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전문가들 "韓증시 구조적 변화…1만피도 가능"
"빠른 주가 상승에 변동성 있어도 시대 꿰뚫는 큰 흐름 봐야"
"주도주 쏠림 더 심화할 것…역사적으로 반복된 버블말기 특징"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황철환 임은진 고은지 김유아 이민영 김유향 기자 = 코스피가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으며 자본시장 역사를 새로 쓴 가운데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가 '8천피' 시대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 대형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코스피를 밀어 올린 반도체 초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 혁명이 초기 단계에 불과한 만큼 AI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는 흐름이 갈수록 빨라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경쟁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센터장은 연내 코스피 1만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와 전력기기/원전, IT 하드웨어 등 AI 산업 관련 주도주로의 쏠림 현상은 지금보다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음은 이날 연합뉴스가 취재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진단 및 전망.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 인공지능(AI) 혁명의 수혜로 한국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고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IT 부품, 에너지 관련 업체들로 수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하게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과잉 투자 우려와 달리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는데,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AI의 침투율이 여전히 매우 낮아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동종 대비 매력이 높은 상황인데,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의 수주가 급증하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 AI 관련 투자가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며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는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적 모멘텀과 중장기 전망, 밸류에이션 매력이 코스피 업종 내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AI 기술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구조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지식 노동에 대한 AI 침투율은 아직 상당히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
최근 빠르게 주가가 상승했기에 변동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 등 시대를 꿰뚫는 큰 흐름은 존재하고 그 안에서 핵심적인 업체들의 기업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특히나 지금은 과거 산업 혁명에 비견될 수 있는 AI 혁명이 진행 중이고 산업 내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인 산업 변화를 읽고 그 안에서 핵심 경쟁력을 가진 우량 기업들을 선별해 시간을 두고 분산 투자하면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켓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좋은 회사를 찾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기를 추천해 드린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7,000, 8,000 등 마디선 도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상징성 측면에서 언급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증시에서 시총 비중이 큰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을 맞아 지수가 오른 상황인데, 현재 이익 전망과 수급 환경에서는 1만도 가능할 수 있다.
(단기간에 지수가 크게 올랐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상 과열 국면은 아니다. 다만, 해당 수치는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를 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3배를 상회하므로 과열로 판단하는게 가능하다.
AI 산업 성장은 글로벌 빅 트렌드로 부각된 만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관련주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며, 반도체 랠리는 계속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익 전망치는 매 분기 증가세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당사는 목표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37만원, SK하이닉스 205만원을 제시했다.
정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모멘텀이 발생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고, 건설(재건), 신재생(원전, 전력, 2차전지), 코스닥(활성화정책) 등 주요 결정인자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 지난 8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1%로 대만(20.4%)을 넘어 미국(22.3%)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을 만큼 한국 증시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ROE 수준이 비슷한 여타 증시(12개월 예상 P/B 한국 1.8배, 미국 4.6배, 대만 4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리레이팅(재평가)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중간선거 등 이벤트가 예정돼 있지만) 지정학 이벤트는 시점이나 방향성을 예상하기 힘든 만큼 이런 이벤트를 모니터링하되 기업의 이익 모멘텀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점검을 더 빈번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연말로 갈수록 상승 업종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AI 밸류체인 중에서도 인프라 및 로봇(자동차) 관련 기업 가운데 주가가 덜 오른 종목에 대한 관심을 우선적으로 가지되,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실적이 양호할 가능성이 높은 증권 업종이나, 내수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 강한 실적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랠리가 전망된다. AI 투자는 과열됐으나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이를 멈출 수 있는 건 외부 충격(긴축)밖에 없다고 보며, 이와 관련해 금리와 경기 사이클에 주목 중이지만 아직은 시그널이 잠잠한 상황이다.
