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하는 의사들] 메타버스에서 환자 진료하고, 전문의 교육한다

송복규 기자 2024. 9.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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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흉부외과 의사,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미주개발은행 지원 받아 콜롬비아 진출
중남미 넘어 인니·중국·UAE 공략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교수는 "개발도상국 중증환자들이 메타버스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 전환(DX)은 디지털 기술로 기업을 혁신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받으며 사회 전 분야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메타버스도 디지털 전환에 빠질 수 없는 기술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현실에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해 업무회의와 직원 교육, 콘퍼런스도 개최한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브랜드 마케팅의 장이 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과 메타버스에 푹 빠진 흉부외과 의사가 있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37년 동안 근무하면서 환자의 안전과 만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병상과 의료진은 한계가 있고,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료 시스템은 더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은퇴를 실감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았다.

전 교수와 메타버스에 도전한 의료계 인사 10명이 모여 만든 곳이 바로 헬스온클라우드이다. 전 교수는 자문위원장을, 박억숭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과장이 대표를 맡아 2021년 창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장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장,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장을 거친 의료계 거목들이 의료 벤처기업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헬스온클라우드가 개발한 메타버스 기반 전문의 교육 플랫폼 '메드티스'로 수술을 시연하는 모습./헬스온클라우드

헬스온클라우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진료플랫폼 ‘큐리스올(CURISALL)’과 전문의 교육플랫폼 ‘메드티스(MEDTIS)’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들은 현재 주로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고 있는 경증질환이 아닌 암과 심장 질환, 뇌 질환 같은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메타버스에는 일종의 ‘앱(app, 응용프로그램) 스토어’가 마련돼 KT의 갑상선 초음파와 마크로젠의 암 환자 유전 분석, 엘비스(LVIS)의 뇌파 분석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재 헬스온클라우드의 주요 무대는 중남미이다. 전 교수가 미주개발은행(IDB)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주개발은행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의 경제·사회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959년 설립됐다. 헬스온클라우드는 콜롬비아 의료 시스템에 디지털 전환을 구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멕시코와 브라질에 진출한다.

전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중증환자도 쉽게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빠르게 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 교수를 만나 ‘텔레헬스(Telehealth·원격진료)’를 뛰어넘은 ‘버추얼헬스(Virtualhealth·가상진료)’의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빅웨이브(큰 물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분당서울대병원

–메타버스가 어떻게 환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나.

“중증환자들은 수술실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메타버스로 수술실을 보여주고,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고 회복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의료진 교육 측면에서는 저연차 의사나 간호사들이 몇 날 며칠 한 환자에 붙어있지 않고,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와 환자를 경험할 수 있다.”

–중남미에 먼저 진출했다. 반응은 어떤가.

“자금을 지원해준 미주개발은행이 헬스온클라우드 플랫폼을 두고 콜롬비아의 의료 디지털 전환에 효과가 좋았다며 멕시코와 브라질 진출 지원을 앞당겼다. 콜롬비아에서 이 플랫폼은 환자와 보고타의 주요병원, 지방 의료원 3자를 연결한다.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대부분 개발도상국은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하다. 헬스온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자동의를 받고, 진료 자료를 보내고, 의사와 직접 소통하면 환자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 진출을 목표로 하는 나라는 어디인가.

“헬스온클라우드는 의료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할 의지가 있고 조건이 갖춘 나라를 1차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이다.”

–메타버스로 전문의를 교육하면 경험이 부족하지 않을까.

“전문의 교육도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여러 지역에 떨어진 의사들이 수도 멕시코시티 병원에 집합해 직접 오프라인으로 교육받는 수를 줄이는 것이다. 온라인은 80%, 오프라인은 20%로 교육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시뮬레이션 교육과 평가를 모두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IT 인력은 어떻게 구성됐나.

“헬스온클라우드는 영국 법인이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 가상현실(VR) 연구자들이 많다. 개발자들은 거의 영국에서 구하고 있다. 지금 헬스온클라우드 직원은 20명 정도인데, IT 개발 인력이 절반 정도다. 국내에서 IT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나름 우수한 인력을 모집했다.”

–의사에서 기업가가 됐다. 수익화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창업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작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중증질환 원격 진료와 의료인 교육이 효과를 보고 있다. 플랫폼 내 앱 스토어에 들어온 회사들도 일정 수수료를 내면 수익화될 것으로 본다. 최근엔 시리즈 프리A(Pre A) 개념으로 외부투자를 40억원 정도 유치했다. 오는 가을에는 멕시코에 조인트 벤처(합작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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