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정보 요구, 거절 땐 ‘콜’ 차단… 카카오택시 과징금 724억원
택시 플랫폼 사상 최대 과징금
“90% 넘는 압도적 점유율 남용한 반칙”
경쟁사 가맹 택시에 대해 ‘불법 콜 차단’을 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인 혐의를 받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하고 카카오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 규모(724억원)는 택시 플랫폼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앞서 카카오는 작년 2월 ‘콜 몰아주기(알고리즘 조작해 가맹 택시에게 콜 몰아준 사건)’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콜 차단’ 혐의로 다시 거액의 과징금을 받게 된 것이다. 2년 사이에 1000억원 가까운(995억원)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021년 5월쯤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4개사(우티·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에 ‘당신들 회사 가맹 택시의 운행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가맹 택시에 대해 카카오의 일반 호출(콜)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여기서 운행 정보란 가맹 차량의 숫자와 차량번호, 이들의 운행 경로, 운행 시간 등 민감한 영업 정보였다.
◇”영업 정보 제공 안하면 ‘카카오 콜’ 안 줘”
현재 택시 호출 시장은 ‘가맹 호출’ 시장과 ‘일반 호출’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맹 호출은 가맹택시 사업자가 자사에 소속된 가맹 택시에게 제공하는 호출 서비스다. 일반 호출은 가맹 여부를 따지지 않고 택시가 플랫폼에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따라서 카카오 외 플랫폼의 가맹 택시도 카카오의 ‘일반 호출’을 받아 영업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는 일반 호출 시장에서 2019년 무렵부터 9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가 ‘콜 차단’ 압박을 한 명분은 타사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 일반호출을 받고 고객을 운송할 경우, 고객이 해당 차량을 카카오 가맹 택시로 오인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카카오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뜻이다. 또 타사 가맹택시들이 카카오 일반호출을 승인했다가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카카오 측에 전산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내부 영업 정보를 사실상 전부 제공하라는 것은 우티·타다 등 경쟁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실제 우티와 타다 등이 영업정보 제공을 거절하자, 카카오는 실제 이들 가맹 택시 기사 1만2000여명(아이디 기준)에 대해 일반 콜 배정을 차단했다.
◇반칙 행위로 점유율 늘려
그러자 타다 등의 가맹 택시들이 가맹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폭증했다. 택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카오 일반 콜’을 받지 못하게 돼 생계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쟁사 가맹 택시가 줄어드니 카카오는 점유율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맹택시(중형) 시장에서 카카오 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대폭 올랐다. 타다는 이후 카카오 측의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일반택시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배경으로, 경쟁사의 사업 활동을 불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통해 가맹 택시 시장에서도 몸집을 불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콜 차단’을 당하지 않으려고 영업 정보를 제공한 경우엔, 그 영업 정보를 다시 시장 점유율 강화를 위해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콜 차단’을 통해서든 ‘경쟁사 영업 정보 획득’을 통해서든 이익을 본 것이다.
특히 카카오가 이런 ‘가맹 시장 장악’을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해 왔고, 그 불법성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카카오 내부 자료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서 콜 차단”
공정위가 확보한 카카오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 임직원은 2020년 무렵 내부적으로 주고받은 메일에 “우리가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서 (타사 가맹택시에게) 호출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봐주세요”라고 썼다.
또 같은 해 카카오 법무팀 직원은 ‘타 가맹본부 소속 가맹기사로 하여금 가맹에서 이탈하게 하는 경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부 검토 자료를 작성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2018년부터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돼야 한다’는 영업 목표를 뒀는데, 이를 위해서 불법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거대 플래폼이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지배력 남용 사례를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콜 성공률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경쟁사 축출 의도 없어”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경쟁사에 택시 관련 정보를 요구한 건 ‘콜 간섭’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타사 소속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의 일반 콜을 받은 뒤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속사 ‘가맹 콜’이 오면 카카오의 일반 콜을 취소한다. 가맹 계약상 가맹 콜을 우선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 입장에선 영문도 모르고 택시 콜이 취소된 셈인데, 이런 경우가 많아져 개선이 필요했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가맹 차량 정보를 알아야, 이런 콜 간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를 축출하려는 목적이 아니였다는 뜻이다.
또 공정위 측이 공개한 내부 자료에 대해서도 “법무팀의 최종 결론은 해당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취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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