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비방글에 합의금 1억 요구…"일부러 요구한 것"

지난 9월 22일 국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의협 회원에 대한 고소 취하 조건으로 현금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애초에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합의할 수 없는 거액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의협 회원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인 ’처불불원서‘를 작성해주는 조건으로 5만원권 현금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이날 한 의료전문매체를 통해 A씨의 자백을 받기 위한 ’증거확보용‘ 요구였다고 밝혔다. 합의금 1억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합의금이 거금에 해당하는 만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수용 불가한 요구‘를 했다는 설명이다. 합의금을 받을 의도도, 고소를 취하할 의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의협 측도 처벌불원서를 처음부터 써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거액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소하면 A씨가 받게 될 벌금은 50만원 수준인데 1억원이라는 합의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7월 의사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을 통해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 4억을 슈킹(횡령)했다”는 글을 올렸다. 의협은 해당 글이 허위·비방글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IP 추적 등을 통해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이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인 A씨라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 10일 A씨는 임 회장에게 사과하기 위해 의협에 방문했다. A씨는 이날 임 회장이 합의금 1억원이라는 ’은밀한 뒷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성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협 측은 “임 회장은 전공의 지원사업에 진심을 다하기 위해 임기 첫달 월급을 기부하는 등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했다”며 “일각에서 끊임없이 허위 날조의 글을 적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 회장은 그동안 지속돼온 ’막말 논란‘으로 탄핵 위기에 놓인 상태다. 조현근 의협 대의원회 부산시 대의원은 대의원 103명과 임 회장 불신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의협 대의원 246명 중 3분의1인 82명 이상이 동의하면 임 회장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고 임시총회에 대의원 3분의2 이상이 출석해 출석 인원 중 3분의2가 찬성하면 불신임안은 가결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