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EV6는 지난 2021년 8월 출시하자마자 돌풍을 몰고 다녔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온갖 혁신적인 기술로 한국형 전기차의 우수성을 세계에 보여주며 유럽 올해의 차와 북미 올해의 차,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의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을 받았다.
그저 저렴해서 탈 만만하다 업신여기던 한국 차에서 자동차 선진국으로 자존심 강한 유럽인들도 갖고 싶어 욕심을 낼 정도로 기아가 만든 첫 전기차의 상품성은 우수했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연일 디자인, 성능, 편의성, 가치 등 모든 면에서 유럽 메이커의 전기차들과 미국의 라이징 스타 테슬라를 위협할 만하다고 극찬했다. 그만큼 밑바탕이 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아키텍처는 훌륭했고 디자인을 강조하던 기아의 자존감은 높아졌다. 출시한 지 3년 만에 누적 판매 21만 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월 14일 기아는 첫 전기차 EV6의 페이스리프트를 마쳤다. 겉과 속, 전체적으로 외모를 바꾸고 편의성과 상품성 및 배터리 성능도 높였다. 가격은 전과 다름없이 동결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껏 멋 낸 외모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EV6는 전보다 더 스포티한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실내·외를 바꾸며 외모에 부쩍 신경을 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프런트엔드 디자인이다. 스타맵 시그니처 그래픽을 적용한 헤드램프의 형상을 바꿔 눈매가 매서워졌다.
앞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홀과 에어커튼의 디자인을 변경해 무척 사나운 인상이다. 강력한 성능을 뽐내며 으스대는 듯하다.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의 점등 방법도 변경했다. GT 라인만의 프런트 LED 센터 포지셔닝 램프는 차폭이 더 넓어 보이게 한다. 방향지시등, 포지셔닝 램프, 헤드램프 순서로 점등되는 라이트 쇼를 보면 없던 오너십도 생길 정도로 멋스럽다.

EV6는 뒤쪽 45° 방향에서 바라볼 때 가장 멋진 것 같다. 사이드미러에서 A 필러, 곧게 뻗은 지붕 선, 그리고 아치처럼 펼쳐진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실루엣이 아주 멋지다.
스타맵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의 LED 램프는 디자인을 바꿔 이전보다 더 또렷해진 느낌이다. 유려한 선과 면의 볼륨감을 통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높은 벨트라인과 날렵한 선의 캐릭터라인, 그리고 255/45 R20 인치의 커다란 GT 전용 휠로 가득 채운 휠하우스, 외장 컬러와 같은 휠 아치 몰딩 등 측면 디자인은 먹잇감을 노리고 웅크리고 있는 야수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 같이 역동적이다.
리어범퍼의 형상도 달라졌다. 스키드 플레이트의 디자인이 날개처럼 펼쳐진 모양새다. 트렁크 해치에 GT 전용 배지가 달렸다.

가치를 담다
운전석에 앉았다. 눈앞에 보이는 스티어링휠 디자인이 낯설다. 위와 아래를 플랫하게 깎아낸 운전대는 시각적으로도 멋지지만, 손안에 감기는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적당한 두께에 3 스포크 타입이고 림 컬러도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로 조합했다. 기본형 모델의 스티어링휠은 2 스포트 타입의 투 톤 컬러다.
슬림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더욱 세련되어진 모습이다. 12인치 고화질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운전에 도움을 준다. 특히 디지털 센터 룸미러를 장착해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거나 비가 많이 와서 뒤쪽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유용하다.

대시보드를 감싼 소재도 독특하다. 빗살무늬처럼 새겨진 지오닉 패턴과 GT 엠블럼을 달아 차별화를 꾀했고 시트의 컬러도 블랙 앤 화이트로 GT만의 개성을 살렸다. 시트는 스웨이드로 감쌌다. 천장도 옵션 사양인 블랙 스웨이드로 마무리해 고급스럽다.
EV6는 센터페시아와 콘솔박스가 분리되어 있다. 센터 터널을 없애 끊어진 다리처럼 생긴 콘솔박스 아래로 작은 짐을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두었다. 콘솔박스가 암레스트와 합쳐진 모습이라서 그런지 기아는 콘솔 암레스트라고 표기한다.

콘솔 암레스트에는 시동 버튼과 로터리식 기어노브가 장착돼 있다. 끝단에 터치식 시트 히팅과 통풍 버튼이 놓여 있다. 운전 중 무심코 오른손을 움직이다가 시트 히트 버튼을 건드려 한여름에 엉덩이가 뜨거워 놀라고 말았다.

