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고철 덩어리 ‘방치 차량’… 지자체 ‘골칫거리’ [현장, 그곳&]
자진 처리 유도 수개월 시간 소요... 지자체 “방치 많은 곳 중점 조사”

“폐차 직전의 차가 몇 개월 동안 골목 주차 공간을 차지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골목. 보닛이 들려 엔진이 훤히 보이는 파란색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자동차 표면은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타이어 휠은 갈색으로 녹슬어 있었다. 인근 주민 박경미씨(54·여)는 “몇 개월 전부터 이곳에 계속 차가 방치돼 있다”며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주차 공간을 두고 매일 전쟁 중인데, 왜 견인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오산시 경기대로에도 버려진 차량이 눈에 띄었다. 회색 차량 위에는 먼지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각종 생활 쓰레기와 고철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이곳 근처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방치된 트럭 한 대도 녹이 슬어 고철 덩어리로 변한지 오래였다.
경기도내 주택 밀집 지역과 도로변 곳곳에 장기간 방치된 차량들이 주민들의 주차 공간까지 침범하고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경기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도내 무단 방치 차량으로 접수된 민원은 총 4만8천여건으로, 연평균 1만2천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9년 1만2천30건, 2020년 1만1천599건, 2021년 1만2천595건, 2022년 1만1천857건으로 꾸준하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차량을 타인의 토지나 도로에 2개월 이상 방치하면 강제로 폐차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의 처리 기간이 지연되면서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민원 발생 즉시 차량을 견인하는 대신 자진 처리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방치 차량의 훼손도가 심하거나 번호판이 없어 차주를 찾지 못할 경우 처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는 무단 방치 차량도 사유 재산인 만큼 소유주의 재산권 등을 존중해 경고장 스티커를 부착하고, 자진 처리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무단 방치 차량을 처리하려면 주민 불편 신고 시점부터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자동차의 소유자가 차량 관리를 완전히 포기한 차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무단 방치 빈도가 높은 곳을 중점적으로 현장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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