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 에이즈' 번지는데...'너무 낙관적'인 전망, 왜?

정부 "올해 사과·배 생산량 평년 수준은 된다"지만
과수화상병, 이미 지난해 발생 면적의 두 배
기상청 올해 엘니뇨로 '과수에 치명적인 폭우·강풍' 예상

정부는 올해 저온 피해가 없어 사과·배 등 과일 생산량이 평년 수준이거나 이를 웃돌 것이라고 낙관론을 내놨다.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 충북농기원 제공

하지만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사과·배나무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 발생 면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섣부르게 낙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수 화상병은 주로 5월 상순부터 6월 상순까지 발생하는데 사과·배나무가 세균에 감염돼 잎이나 줄기·꽃·열매 등이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다. 치료가 불가능해 과일나무의 에이즈(AIDS)라고도 불린다.

과수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엘니뇨가 예년보다 심해 사과·배 수확량에 큰 영향을 끼치는 폭우와 강풍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기상청의 예보에도 잔뜩 우려하는 분위기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진흥청 조사와 생산자단체, 농협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주요 원예농산물 생육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과의 경우 지난해 이상저온, 우박 등 기상 재해로 생산량이 30% 정도 감소했으나, 올해는 저온 피해가 없어 생육이 양호하며 평년 수준의 생산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일부 농가의 경우 개화량(꽃수)이 평년보다 적지만, 각 농가에서 상품성 향상을 위해 그루당 100∼150개 내외 과실만 남겨 재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사과 가격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생육 시기별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있다. 농가 515곳에 냉해 방지 시설을 설치했고 농지 1만9760㏊(헥타르·1㏊는 1만㎡)에 냉해 예방 영양제를 살포했다.

농식품부는 배 역시 지난해 저온 피해로 생산량이 약 30% 감소했으나 올해는 개화량이 작년, 평년보다 많았고, 수정률도 작년보다 양호해 평년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복숭아와 포도도 평년 수준으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남지역에서 재배하는 일부 복숭아 품종의 경우 개화기 호우로 곤충 활동이 줄어 착과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낙관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수화상병과 엘니뇨라는 강력한 복병이 숨어 있는 만큼 정부가 섣부른 장비빛 낙관을 내놓기보다는 안정적인 과일 수확을 위해 신중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수화상병의 경우 최근 충청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피해 면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넓다. 문제는 기후 여건상 추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수화상병은 고온다습할수록 균이 전파될 위험성이 커진다. 올해 엘니뇨로 한반도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지난해보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온도 복병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미 엘니뇨로 인한 집중 호우와 강풍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강풍은 사과·배 등 수확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수농사 풍년을 장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 올해 폭염 시기가 빨라지고, 그 여파도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수박·참외 등 과채류의 수급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참외는 지난 2∼3월 일조량 감소로 작황이 부진해 지난달 가락시장 일평균 반입량이 99t(톤) 수준이었으나, 이달 생육이 회복되며 반입량은 일평균 336t으로 전달보다 239% 증가했다.

수박도 3∼4월 기상이 좋지 않아 이달 작황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연간 출하량의 68.9%를 차지하는 6∼8월 출하는 원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토마토는 지난달 일조시간 감소로 작황이 부진했지만, 이달에 기온이 오르면서 작황이 회복되고 있다.

가락시장 일평균 반입량은 지난달 상순 일평균 198t에서 이달 상순 254t으로 늘었다. 농식품부는 강원에서 출하가 시작되며 다음 달 공급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