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신고게시물, 처리된 거 맞아?..방통위 '투명성 검증' 없었다

최윤아 입력 2022. 8. 2. 15:05 수정 2022. 8. 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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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보도 그후]87개 업체 '투명성 보고서' 전수분석
삭제·차단 없는 '기타' 비율 18%
사유, 사후 처리 결과 등 명시하지 않아
방통위 "현장 점검, 분석 진행 예정"
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불법촬영물 관련 신고가 가장 많았던 인터넷 사이트는 구글·트위터·핀터레스트였다. 불법촬영물 신고 대비 삭제·차단 조치가 가장 적었던 사이트는 아프리카티브이(TV), 마이크로소프트, 팀블라인드였다. 국내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 커뮤니티, 웹하드 업체 87곳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불법촬영물 처리에 관한 보고서’(이하 투명성 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2020년 12월 이른바 ‘엔(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가 강화됐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 사업자는 ‘허점’을 방치한 방지책을 내놓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이를 틈타 여전히 여러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검색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2일 정보통신망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연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업자는 △피해자 또는 신고·삭제기관이 △불법촬영물, 허위영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신고·삭제요청 한 경우 △지체 없이 △해당 게시물의 삭제·차단 또는 방통위에 심의 요청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방통위는 사업자가 이런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 매출액 3%를 넘지 않는 선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이들 사업자는 해마다 방통위에 △불법촬영물 신고·삭제 요청 건수와 처리기준·처리결과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기울인 일반적 노력 등을 담은 ‘불법촬영물 처리에 관한 보고서’(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모두 ‘엔(n)번방’ 사태 이후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조처다.

신고 사유, 삭제·차단 비율 등 분석은 없어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를 인터넷 사업자는 잘 이행하고 있을까. <한겨레>는 6월30일 방통위가 공개한 87개 사업체의 투명성 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방통위는 여태 87개 업체의 총 삭제·차단 건수가 2만7000여건이라는 사실만을 공개했을 뿐 사이트별 신고 건수·사유, 삭제·차단 비율 등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87개 사이트의 불법촬영물 신고·차단 건수와 비율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87개 인터넷 사업자가 접수한 불법촬영물 신고건수는 총1만4977건, 삭제·차단 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2만7641건이었다. 신고 건수보다 삭제·차단 건수가 많은 이유는 2개 업체(구글·케이엔피파트너스)가 신고 한 건당 복수의 게시물을 삭제·차단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신고 사유(중복 포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5420건) △불법촬영물(4809건) △허위영상물(1179건)이었다.

전체 사업자 가운데 60곳(68.9%)은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불법촬영 관련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보고했다. 신고가 한 건이라도 접수됐던 업체는 27곳(31%)였다. 이들 27곳 가운데 불법촬영물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사업체는 △트위터(9647건) △구글(3569건) △핀터레스트(613건)였다.

27곳 중 양식을 달리 보고한 2개 업체를 제외한 25개 업체의 평균 삭제·차단율은 81.4%였다. 신고 1만1399건 가운데 9287건이 삭제·차단됐다. 대략 신고 10건이 접수되면, 그 가운데 8건에 조치가 취해졌다. 사업체가 방통위에 불법촬영물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심의를 요청한 건은 24건이었다. 삭제·차단도, 방심위 심의 요청도 이뤄지지 않은 ‘기타’ 건수는 2088건(18.3%)였다.

왜 ‘기타’로 분류했는지 밝히지 않아

신고 대비 삭제·차단 건수인 ‘차단율’ 하위 업체는 △아프리카티브이(4%) △마이크로소프트(16.6%) △팀블라인드(35.2%)였다. 아프리카 티브이는 신고 50건 중 2건, 마이크로소프트는 54건 중 9건, 팀블라인드는 17건 중 6건을 차단했다. 나머지 신고는 모두 ‘기타’로 묶었다. 이들 업체는 투명성 보고서에 △어떤 신고를 어떤 사유로 ‘기타’로 분류했는지 △결과적으로 해당 신고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이트별 신고 처리기준과 검토 결과를 투명성 보고서에 담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집계 방식을 달리한 구글은 전체 삭제 대상 게시물 3만1281건 가운데 1만8294건(58%)에 삭제·차단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구글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해당 콘텐츠가 검토 시점에 이미 불가능 △동일한 요청이 이미 처리된 △검토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 않음 등 대략의 사유를 명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방통위는 왜 특정 업체만 삭제·차단, 심의 요청 등이 적고, ‘기타’ 건수가 많은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프리카티브이에 확인한 결과, 불법촬영물로 신고가 들어왔으나 실제 내용은 명예훼손·모욕 관련 신고여서 조처를 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며 “이처럼 요건에 맞지 않는 신고 등이 ‘기타’로 묶여 있어 차단율 집계는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기타’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해당 사업체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반드시 수반해야 하는 작업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의도적’으로 삭제·차단 조처를 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해당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업체가 ‘의도적’으로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를 따져보려면 ‘기타’에 묶인 사례와 그 이유를 먼저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방통위의 안이한 인식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투명성 보고서 내용 가운데 ‘눈 가리고 아웅 식’ 유통 방지책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검색 금칙어를 지정해 이용자가 불법촬영물 등을 찾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사이트에서 △보고서에는 유해 검색어를 지정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검색이 가능 △성인인증을 하면 제한 없이 불법촬영물 검색 가능 △금칙어와 같은 뜻의 다른 단어의 검색은 가능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사업자별로 지정한 금칙어도 제각각이었다. ‘몰카’는 불법촬영물을 뜻하는 대표적인 단어이지만, 몇몇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검색이 가능했다.

“신고 게시물 모두 차단? 믿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업체가 제출한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방통위의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방통위가 보고서를 단순 ‘공개’만 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이를 분석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비영리단체 리셋 최서희(활동명) 대표는 “보고서를 보면, 일베·디시인사이드처럼 범죄물 유통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은 사이트마저도 한 해 신고 건수가 각각 102건, 32건에 불과하다. 디시인사이드는 리셋이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올해 설 명절 연휴 3일에만 10건이 넘는 게시물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그는 “업체 상당수가 신고가 들어온 모든 게시물을 차단했다고 하는 점도 믿기 어렵다. 예컨대 타인의 인터넷 방송을 동의 없이 녹화해 유포한 행위도 현행법상 불법촬영에 해당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자가 이를 불법촬영물로 보지 않아 (신고를) 반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8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업자별 신고·삭제 현황, 기준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향후 신고주체, 사유별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이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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