스피커 그릴 디자인이 바뀌어 사운드시스템이 바뀐 줄 알았지만, 여전히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전기차처럼 소음과 진동이 없는 차 안에서 질 떨어지는 스피커와 앰프로 음악을 듣는 것처럼 곤욕은 없을 것이다. 고음질의 음향과 앰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분위기를 돋운다.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10개의 에어백 시스템과 함께 탑승자 전원의 안전을 책임진다. 페이스리프트하면서 2열 사이드 에어백을 추가했다.
ADAS를 켜면 주변을 방어막이 감싸고 있는 기분이 든다. 믿음직한 장치는 특히 고속도로에서 사용할수록 돈값 제대로 하는 물건임을 깨닫게 한다.
현대차그룹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2시스템, 차로 유지 보조 2시스템은 듬직하다. 가끔 나보다 ADAS가 운전을 더 잘하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지 감지하는 센서도 저항 센서에서 고급 차처럼 전류 측정 방식으로 바뀌었다.
자주 사용하진 않아도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도 비좁은 주차 공간에서 정확하게 움직이며 주차를 해주니 큰 도움이 된다.

전기차를 운전하다 보면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게 바로 배터리 잔량이다. EV6는 전기차 전용 UI를 통해 클러스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선으로 모바일폰과 연결할 수도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에 연결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어 음악을 즐기는데 번거롭지 않다. 빌트인 캠 2가 기본 사양이라서 블랙박스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모든 UX 장치는 OTA를 통해 무선으로 업데이트된다. 업데이트 알림이 뜨면 시동을 끄고 지문으로 운전자가 승인하면 무선 업데이트가 실행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타면서 가장 차별화된 점이라면 역시 V2L이다. 시동 버튼을 한 번 눌러 전원 온 상태에서 에어컨이나 히터 등 실내 공조 장치와 V2L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했다. 캠핑하러 가서 전자제품을 사용하거나 실내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게 편리하고 쉬워졌다.

바로 이 맛이지!
최고 출력은 325마력, 최대 토크는 605Nm다. 고성능 차의 출력을 EV6 GT 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그르렁거리다가 풀 스로틀 하면 고막을 찢는 내연기관 엔진의 포효를 들을 수 없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드와 머리가 쭈뼛 서는 드리프트를 즐기며 고주파수의 타이어 마찰음을 들을 수 있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 장마로 수분을 가득 머금은 공기는 무겁게 느껴졌고 바람은 후텁지근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속도를 높였다. 물리의 법칙에 따라 고개는 뒤로 젖혀졌고 긴장한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전기모터에서 구동축으로 흐르는 전기의 힘은 점점 커졌고 전력 전달 속도도 빨라졌다. 초침이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공간 이동하듯 주변 풍경이 아찔하게 지나쳐 갔다.
짜릿함에 심장은 요동치고, 온몸이 긴장된다. 빗물로 노면이 젖었다. 손아귀도 땀에 젖었다. 더는 무리수다. 최고 시속은 중요치 않다.
잠깐 스피드를 즐겼을 뿐인데 웃음이 배슬배슬 새어 나왔다. EV6 GT를 사면 강력한 출력을 가슴 철렁한 가격이 아닌 수긍할 만한 값에 얻을 수 있다.

주파수 감응형 서스펜션의 댐핑 강도와 스프링 상수 등 서스펜션을 튜닝해 중·저속에서 통통 튀던 승차감을 부드럽게 개선했고 거친 노면에서 충격을 매끄럽게 흡수·분산해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좋아졌다. 흡음재를 추가하고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서 고속 주행 중 들리던 전기 모터의 고주파 소음이 줄어들었다.
부분 변경하면서 SK온과 협업을 통해 개선한 4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장착했다. 배터리의 양극재인 니켈 함유량을 90%까지 늘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우수하고 고속 충전에 유리한 하이니켈 베터리다.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은 배터리 용량을 84.0kWh로 늘렸고, 1회 완충 주행 가능 거리가 494km로 늘어났다. 물론 2WD 모델, 19인치 휠타이어를 장착하고 빌트인 캠을 탑재하지 않은 차량을 기준이다. 테슬라의 모델 Y 롱레인지가 488km에 그친다. 시승 차인 GT 4WD 모델은 432km이다.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18분이면 충분하다. 4세대 배터리는 특수 코팅 공법으로 음극의 저항을 줄여 충전 시간을 단축했고 최대 충전 출력이 800V에서 258kW이기에 가능한 결과다. 일반 고속 충전기처럼 50kW급으로 충전할 때 76분이 걸린다. 모델 Y보다 월등한 수치다. AC 완속 충전기로는 8시간가량 소요된다.

EV6는 기아 최초의 전기차이자 가장 성공적인 전기차다. 기아에 대한 인식을 바꿨고, 이는 곧 브랜드의 자신감이 되었다. 대중화를 위해 더 저렴한 전기차 EV3를 선보였고, 기아의 미래를 보여줄 더 진보한 전기차도 내놓을 예정이다.
아무리 전기차의 캐즘이라며 위기론이 불거져도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은 탄소 중립, 탄소 제로 시대다. 결국 뭘 해도 될 놈은 된다. 숙성해서 맛깔나는 전기차로 돌아온 EV6에 어울리는 얘기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95×1880×1550(㎜) | 휠베이스 2900(㎜)
공차중량 2100kg | 전기드라이브 인버터+2개의 전기모터 |
최고출력 325마력 | 최대토크 605Nm | 회생제동 4단계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1회 완충 주행거리(복합) 432km | 가격 5995만원(세제 혜택 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