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제4 인터넷은행이 성공하려면

조회 272025. 4. 10.

‘메기 역할론’ 제4 인터넷은행 허용 명분 미흡

데이터 IT기술력 자본력이 인터넷은행 성공요소

정권 교체기 은행 신설 허용에 부정적 여론 많아

지난 3월 25~26일 금융위원회가 제4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접수를 마무리했다. 소소뱅크 포도뱅크 AMZ뱅크 한국소호은행 등 4개 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 단체가 주축이고 포도뱅크는 재외동포 특화은행을 기치로 내걸었다. AMZ은행은 농어민과 MZ세대를 내세운다. 한국소호은행은 소상공인 경영데이타(KCD)와 시중은행 3곳 지방은행 보험사 등 다수의 금융기관 자금력이 결집돼 가장 유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국내 은행산업은 4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가 여전히 견고하다. 지역경제 침체로 생존이 불투명한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과 협력적 공생을 강화하고 있다. 1기 인터넷은행 3 곳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고 후발주자 토스뱅크는 지난해 처음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하나 더 추가된다고 은행산업과 경제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든든한 대주주가 눈에 띄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정권교체기에 굳이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많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하에서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포용성을 확장하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2015년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견고한 분리막이 일부 완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케이뱅크는 KT,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최대 주주로 출범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TFT’에서 은행산업의 경쟁구조 강화정책 일환으로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결정했다. 제4 인터넷은행의 정책적 목표는 금융 소외계층인 지역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금융의 포용성과 차별화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 모두 지역 소상공인이나 소호 비즈니스 등 특정 섹터 중심의 전략을 천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비인가 심사평가표의 가중치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2015년 1기 인터넷은행 심사표에 비해 경쟁촉진을 위한 ‘금융 혁신성’과 ‘지역기업 자금공급 기여도’ 등의 배점을 160점 확대했다. 1기 인터넷은행의 경영성과가 설립시의 당초 전략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고신용자 위주의 여신정책과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이자장사로 기존 시중은행의 영업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것이 당초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이었다. 기존의 전통은행과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기존 시스템에서 배제된 새로운 시장을 찾아 경쟁력 있는 수익모델 창출을 기대했었다.

2024년 현재 인터넷은행의 대출자산 중 주담대 비중은 46.6%로 5년전에 비해 31.8%포인트 상승한 반면 신용대는 47.2%로 31.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주담대 비중은 36.1% 지방은행은 24.1%로 5년 전에 비해 각각 1.3% 0.6%포인트 소폭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다만 인터넷은행이 전체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M/S)이 상승한 것은 의미가 있는 구조변화로 평가된다. 2024년 기준으로 은행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주담대 6% 신용대 18.7%로 5년 전에 비해 각각 5.4%포인트, 10.9% 포인트 상승했다.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다자녀가구 청년계층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 노력은 금융 포용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대안신용평가모델의 업그레이드 등 당초 정책적 목표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대출 대상자를 확대하고 권고비율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당초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된다. 2024년부터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산정대상을 기존의 KCB기준 신용평점 50% 하위 차주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서민금융대출 보증한도 초과대출 등으로 확대했다.

2024년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이 4406억원으로 BNK부산은행 4107억원 iM뱅크 3272억원 광주은행 2865억원 등 지방은행을 이미 크게 앞서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개별 경영성과는 경이적인 성공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산업 변화와 국가적 정책목표 달성 측면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해말 카카오뱅크의 대출잔액 43조 2020억원 가운데 주담대가 24조1768억원으로 56.0%에 달한다. 케이뱅크은 당기순이익이 1281억원으로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하며 다시한번 IPO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잔액 16조 2665억원 가운데 주담대 비중이 49.4%로 카카오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면한 토스뱅크도 대출잔액 14조 6266억원의 16.0%를 주담대로 채우고 있다. 올해부터 주담대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므로 주담대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출포트폴리오는 지난해 정부의 대환대출 플랫폼 실행 영향으로 주담대와 전월세대출이 증가한 정책적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인터넷은행 3사의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는 차별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산업자본 분리의 큰 원칙을 허물며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포용성 확대를 기대하고 도입한 1기 인터넷은행이 자기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른 업종과 달리 진입장벽 규제가 강고한 은행업 면허를 허용한 것은 그만큼 사회적 가치창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중은행의 비대면시스템 개선을 촉진하는 정도의 제한된 ‘메기 역할론’은 제4 인터넷은행의 추진 명분으로 많이 부족하다.

2015년 인터넷은행이 도입된 이후 지난 10여 년간 은행산업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됐다. 보수적 은행시장에 민첩하고 유연한 경영인프라 개선을 가속시키는 촉매자로 1기 인터넷은행이 나름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 출범당시 내세운 금융의 포용성과 혁신성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은행과 차별성이 좁혀지고 기존의 금융질서에 포섭돼 가는 것 같다.

제4 인터넷은행이 또 하나의 기존 시중은행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비정형 데이터와 기술기반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기존 시중은행들이 놓치는 새로운 금융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내의 생활금융 플랫폼을 연결하는 등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영역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창의적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지속 성장하려면 충분한 자본조달능력을 갖춰야야 한다. 자본력은 데이터와 IT기술의 경쟁력 못지 않게 인터넷은행의 핵심성공 요건이다.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신용공급과 예수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면 넉넉한 자본과 자금조달 역량이 필수적이다. 1기 인터넷은행이 자본 부족으로 성장전략 추진에 많은 애로를 겪었던 경험은 은행업에서 자본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풍부한 데이터와 IT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차별화된 경영을 펼치는 참신한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범을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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