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고점? 에코프로비엠 사장·임원 줄줄이 주식 팔았다
에코프로비엠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이달들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연달아 매도해 수억원씩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직후에도 주가 급등세는 이어졌지만 주요 임원의 매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과열이 최고조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은 지난 13일 자기회사 주식 2800주를 주당 27만9929원에 장내 매도했다. 현금화한 총 금액은 약 7억8000만원이다. 보유 주식수는 기존 12만4828주에서 12만2028주로 줄었다.
올 들어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투자 열풍을 타고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00% 넘게 올랐다. 주가 상승세가 한창이던 지난 5월3일에도 최 대표는 2000주, 약 5억원어치를 현금화하기도 했다.
최 대표뿐만 아니라 주요 임원들 상당수가 최근 집중적으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도했다. 가장 매도 규모가 컸던 임원은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최윤영 상무로 지난 18일 4000주를 주당 30만1000원에 장내 매도했다. 현금으로 총 12억원어치다. 이정일 상무 역시 같은 날 2000주를 주당 28만2000원에 매도해 5억6400만원을 현금화했다.
방정식 부사장은 지난 11일에 900주, 18일에 1200주를 나눠서 매도했다. 주당 28만~29만원대 매도하면서 총 6억2000만원 어치를 현금화했다. 이경섭 상무는 지난 11일과 12일에 500주씩 총 1000주를 매도했다. 매도금액은 2억9000만원이다. 박지영 상무 역시 지난 17일과 18일에 500주씩 총 1000주를 팔아 2억8000만원을 얻었다.
지난달에도 주요 임원들의 매도는 이어졌다. 서준원 전무는 지난 5월31일 340주를 판 데 이어 지난달 12일에도 2000주를 추가 매도했다. 김홍관 전무는 지난달 16일 880주를 팔았고 지난 2월에도 1800주를 매도했다.
통상 증시에서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안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회사의 내부 사정과 기업가치를 잘 알고있는 만큼 주가가 기업가치대비 많이 올랐다고 판단될 경우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 주가는 내부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훨씬 고평가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회사에 생길 수 있는 악재를 대비한 주식 매도 일수도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매매는 불법이지만 에코프로는 이미 전례가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 5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임원들이 비슷한 시기에 주식을 판 이유는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갚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임원들의 매도 직후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의 패닉 바잉(공포 매수)에 외국인 숏커버(공매도 매수 상환)까지 겹치면서 지난 17일 이후 주가는 63% 급등했다. 이날 종가는 45만5000원으로 임원들의 매도 단가인 28만~30만원보다 높다.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임원 조차 적정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최근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밈(meme) 주식화하면서 적정 기업가치와는 상관 없이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주요 임원들의 매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은 과열 국면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임원의 매도 후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급등세를 이어가던 에코프로 그룹주는 이날 큰 변동성을 보이며 주춤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오전 중 최고 26.41%까지 오르다 오후들어 낙폭을 키우며 장중 마이너스(-) 7.25%까지 떨어졌다. 결국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7000원(1.52%) 하락한 45만5000원에 결정됐다. 에코프로 역시 장중 최고 19.03%, 최저 -12.14%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다 전일 대비 5.03% 하락 마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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