그리고 생육하는 수도 제한적이다. 수정란을 양육하기 위해 태반을 통해서 어미의 몸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포유류 종에 따라 다른 기간으로 자궁에서 양육된다.

이 태반의 조건은 마치 물속의 조건과 같다.

모든 동물이 물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수정된 알이 물의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진화했고, 포유류도 그런 조건을 유지하면서 양육하는 것이다. 충분히 양육된 수정란을 새끼로 출신한다. 일정 정도 신체적 골격을 갖고 태어나지만 그래도 양육이 필요한 수준까지 몸 밖에서 어미가 새끼를 양육한다.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먹이를 찾고 독립생활을 할 수 있는 포유류 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고등동물일수록 양육되는 새끼의 숫자는 적다. 반대로 양육 기간도 길다.

알의 진화를 보면 분명한 특징이 보인다. 첫째는 알의 숫자가 많을수록 부모의 책임은 줄어들고 개개의 알의 생존율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화를 하면 할수록 산란하는 알의 숫자는 줄어드는 반면, 개체 알의 생존율이 높은 쪽으로 진화를 해왔다. 고등동물일수록 새끼나 알을 적게 낳는 것이다.

둘째로 알은 가장 효과적으로 수정하고 부화할 수 있도록 그 환경에 맞추어 진화를 했다는 점이다.

부화율과 생존율이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조건에 맞추어서 알의 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셋째는 진화를 하면 할수록 부모의 책임이 커지도록 진화를 했다.

그만큼 부모는 새끼의 생존을 위해서 노력해왔는데, 이들이 결국 종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보호하고 육성할수록 그만큼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육아에 혼신을 다하는 멸종위기 팔색조.

산업생태계의 알은 '창업 기업'

알의 진화를 산업 생태계에 대비시켜보자. 창업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창업이 된 스타트업 기업이 바로 '산업의 알'이라 할 수 있다. 이 스타트업 기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알의 진화 과정을 유추해보면 알 수 있다. 창업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지원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스타트업 기업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정책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스타트업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알이 조성되는 환경의 출발점이 '물'이듯, 산업의 물은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흘러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만나서, 하나의 사업 아이디어로 수정이 되면 그 아이디어는 창업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자연계에서 물고기가 알을 산란한 것과 포유류가 자궁에 수정을 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다. 아이디어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아이디어와 생산하는 것을 비롯, 연구 개발이 필요한 아이디어, 해외 무역을 해야 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아이디어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처한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서 다른 게 접근을 해야 한다. 즉 사업 아이디어마다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여 그 필요한 기술이나 자금,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육 환경을 선택해야 하는 창업자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것은 바로 창업자의 몫이다. 창업자는 자연계의 부모 역할을 해야한다. 알의 진화에서 보듯이, 산란으로 방치한 알은 생존율이 낮다. 창업만 하고방치한 스타트업 기업은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둘째, 이미 사업 아이디어로 창업된 상태라면 그 스타트업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환경은 정책적 배려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사업 아이디어라는 수정란은 부화하지 못한 채 죽을 수 있다. 이런 역할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야 한다. 창업이 활발한 지역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책이 있기 마련이다. 창업이 활발한 도시를 보면 확실히 경제적 자유도가 높다. 경제적 자유도가 높을수록 세제 혜택이 많고, 지역의 R&D 과제가 많다. 사업하기 좋은 곳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셋째,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양육의 기회가 많아야 한다.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만들어지고 나면, 초기 지원만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고, 그 후로는 실적을 보여주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후속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창업 후 3년을 버티고 성장하는 기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이유이다.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여라

양육 기회는 3가지 모습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첫째로는 벤처 투자 자금이 풍부해 좋은 사업아이디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로 초기 시장을 열어갈 수 있는 지역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자본시장으로 자유롭게 넘어갈 수 있도록 금융사다리 구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국내에서 성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뻗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생존율은 5년 평균 30% 이내, 이중에서 크게 성공하는 기업들은 1%내라고 한다. 10년을 넘어가며 크게 성공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많은 창업 기업들이 창업 상태에서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두면 안된다. 산업 생태계가 진화를 할수록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한국의 산업 생태계도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진화되어야 한다. 특히 기술 기업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창업의 비용과 준비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마치 포유류나 조류의 양육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빅테크(Big Tech) 기업과 같은 한국의 미래를 이끌 기업들이 탄생을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은 재벌 체제의 경제 발전이 한계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미래는 기술 창업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 마치 수정이 된 알이 잘 부화하고 양육되는 것처럼 이들 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 기업 한 곳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책과 지방 자치단체 그리고 투자금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효과적으로 진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창업국가 한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