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 아파트 이름이 뭐였지?" 아파트 이름만 바꿨는데, 집값이 껑충?

하은정 기자 2025. 7. 24.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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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래미안원베일리, 올림픽파크포레온 같은 아파트 브랜드는 어떤 의미일까? 이름이 고급스러우면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아파트 이름의 변천사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름이 단순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지명에 건설사 이름을 붙이거나 개나리, 진달래, 무궁화, 장미, 진주 같은 이름을 주로 사용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택시 기사 양반, ○○동 불지옥(푸르지오)으로 데려다줘요. 거기에 우리 아들이 살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왔다. 쉐르빌, 래미안, 하이페리온, e편한세상, 롯데캐슬, 아이파크, 자이, 더샵, 푸르지오 등 아파트의 브랜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국내에는 1,263만 채의 아파트가 있으며 총 주택의 64.6%를 차지한다. 앞으로 5년 후면 아파트 비중이 70%에 이를 것이란 전망으로 알 수 있듯 이미 다수가 선호하는 압도적인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아파트를 선택하기 위한 요령들을 들여다보면 관건은 입지로, 주변 시설들과 커뮤니티의 연관성이 좋아야 한다. 관공서와 상가·학교·병원이 가까이 있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지, 산책로나 수변 공원 등 힐링 요소가 있는지, 혐오 시설이 없는지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막아 완판시키기 위해 점차 브랜드에 지역명과 입지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는 팻네임을 더해 아파트 이름을 작명하기 시작했다. 중심가에 있다면 '센트럴', 주변에 공원과 산 등이 있다면 '파크', '포레', '애비뉴', 계곡이 가까우면 '밸리', 강이나 호수가 있으면 '리버', '레이크', 지하철역이 있으면 '메트로', 학교가 가까우면 '에듀' 등을 붙이는 식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카이저, 팰리스, 노블레스 같은 팻네임도 사용하며 베일리는 중세 성 중심부에 영주와 가족들이 거주하던 핵심 지역을 의미한다. 이 밖에 포레온은 숲을 의미하는 포레스트(forest)에서 딴 포레와 한자 따뜻할 온(溫), 평온할 온(穩)의 K표 합성어다. 

건설사 입장에서 아파트는 기업 생존을 위한 각축장이다. 아파트 이름과 외벽에 표시된 로고는 건설사의 지식재산인 동시에 광고 기능을 수행하므로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 아파트처럼 컨소시엄으로 시공한 경우엔 브랜드명을 아파트 이름에 모두 나열하기도 한다. 

팻네임으로 달라진 것이 있을까? 

K표 작명을 통해 부동산 중개업소의 브리핑을 듣지 않아도 대략 어느 건설사에서 공급했는지, 입지적 특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구의 북구청역푸르지오에듀포레라는 이름에 담긴 정보를 해석해보자. 북구청역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고, 대우건설에서 지었고, 근처에 학교나 학원가 그리고 공원이 있음을 바로 유추할 수 있다. 

이름이 길고 어려워졌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서울의 잠실주공 1, 2, 3단지의 경우 각각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으로 재건축됐다. 예전에는 인근 주민이 아니라도 '1단지 옆에 2단지가 있고 3단지가 이어지겠지' 하며 위치를 대강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름을 외우기가 쉽지 않고, 타 단지와 차별화된 이미지가 뭔지에 대한 감이 와닿지도 않는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국제도시로 개발된 송도의 아파트 이름들을 살펴보자. 국제도시라는 개발 콘셉트에 맞게 외국어로 된 이름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다 비슷비슷하고 길어 10년 차 택시 기사도 아파트 이름을 모두 외우지 못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자신의 거주지 인근 아파트 이름 외우기가 셀프 치매 테스트에 딱 맞는다는 농담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가장 긴 이름의 아파트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2차)'와 '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다. 두 아파트는 모두 총 25글자나 돼 주소란에 다 적을 수 있냐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 G마켓은 50자까지, 네이버 쇼핑은 51자까지 상세 주소를 적을 수 있으며 쿠팡은 주소록에 255자까지 적을 수 있다. 예컨대 전라남도 나주시 중야1길 15, ○○○동 ○○○호(빛가람동,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2차)에 사는 아무개 씨는 출근 전에 베이글을 새벽 배송으로 거뜬히 받을 수 있다.

아파트의 브랜드가 정착하기 시작하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동부해오름은 동부센트레빌로 바꿨고, 수원의 꽃뫼노을마을한국아파트는 화서역파크뷰로 바꿨다. 서울의 마장동금호어울림은 왕십리금호어울림으로 기존 축산물 시장의 이미지를 없앴다. 경기도 광명의 광명역세권휴먼시아5단지는 광명역세권메트로포레로 이름을 바꿨다. 이처럼 이름을 바꾼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상급지명, 신설 역, 신도시 이름을 붙이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인 LH의 브랜드를 없애거나 한다는 데 있다. 공공분양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LH의 이미지를 선호하지 않는 아이러니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 일요신문 

이름이 좋으면 좀 더 비싸게 거래될까? 

2008년을 전후해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신트리아파트 1~4단지가 외벽에 적힌 이름을 신목동으로 바꾸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목동 신시가지 10단지 건너편에 있던 신트리 1단지가 이름을 바꾼 직후 이뤄진 거래에서 시세가 1,000만원가량 상승했던 것이 기억난다. 기존 아파트들이 이름을 변경하는 이유가 이렇지 않을까? 부동산 가격은 거래 당사자 간 협의로 결정되는 것이라 얼마든지 심리적 요소가 개입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2021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단지명을 바꾼 서울 내 9개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봤더니 인근 아파트보다 7.8% 더 올랐다고 한다. 다만 팻네임보다는 브랜드가 붙으면서 발생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브랜드 단지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증가하며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영향으로 여겨진다. 

개명은 비단 아파트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동명을 버리고 새로운 동명을 선택한 사례들도 있다. 2008년에 서울 목동 인근에 있는 신월동이 신정동 일부를 합쳐 신목동으로 개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목동 주민들이 왜 졸지에 구목동으로 만드냐면서 반발해 무산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신림4동이 신사동, 신림6·10동이 삼성동으로 새로운 동명을 관철했다. 그 결과 서울엔 강남구 신사동 말고도 은평구 신사동과 관악구 신사동이 있으며, 강남구 삼성동과 관악구 삼성동이 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이름 짓기가 남발되고 있어 개성이 사라졌으며 의미를 쉽게 알기 어려운 합성어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인가, 단순한 이름이 오히려 주목받기도 한다. PH129, 나인원한남을 보자. PH129는 청담동 129번지에 지어진 펜트하우스(PH)라는 뜻이고, 나인원한남은 한남대로 91번지에 위치해 '나인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각각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에서 공급했으며 단순명료하게 아파트명을 지었다. 사실 이름이 바뀐다고 하여 내재 가치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멋들어진 이름이 아님에도 바로 그 자리, 그 입지에 있기에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상임을 우리는 안다. 

따라서 자신의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아파트 이름보다 입지적 특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자녀 교육이 우선이라면 교육 커뮤니티가 좋은 곳, 노후 생활을 바라본다면 전문 병원과 다양한 상가가 많아 식자재와 물건 구매에 어려움이 없는 곳처럼 자신에게 맞는 곳이 가장 좋은 선택이며 최고의 주거지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조혜경(경제 칼럼니스트) 

하은정 기자 hah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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