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장보고-III급 잠수함이 성공적으로 건조되며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같은 시기 야심차게 시작된 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 프로젝트는 연이은 기술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화려하게 공개된 '하이쿤(海鯤)호'가 예정된 2024년 말 인도를 앞두고 또 다시 해상시험 연기라는 악재에 직면했죠.
과연 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은 언제쯤 바다를 누빌 수 있을까요?
화려한 출발, 하지만 현실은 험난했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2023년 9월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눈앞에는 잠수함이 있습니다"라며 자신감 넘치게 발표했던 순간이 엊그제 같습니다.

'하이쿤(海鯤)'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이 잠수함은 대만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국산 잠수함으로, 2024년 4월까지 항내시험을 마치고 해상시험을 거쳐 2024년 말까지 해군에 인도한다는 당찬 계획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항내시험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9월부터 "항내시험 항목의 대부분이 합격하지 않아 해상시험이 연기됐다"며 "가장 낙관적인 예측에서도 항내시험 완료는 2025년 3월 말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전력 서지부터 배관 파열까지, 문제의 연속
하지만 올해 2월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잠수함이 항구에서 시험을 받는 동안 육지에서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이 갑자기 급등하면서 잠수함 내부의 중요한 부품들이 망가진 것이죠.

이는 단순한 시험 지연을 넘어서 잠수함의 핵심 시스템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한 사건이었습니다.
잠수함 계획에 고문으로 참여했던 전 대만 해군 대령 구희씨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1번함 내부의 물이 흐르는 파이프들이 계속해서 터지면서 엔진실에 물이 들어차고 있고, 각종 장비들을 연결하는 작업도 계획의 10분의 1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잠수함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물이 새지 않는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대만 국방부의 애매한 해명과 해군의 낙관론
이런 상황에서 대만 국방부의 대응은 다소 애매했습니다.
4월 말 기자들의 "1번함의 스케줄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상시험 개시는 4월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현재도 해상시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도록 개량과 조정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죠.

사실상 지연을 인정한 셈입니다.
더 나아가 대만 국방부는 "당초 스케줄 준수가 아니라 잠수함이 출항에 필요한 준비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동시에 당초 약속했던 일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대만 해군의 아슌에이 참모총장은 지난 5월 "1번함은 예정대로 2025년 11월까지 인도된다"며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해상시험을 위한 최종준비단계에 들어갔다"며 "시험절차를 준수하여 해상시험의 안전조건을 확인한 후 출항일이 결정된다"고 설명했죠.
6월 해상시험 시작, 그러나 또 다른 벽에 부딪히다
해군 참모장의 발표대로 1번함은 예정되어 있던 6월에 해상시험을 개시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만난 현실은 또 다시 냉혹했습니다.

해상시험 중 새로운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죠.
권위 있는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는 지난 9월 22일 "1번함이 해상시험 중에 직면한 기술적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9월 말까지 해상시험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잠수함을 건조한 대만 국제조선이 1번함 상태가 완전 잠항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우려하고 있다"는 대목입니다.
한국과의 극명한 대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이런 상황은 한국의 잠수함 건조 성공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한국은 독일 기술을 도입한 후 점진적으로 국산화율을 높여가며 현재는 독자적인 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죠.
반면 대만은 국제적 고립으로 인해 기술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처음부터 독자 개발을 시도하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해상시험이 9월 말까지 완료될 수 없다면 11월 인도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만이 처음 건조한 국산 잠수함의 초기 작전 능력 획득은 당분간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죠.
과연 하이쿤호가 언제쯤 대만 해군의 실질적인 전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