개인자금이 다시 유입되면 한번 더 급등장이 재현될 전망이다. 다만 너무 빠른 상승으로 6월엔 과열권 진입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과열권에 진입하면 올해 한 번 더 증시 조정이 예상된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이끌 연준은 매파적 겉보기와 달리 실제로는 비둘기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완화 정책 기대가 증시를 끌어올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끈끈한(sticky)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고, 추세적 긴축은 AI 산업에 가하는 외부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 지수가 오르면서 과열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수가 오르면서 주도주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특정 주도주로의 쏠림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버블 말기의 특징이다. (주식시장 거품이 크게 확대되다 붕괴한 사례인) 1929년의 신기술 소비재, 1971년의 니프티 피프티, 1999년의 닷컴 주식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목격됐다. 슈퍼 버블의 마지막 특징은 '시장의 지속적 폭 축소(narrowing)'가 꼽히는데 소수의 대형 우량주가 계속 상승하는 현상이다. 개인 자금이 대량 유입되며 주도주로 쏠리고, 기관 투자자 역시 혼자 소외되기보다는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시장에 남아 있다가 결국 버블이 터지면서) 실적이 우량한 '주도주'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닷컴 버블 말기인 1999년에는 IT와 함께 시장을 이끌던 헬스케어·금융마저 주도주에서 탈락하고, 오직 닷컴 주식만 급등했는데 이는 지금과 유사해 보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 반도체 중심 이익 성장세(펀더멘털 개선)와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밸류에이션 재평가)으로 어닝과 멀티플이 동반 확대되는 중이며, 지수상장펀드(ETF) 시장 활성화로 장기투자 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등 국내 주식시장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빠른 이익 추정치 상향과 쏠림에 대한 불편함도 존재하나 현재 속도에 대한 불편함 이외에 주당순이익(EPS) 추정치의 추세를 변화시킬 만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주가지수가 단기에 급등했으나, 현재의 상승은 실적 상향에 기반한 흐름이며, 실적 전망치를 코스피가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하반기의 모멘텀을 결정하는 건 2027년 순이익 증가율이 되겠다. 연초 10%대였던 2027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최근 24%대로 상승했는데 이런 이익 전망치의 추세가 코스피 상승의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향후 주식시장을 출렁이게 할 수 있는 이슈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의 사모대출(PD) 시장에 대한 강경 스탠스 여부, 하반기 예정된 스페이스X, 앤트로픽, 오픈AI 등 대형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급 교란 등이다. 다만, 이는 주식시장 조정 요인이고 추세 전환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지수의 의미 있는 정점 신호는 단기 변동성 요인 보다는 AI 투자(수요)에 대한 가정 변화 또는 한국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 약화와 같은 구조적 이벤트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
코스닥의 경우 코스피가 상승하면 뒤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 구조 개혁과 상장폐지 제도 강화 등 정부 정책에 따른 모멘텀이 추가상승의 핵심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모험자본 투자확대 등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확고한 만큼 코스닥 시장으로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 2차전지 기업 실적이 하반기에 턴어라운드하고, 제약/바이오 기술이전(L/O) 딜이 발표되면서 점차 시장 모멘텀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 코스피 8,000선 돌파는 우리 증시의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이익 가속화 현상, 밸류에이션 재평가, 구조적 정책 변화가 뒷받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AI 투자 사이클 지속, 비반도체 업종으로의 이익 확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실질적 정착, 외국인 자금의 구조적 유입 등의 환경이 맞물린다면 국내 증시의 추가 레벨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단기간에 크게 급등한 만큼 모든 수급 주체 사이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발생하고 있는 구간이고, 5월 중순 이후 실적 시즌 이벤트가 소강상태가 되는 과정에서 미국 금리 상승 부담도 증시 숨 고르기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급등락에 흔들려 고점 추격 매수나 공황 매도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반도체인 주도주의 이익 가시성은 쉽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기에, 변동성 장세에서도 반도체주에서 내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필요시에는 전량 매도 보다는 분할 매도를 통해 현금을 마련하고, 추후 나타나는 변동성을 다시 신규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현재 반도체 업종 상승세는 AI 수요 확대가 공급을 압도하는 실적 개선이 그 바탕인 만큼 국내 지방선거나 미국 중간선거 등 정치 이벤트의 영향력보다는 반도체 실적과 메모리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반도체 업황은 단기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다만 반도체 독주 국면에서 점차 이익 모멘텀이 확산되는 순환매 장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며, 반도체 외 업종에서는 전력·전선·변압기와 같은 AI 밸류체인주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닥 역시 단순 테마보다 실적 기반 성장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후 1분기 실적시즌 모멘텀이 소강 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그간 부진했던 코스피 내 여러 업종들, 혹은 코스닥으로 수급 낙수효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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