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욕설 방송’ 징계 의결한 날, 홈쇼핑 관계자 방심위원 접촉 시도
심의위원 “현대홈쇼핑 연락”
기준 없어 ‘자의적 징계’ 구조
시민단체 “로비 시도 등 여지”
현대홈쇼핑이 정윤정 쇼호스트의 욕설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은 뒤 심의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 심의위원이 폭로했다.
김유진 방심위 심의위원은 지난 4월10일 열린 제7차 방심위 정기회의에서 “지난번 광고소위원회에서 (정 쇼호스트 방송과 관련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 결정을 내리고 난 이후에 홈쇼핑 관계자로부터 ‘자신의 전화를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정씨는 지난 1월28일 화장품 판매 방송을 진행하며 “XX”이라는 욕설을 했다. 화장품이 매진됐음에도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광고소위는 지난 3월28일 ‘경고’와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고, 이후 경고 처분이 확정됐다. 문제는 광고소위가 경고 처분 등을 의결한 당일 현대홈쇼핑 관계자가 김 위원에게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저는 거절을 했지만, 광고소위의 결정에 대해 단 몇시간 만에 이렇게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소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다른 위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물었으나 다른 위원들은 “없다”고 부정하거나 답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위원장은 5일 “방심위가 양형 기준 없이 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 생긴 일”이라고 했다. 법원처럼 감경 사유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심의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피제재 업체들이 위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해 감경을 부탁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방심위 회의록엔 위원들이 주관적 판단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 사례가 여럿 확인된다. 위원들은 한 식료품 업체가 권리가 소멸된 특허가 유지된 것처럼 방송한 일에 대해 “모르고 했을 수 있다”며 권고 처분을 내리거나, 유일무이한 제품이라고 거짓 홍보한 업체에 대해 “사업자를 위축하면 안 된다”고 징계 수위를 줄여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다보니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작 방송을 한 증거를 수집해서 심의를 넣어도 중징계가 안 나온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아차 출국 대기 줄만 300m…운 나쁘면 3일 넘게 기다려야 승선[현장+]
- 음주운전 걸리자 “무직” 거짓말한 유정복 인천시장 최측근…감봉 3개월 처분
- [전문] “정찬우, 김호중과 스크린 골프 쳤지만 술자리 안갔다”
- ‘채 상병 특검법 찬성’ 김웅 “나를 징계하라”
-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 몰래 복귀 들통나자···경찰청, 인사발령 뒷수습
- 윤 대통령, 이종섭과 ‘채 상병 사건’ 이첩 당일 3차례 통화
- 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고비 넘겼지만···‘유예된 위기’
- 미국의 ‘밈 배우’ 전락한 니콜라스 케이지…그 좌절감을 승화하다
- 숨진 훈련병,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달리기·팔굽혀펴기’ 했다
- 중국 누리꾼, ‘푸바오, 외부인 노출’ 의혹···판다 센터 “사실무근” 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