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년특집] 유학생들이 그리는 2026년
인천은 국내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높은 도시로 꼽힌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비롯해 글로벌캠퍼스까지 다양한 교육 인프라가 모여 있고,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은 유학생들의 선택을 이끈다. 여기에 치안과 대중교통,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 여건 등은 한국 유학의 장점으로 반복해서 언급된다. 이들에게 인천은 더 이상 '공항이 있는 도시'가 아닌 공부하고 일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삶의 공간이 됐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유학생들의 표정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으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고, 학업 외적인 생활 문제는 개인의 몫으로 남는 일이 많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복잡한 행정 절차 그리고 비자와 취업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문턱은 유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많은 유학생들은 인천에서의 삶을 '잠시 머무는 시간'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졸업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남아 일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유학생활에서 쌓은 학업과 경험을 지역 사회에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이다.
신년을 맞아 인천에서 생활하는 인천대와 인하대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인천대 국제경영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트렁 두엔니(24),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에 재학 중인 바울(33) 학생은 각각 베트남과 브라질 출신 유학생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자리나(23) 학생은 인하대 국제경영학과, 몽골 출신의 어용에르덴(23) 학생은 인하대 파이낸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인천에서 생활하는 유학생 중 상당수는 한국 유학을 결심할 당시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도시' 정도의 인식이 전부였다. 그러나 실제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인천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공부와 일상을 이어가는 생활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멀리 브라질에서 온 바울 학생은 "막연한 기대를 안고 왔지만 생각보다 살기 편한 도시라는 점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를 동경해 한국 유학길에 오른 트렁 두엔니 학생 역시 "인천이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살기 좋다"며 "서울보다 사람이 덜 붐비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과 경기도 어디든 이동하기 좋은 위치라는 점도 장점"이라며 "송도국제도시는 외국인들도 많아 다국적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자리나 학생 역시 "K-팝과 문화 등 한국에 대한 관심과 높은 교육 수준이 유학을 결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어용에르덴 학생은 "코로나 시기 한국에 체류한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 유학을 고려하게 됐고 장학금을 통해 유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유학생들 모두 입을 모아 인천의 치안과 인프라의 장점을 말한다. 늦은 시간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고 전반적으로 대중교통 등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유학 생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은 언어와 학업의 벽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일상 회화와 달리 대학 수업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와 학술적 표현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강의를 녹음해 반복해서 듣고 번역과 필기를 병행하며 수업을 따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트렁 두엔니 학생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특히 교수님이 한국어로 강의하는 과목은 집에 가서 다시 듣고 번역하며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보다 두세 배 더 노력해야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
어용에르덴 학생은 "모든 수업과 팀 프로젝트를 한국어로 진행했다"며 "몽골에서 배운 교육 과정이랑 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다르다 보니 기본 지식에서 차이를 느낄 때가 많았다"고 했다.
문화 적응 역시 중요한 과제다. 존댓말과 반말, 선후배 관계 등 한국 사회의 규범은 초기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바울 학생은 "처음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선후배 관계나 존댓말, 반말 같은 문화는 브라질에서 온 저에게 익숙한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적응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되면서 지금은 잘 적응하며 어울려 살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 적응과 관련해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리나 학생은 "우즈베키스탄은 굉장히 날씨가 건조하다"며 "한국의 습한 날씨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업 외적인 생활 문제는 유학생 개개인에게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저학년 때는 기숙사를 이용하는 일이 많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취를 선택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도 커진다. 일부 유학생들은 근로학생이나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고 여전히 부모 지원에 의존하기도 한다.
바울, 트렁 두엔니 두 학생은 입을 모아 "유학생에게는 학비와 주거비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다행히 인천대는 국립대기 때문에 학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다"고 했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려면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유학생들은 지역 사회나 한국 학생들에 대한 체감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민들과 학생들의 친절함과 학교 내 제도는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 환경과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리나 학생은 "한국어로 소통이 되니까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았고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은 한국 친구들은 부담 없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많다"며 "이웃들이나 시민 분들도 친근하게 다가와 준다"고 했다.
어용에르덴 학생은 "처음에는 경쟁 중심의 분위기 때문에 서로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한국 친구들을 처음 많이 알게 됐고 이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많은 유학생들은 한국, 그리고 인천에 남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생활에 적응한 상태에서 다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보다 지금의 경험을 살려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들이 새해에 기대하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비자와 행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안내, 유학생과 지역 일자리를 연결하는 통로, 외국인도 지역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다.
바울 학생은 "가능하다면 한국에 남아 취업하고 싶다"며 "인천이든 다른 지역이든 일자리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고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학교의 투자를 생각하면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쉽다"고 강조했다.
트렁 두엔니 학생은 "바울과 같은 생각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며 "이미 한국 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가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적응, 비용 등 여러 가지로 부담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리나 학생은 "서울보다 인천이 훨씬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며 "물가가 안정적이어서 생활비 부담도 적고 너무 복잡하지 않아 적응하기 좋기 때문에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고"고 말했다.
어용에르덴 학생은 "처음부터 복잡한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것보다 인천에서 먼저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인천은 유학생이 적응하기 정말 좋은 도시여서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며 계속 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유학생들의 이런 바람은 인천이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하민호 기자 hm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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