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인력 모여들 때 '우주항공복합도시 사천' 완성
대한민국 우주산업을 이끌고, 경남경제 새 동력이 될 우주항공청(KASA)이 사천에서 출범했다. 산업 구조 개편으로 지역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이 안착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경남도는 30일 우주항공청 개청식에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미래항공이동수단(AAM) 선도기술 개발사업, 사천공항 시설 확장 등 우주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지역에서 거는 기대 = 정부 기관이 충청권 이남에 설립되는 건 우주항공청이 처음이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우주항공청이 지역에 하루빨리 안착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지역소멸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우주항공청이 경남에 자리 잡는 것은 한국 우주항공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기존 산업 육성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우주항공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경남에 집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항공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사천시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주거·교통·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29개 시책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은 우리나라 우주항공 분야 정책수립과 연구개발, 산업진흥 등을 담당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목표로 한다. 그만큼 관련 산업계와 학계에 우주항공청의 출범 의미는 남다르다.
황태부 사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은 우주항공산업인 숙원이 해결된 것"이라며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인 만큼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범부처의 일괄적인 정책 수립을 통해 산업 육성과 고급 인력 양성, 우주항공 관련 외교와 국제교류, 협력업무 수행 등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대학장은 "우주항공청 설치는 앞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우주탐사 등 우주항공 분야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여 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화성을 넘어 심우주 탐사라든지 다양한 위성개발 부분이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개발 인력 유치 = 우주항공청 중심으로 우주항공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연구·개발(R&D) 인력이 모여야 한다.
경남은 항공우주산업 분야 제조기업 집적지다. 전국 173곳 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60%(104곳)가 경남에 있다. 또한 국내 항공산업 생산액(2021년 기준) 70%, 우주산업 분야 생산액 34%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우주 분야 연구 인력이나 연구원은 대전에 있다.
우주항공청 연구·행정인력 정원은 293명이지만 지난 27일 개청 때 110명으로 시작했다. 우주항공청은 연내 모든 채용을 마칠 계획이다.
윤종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은 지난 27일 우주항공청 개청 기념 간담회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우주항공청과 사천시청, 경남도청이 가까이 있지만 정부출연연구소는 중부권에 있다"며 "연구·개발이 역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우주항공청만 경남지역에 있게 되면 실질적인 효과나 이익은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도는 항우연과 같은 연구기관 분원, 보잉사와 같은 국외 기업, 연구개발센터, 항공우주 분야 창업기업 등을 유치하고자 국회와 중앙부처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창업기업 육성 등을 담은 경남우주항공산업 비전을 마련했다. 도는 10년간 8조 원을 투입해 우주항공 분야 생산액 5배 상승(2022년 기준 5조 원), 우주항공 선도기업 20개 육성(2022년 기준 5개), 산업고용 5만 3340명 확대(2022년 기준 1만 7700명), 혁신 새싹기업 30개 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항공산업 기반 확대를 위한 우주항공부품기술원 설립, 미래항공 이동수단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항공이동수단(AAM) 소재·부품 인증지원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 경남도와 사천시는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가 있는 남부도시 툴루즈를 모델로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꿈꾼다. 특히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우주항공청 성공의 열쇠로 판단했다. 교육·문화·의료·관광 등 복합기능을 갖춘 25만 명(현재 11만 명) 규모 자족도시가 목표다.
툴루즈는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우주항공 산업 중심지다. 1968년 CNES 툴루즈 우주센터가 설립되면서 프랑스 항공 산학협력지구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프랑스 정부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항공우주산업이 집적화된 툴루즈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이주 직원 가족 일자리까지 찾아주는 등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툴루즈에는 프랑스 우주 관련 인력 절반이 상주하고 여러 연구·교육기관이 모여있다.
박 지사는 지난해 6월 우주항공청 개청에 대비해 툴루즈 우주센터를 찾아 우주 연구·개발 중요성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 정책도 확인했다. 도는 지난 1월 사천시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준비단을 꾸리고 우주항공복합도시 개발 구상과 단계별 이행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는 22대 국회가 개원함에 따라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박대출(국민의힘·진주 갑) 국회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사천시와 그 주변지역을 우주항공복합도시로 조성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인재 양성, 산학연협력 촉진, 국내외 기업·인력·자본 유치 등을 위한 지원 특례를 담았다. 도는 특별법에 따른 국가 재정 지원 등으로 정부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자치단체 차원 도시개발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형 우주항공청 기획조정관은 "본 청사가 있는 우주항공복합도시는 사천시 내에 있을 것이고,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지역혁신 모델이 되도록 주안점을 두겠다"며 "5년, 10년 후에는 세종시가 지금 발전한 것처럼 사천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교통·주거환경 등 정주여건 개선 = 정주 여건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프랑스 툴루즈에 많은 기업과 우수한 젊은 인재가 모여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주 여건이다.
이상섭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에 따른 경남의 당면과제(경남연구원)>에서 "우주항공청이 생기면서 인구증가와 산업 활성화로 경남이 곧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는 어쩌면 양질의 환경에서 비롯된다. 번듯한 오피스텔도 없고 자가용으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도서관도 없고 돌봄센터도 없는데 누가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발사체를 연구하고, 누가 달에서 자원을 이동할 모빌리티를 이곳 경남에서 개발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우주항공청 직원과 가족의 동반 이주가 핵심이다. 도는 단기적으로 이주 직원 지원을 하고 장기적으로 교통기반을 확장할 계획이다. 우선 이주하는 우주항공청 직원에게 10만 원 상당 이주정착금, 가족과 함께 이주하면 가족 한 명당 200만 원을 준다. 가족 동반 이주 때 초중고 자녀가 있으면 자녀 한 명당 장학금 50만 원을 2년 동안 매월 주고, 미취학 자녀가 있으면 양육지원금을 한 명당 50만 원씩(도 25만 원, 사천시 25만 원) 2년 동안 매월 준다. 사천시는 이주하는 직원 임대아파트 50가구 지원과 주택자금 이자 비용 최대 90%까지 지원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회적이고 금전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시킨 혁신도시 사례는 우주항공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주항공 분야 인력이 사천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수도권 수준의 교육·문화·체육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주변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자 시내버스(500·501번) 노선을 신설했다. 도는 정부가 내년 2월에 확정할 5차 국가철도망 계획(2026~2035년)에 진주와 삼천포를 잇는 '사천우주항공선(26.61㎞)' 신설 사업이 포함되도록 중앙부처에 요청하고 있다. 경전선 종점역인 진주역에서 우주항공청역을 지나 삼천포신항역(가칭)으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사천공항 화물·여객 수요 증가를 대비하고자 사천공항 기능 재편도 추진한다. 활주로 연장과 여객화물 터미널 신축 등 사천공항 국제선 전환이 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6∼2030년)에 포함되도록 건의하고 있다.
/이영호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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