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조직력', 조전혁 '인지도' 눌렀다…돌아본 서울교육감 보선
교육계도 尹정부 반감…유리한 작용
'조희연 계승' 선택…정책 혼란 막았다
진보 진영, 서울교육감 선거 '4연승'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지난 16일 치러진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정 후보는 당장 17일부터 조희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 1년8개월을 채우게 된다.
선거 전문가들도 판세를 읽기 힘들었던 승부를 승리로 이끈 건 ▲진보 진영의 완벽한 통합 ▲윤석열 정부 심판론 ▲교육정책의 연결성 등 정 후보가 선거 곳곳에서 보여준 요소들 덕분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진보 진영은 2014년 조희연 전 교육감 당선을 시작으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4연승'을 이어갔다.
완전한 단일화…교육계 조직력 보여줬다
정 후보는 지난달 25일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를 통해 단일 후보로 추대됐다.
정 후보는 이어 조기숙 전 이화여대교수, 방재석(필명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물론 본후보 등록까지 마쳤던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의원까지 2차, 3차 단일화에 성공했다.
후보 단일화는 곧 조직의 흡수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3.5%로 최초로 교육감 직선제가 열렸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표율이 낮을 수록 조직의 영향력은 강력해진다.
尹정부 반감, 교육계에도 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재·보궐 선거는 총선 참패에도 정신 차리기를 거부하는 정부·여당에 대한 '2차 정권 심판' 선거"라며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정권에게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일깨우는 대의 앞에서 혁신당의 뜻과 민주당의 뜻이 다르지 않다"고 쓰기도 했다.
진보 진영인 정 후보도 이 흐름을 탔다. 정당에 소속되지 않고 진행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그가 심판대에 올린 건 '윤석열 정부의 졸속·불통 교육'이다. 그는 선거 운동을 진행하며 "윤석열 정부가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 문제도 강하게 질타했다.
정 후보는 앞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보면 고교 무상교육에 중앙정부 예산은 52억6700만원이 편성돼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99.4%가 삭감됐다"며 "교육의 공공성이 심하게 후퇴될 위험이 있다"며 공세를 펼쳤다.
'조희연 계승' 선택한 서울시민…정책 혼란 막았다
정 후보의 경쟁 상대였던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진단평가 실시' '혁신학교 폐지' 등 조 전 교육감이 펼진 교육 정책을 뒤집겠다고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다. 만약 이같은 공약이 현실화됐다면 교육청 조직은 물론 학교 현장에도 엄청난 변동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정책적 급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교육감은 개표가 진행 중이었던 16일 오후 9시께 정 후보 캠프를 방문해 "정 후보의 당선은 큰 선물"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당선되지 않는다면) 저를 포함해서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혁신교육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조 전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성과를 정 후보가 이어받고, 이를 넘어서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에 영감을 주는 선진교육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 후보의 약한 인지도와 리더십은 임기 동안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 후보가 교육계에서 활약한 시간은 사실 전무하다. 조 전 교육감의 조직과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셈"이라며 "주요한 순간마다 조 전 교육감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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