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읽기]
센시 주식회사를 기억하는가. 대중적인 기업은 아니지만 스타트 업계에선 신선한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던 곳이다.
불과 몇 년전 센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언어와 문자·수식·표를 인식,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콘텐츠를 만드는 테크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누적 35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IPO(기업공개)까지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전 스타트업 전체 업계의 신뢰를 깎아 내릴 정도로 매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대표이사의 횡령, 해외법인 경영 실패, 투자금 200억원 행방 불명 등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이다. 왜 그랬을까? 미리 막을 순 없을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주변 사람은 몰라도 숫자는 훨씬 이전부터 신호를 보냈다. 요 근래 언론을 통해서 이 같은 사건들이 조명되면서 마치 최근에 발생한 사건처럼 보이나 센시 재무제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지난해부터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올해 5월초 센시 감사보고서는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경고음을 울렸다. 2024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미국 종속회사의 금융자산·부채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감사인 현대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내렸다.
의견거절 첫 문단에 ‘감사증거를 입수할 없다’라고 이유를 적고 있는데 이는 ‘재무제표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자료가 누락될 수 있고, 다른 숫자를 믿기 힘들다. 결국 이때 지적된 감사의견은 후에 알려진 200억 원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예고한다.
이런 감사의견 거절에도 불구하고 손익계산서는 화려하다. 2024년 손익계산서에는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 111억 원, 당기순이익 약 97억원이 찍혀 있다. 폭발적 성장과 36% 영업이익률이 눈에 띈다.
그러나 현금흐름표가 보이는 민낯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주 좋은 실적에 비해 실제 돈의 흐름이 달랐다. 공개된 재무제표 3년(2022~2024)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플러스로 기록될 수 있던 이유는 외상 매출(매출채권)이 147억원 늘었고 선급금도 31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매출이 장부에 기록됐지만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센시 '기말의 현금'은 214억원. 이 돈은 273억원의 유상증자 덕분이다.
냉정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4년도 센시는 사업으로 돈을 번 게 아니라 투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과거 재무제표를 더 깊게 들여다보자. 이미 2023년부터 적색 신호가 켜졌다. 종속회사의 조기 부실 신호를 발견할 수 있는데 2023년 주석에는 미국 법인 TRT(TOUCH READ TECHNOLOGIES INC.)가 자본잠식 상태로 지분법 적용이 중단됐다.
당시 장기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2022년 15억6000만원, 2023년 30억4000만원으로 불었다. TRT는 자산(140억원) 보다 부채(170억원) 많은 상태였다.
손익계산서의 '기타의대손상각비' 17억6000만원은 미국 법인 대여금 부실에서 비롯된 손실이다. 해외투자가 종종 초반에 손실을 무릅쓴다고는 하지만 모기업이 모집한 투자금이 해외에서 녹아없어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외에도 재무제표 곳곳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포착된다. 단기차입금 중에 대표이사(서인석 씨)로 추정되는 약 15억원의 개인차입이 있고, 이 중 12억5000만원은 출자전환으로 처리된다. 대표이사의 개인 돈이 회사 빚을 메꾸는 데 사용된 건데 이례적이다.
2022~2024년 3개년치 매출은 45%, 114%의 성장율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나, 대신 수익성이 떨어졌다.
비용이 늘어난 것 중에 경상연구개발비는 일면 이해되지만 2023년 22만원에 불과했던 '판매수수료'가 41억원 발생, 판매관리비 총액이 매출 대비 47% 비용 부담을 가져왔다. 아무리 원가가 24%로 낮다고 해도 무리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다.
제품과 기술력으로 매출액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으로 매출액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익은 감소하는데 매출액만 치솟았다는 건 이제와 보니 정상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숫자 뻥튀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센시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이 바로 센시 투자자다. 물론 거래처, 대출을 해준 은행도 곤란해지만 담보 잡은 토지와 은행 잔고 등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 채권자는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다. 2024년 기준 보통예금에 들어가 있는 214억 원이면 부채 쪽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투자자는 주주로서 공동의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숫자가 이렇게 경고하고 있는데 센시의 투자자는 이를 무시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투자자는 단지 자금을 댄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재무제표를 읽고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책임있는 주체여야 한다.
만약 센시에 투자한 이들이 아래의 질문을 미리 던졌다면, 이번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1. 매출 급증은 실제 현금으로 이어졌는가?
2. 외상 매출채권과 선급금 증가는 정상 범위인가?
3. 종속회사의 자산·부채 급증 근거는 무엇인가?
4. 대표이사 개인 자금이 회사에 유입된 이유를 아는가?
투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려는 노력을 하거나, 투자자로서 경영진을 더 감시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센시 사태는 여러 가지 교훈을 남긴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자화상이다. 보도자료나 홍보성 기사보다 먼저, 숫자가 울린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AI가 숫자를 대신 읽어주는 시대라 해도, 마지막에 위험을 감지하고 질문을 던지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또한 스타트업 성장이 곧 성공이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사건이 터진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회사의 숫자를 직접 점검하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