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보험사들이 금융 당국이 정한 기한 내에 책무구조도를 대부분 제출한 가운데 일부 보험사가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국은 책무구조도 제출 보험사를 대상으로 7월까지 시범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책무구조도=금융사 임직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7월3일 시행되면서 올해 1월부터 은행지주사를 시작으로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책무구조도를 실행했다. 7월부터는 보험사를 포함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금융투자회사에도 의무화된다.
9일 당국과 보험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30곳이다. 이 가운데 26곳이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동양생명, DB생명, 푸본현대생명, 코리안리 등 4개 사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보험사는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7월2일로 예정된 기한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과 DB생명 측은 "현재 책무구조도 관련 컨설팅 일정이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어 시범운영 기간에는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정된 기한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푸본현대생명은 공식적인 입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코리안리의 경우 6월 예정된 조직개편 및 정기 인사를 마무리한 뒤 책무구조도를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안리 측은 "아직 인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이를 최종 반영한 뒤 책무구조도를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며 "시범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향후 기한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초 금융지주 및 은행권에서 책무구조도를 시행한 사례가 있어 상대적으로 벤치마킹하기가 수월했던 점이 높은 참여율로 이어졌다고 봤다. 또 시범운영 기간에 참여하면 뭐가 잘못됐는지 컨설팅을 받으며 수정할 기회가 생기는 점도 적극적인 움직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금융지주에 속한 보험사는 (신한라이프의 사례처럼) 지난해에 지주와 같이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생명·손해보험협회도 지난해 금융사고 예방 지침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등, 협회 중심으로 검토했기 때문에 (작성이)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컨설팅을 해주는 회계법인이나 로펌도 은행권에서 이미 했던 경험이 있어 벤치마킹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며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이나 중요성이 커진 점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은 시범운영 기간 중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을 실시하고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또 시범운영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관련 제재에 대해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안내했다.
아울러 시범운영 참여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감독·검사업무 유관부서 14곳이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구성했다. 실무작업반은 제출된 책무구조도를 기초로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을 수행하고, 기간 내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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