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법정 나와서 정치 하나" 국힘 "사법에 정치 끌고 온건 李"

강우량 기자 2022. 9. 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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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전주혜·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이 3·4·5차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인 28일 법원에 나란히 출석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재판정에서 발언 도중 “당이 윤리위원회와 의원총회 등 각종 법 규정을 활용해 당대표 궐위를 강행 처리하더니, 이제 법정에 와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전 비대위원이 재판 이후 “먼저 정치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게 이 대표 아니냐”고 맞섰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는 이날 오전 11시 이 대표가 신청한 당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과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그리고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선임한 비대위원 9명의 직무 정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와 관련한 가처분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한 차례 심문이 진행된 바 있다.

이날 심문에 자리한 이 대표는 “당에서는 내가 당원권 정지 상태이므로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며칠 전 중앙윤리위에서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징계통지서를 보냈다”며 “피선거권 등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당원권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재판부가 1차 가처분 결정과 이의신청 기각 결정으로 현 상황은 비상상황이 아니고, 비대위 설치는 무효라는 명쾌한 판결을 내렸음에도 당이 못 알아듣는 척 하며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비대위원이 이준석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 직무정지 관련 가처분 심문에 변론을 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종혁 비대위원./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전 비대위원은 “1차 가처분 결정 당시 재판부는 주문에서 지난달 5일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것에 대해 이 대표 측의 효력 정지 신청을 각하했다”며 “이는 비대위 전환 효력이 유지된다는 것이므로,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면 최고위원 보궐선거도 비대위 전환도 불가능해져 우리 당으로서는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은 “당 대표가 당내 정치적 역학관계로 인해 발생한 일을 법원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처음 본다”며 “당 대표는 고도의 정무직으로, 임기가 정해져있지만 당 지지율이나 당내 갈등 등의 이유로 언제든 물러날 수 있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문에서 이 대표 측과 국민의힘 측은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궐위시 비대위 전환을 규정하는 당헌 개정의 소급입법금지 위반 여부와 이번 비대위 설치 목적, 선출직 최고위원의 지위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당헌 개정은 최고위원들이 사퇴했다는 완결된 행위에 근거해 이뤄졌고, 해당 기간 동안 최고위원 보궐 선거는 하지 않은 채 이 대표의 궐위를 위한 비대위 설치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은 같은 전당대회를 통하지만 별개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결정만으로 당 대표를 궐위시키는 것은 당원들의 총의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재판부로부터 당헌의 일부 미비한 부분을 지적받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지, 누구 한 사람을 겨냥해 당헌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최고위원들의 사퇴는 한 순간에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는 사안이고, 이에 적법하게 개정된 당헌에 따라 비대위를 소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별도 선거로 선출된 만큼 당 대표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며 “그럼에도 이전 당헌에서는 당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물러나게 만들 수 없게 돼 있어, 당 대표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당헌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 비대위원 등이 현재 당이 위기에 빠졌음을 고려해달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법원 현장이 아닌 정당 내부에서 했어야 했을 이야기”라며 “법원에 와서 정치를 하고, 정치 현장에서는 각종 법적 수단을 동원해 비대위 전환을 강행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심문을 마친 후 법정을 떠나며 이 대표는 또 “법정 발언을 들어보니 이준석만 날리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주술적 생각이 아직도 엿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3가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심문을 모두 종결했다. 양 측은 법정을 빠져나오며 승소를 서로 자신했다. 이 대표 측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차 가처분 당시 이 대표의 승소를 점친 이들이 거의 없었음에도 이겼다”며 “이번에는 200% 승소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 비대위원은 “법원이 제대로만 판단한다면 승소할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집권여당으로서 첫 국정감사를 치르게 되는데, 빨리 가처분 리스크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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