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2 / 기능성 창의 등장과 기술 진보

창호는 공간의 안팎을 연결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부위다. 얇은 나무틀에 한지를 부착해 만들며 은은한 빛의 침투는 실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창호에 필수 재료인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가공해 만든 한국의 전통 종이다. 빛을 충분하게 투과시키고 공기를 환기시키며 쉽게 찢어지지 않아 내구성도 뛰어나다. 그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현재 한지는 202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리 남두진 기자 | 글 김정현 교수(홍익대학교 건축학부·미국 건축사) 010-6622-8394 | 사진 송유섭 작가 010-9569-0595

‘들문’에서 영감을 받은 친환경 제품, 창호 2.0
창호 2.0은 100% 닥나무 섬유로 만든 실내 패널이다. 시중의 기존 제품들과 다르게 프레임과 경첩을 고정하는 것을 제외한 골격과 막은 모두 한지 원료로 사용되는 천연 목재 섬유인 펄프의 단일 소재로 만들어져 접착제도 필요 없는 친환경 제품이다.
한국 전통 칸막이문인 ‘들문’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들문이란 한국 전통 건축에서 사용된 벽창호로써 공기 흐름을 조절하고 공간 구분을 유연하게 변환할 수 있는 일종의 건축 시스템이다. 정확히는 들문의 개폐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창문 표면의 상단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90도 회전하도록 설계했다.
사용자가 핸드 크랭크를 돌리면 크랭크에 연결된 샤프트가 회전하고 회전 동작이 수직 방향으로 천장의 샤프트로 전달된다. 이 회전 운동은 다시 한 번 방향을 바꿔 철골에 연결된 와이어를 감은 후 창호 2.0을 들어올린다. 수직 방향으로의 회전 움직임을 변환하는 베벨 기어가 금속 프레임의 무게로 인한 샤프트의 회전을 방지하기에 핸드 크랭크를 조작하지 않는 때에도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통과 현대를 결합해 빛을 다양하게 활용하다
이렇게 창호 2.0은 창호나 한지와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 기술을 결합한 작품이며 컴퓨터 모델링과 알고리즘을 통한 설계는 단순한 격자 패턴뿐만 아니라 대각선이나 곡선과 같이 다양한 패턴으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팅과 CNC 밀링머신으로 만든 성형판을 사용해 골격과 막으로 구성된 각인 및 엠보싱 처리된 표면이 생산되는데 이 기술은 패널에 내구성을 비롯해 입체감을 더한다.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도 하며 자연광을 분산하기도 한다. 최적의 햇빛이 통과돼 한지와 창호만이 만드는 부드럽고 따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즉, 인테리어로서 자연광 조절, 빛의 확산, 공간 분할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창에 부착돼 자연광의 광량을 조절하거나 반투명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충분한 햇빛을 끌어와 아늑한 분위기로 조성할 수 있고 작동기의 각도를 조절해 실내로 들어오는 광량 자체를 조절할 수도 있다. 햇빛이 없는 밤에는 창호를 열어 실내 빛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빛을 조절하고 빛을 통해 내외부를 연결한다는 것이 창호 2.0의 강점이다.
창호 2.0을 통해 투과한 빛은 강도, 각도, 시간,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며 실내에서 에너지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요소다. 특히, 매 순간 빛의 확산이 변하는 주간에는 패널 질감이 빛의 양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시간 흐름을 가시적으로 암시하기도 한다. 다양한 표면 두께에 의해 생성된 독특한 그림자 패턴도 공간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야간에는 이 패널이 실내의 인공조명에 의해 순수하게 하얀 종이의 질감을 드러낸다. 투사된 그림자의 실루엣은 외부에서 그 움직임이 어느 정도 파악될 수는 있지만 결코 프라이버시의 효율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시스템을 수평으로 들어올리면 실내 빛을 부드럽게 퍼뜨려주는 확산기 역할을 한다.
창호 2.0은 나무와 종이라는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자 빛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다. 본질적으로는 목재 섬유질로 만든 한지의 물성에 착안했으며 빛의 세기와 방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