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탐탁치 않은 ABS...그러나 팬들에겐 선물이다

AI 심판 비판하는 선수, 감독들의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흔한 오심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 어제(한국시간 16일) 하루 오타니 쇼헤이가 2개의 삼진을 먹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2개의 콜이 모두 잘못됐다는 점이다. 카운트는 똑같이 1-2에 4구째였다. 첫번째(3회 선두타자)는 낮게 벗어난 스위퍼(83마일)에 심판 손이 올라갔다. 두번째(7회 2사 1루)는 바깥쪽으로 벗어난 포심(99마일)이다. 가차 없는 판정이 내려진다. 구심은 헌터 웬델스테트였다. ML 경력만 24년의 베테랑이다.

이쯤 되면 매너남도 표정 관리가 어렵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왜 아니겠나.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멀쩡히 두 눈 뜨고 당한 셈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타석을 벗어난다. 그러고도 멀티 히트를 쳐낸 게 대단하다(4타수 2안타).

경기 후 거의 모든 일본 매체가 이를 비판했다. ‘오심 연발에 불만 폭발’ ‘도대체 무슨 일인가…이해할 수 없는 판정’ ‘의혹의 심판에 미일 양국 팬들 소란’ 등의 제목이 달렸다. 관련 소식은 야후 재팬의 ‘많이 읽은 기사’ 랭킹 30위 안에 8개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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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비슷한 삼진, 4구 숫자

KBO리그가 16일까지 217경기를 치렀다. 전체 일정(720게임)의 약 30%를 소화한 셈이다.

올시즌 볼넷은 모두 1634개가 나왔다. 이걸 총 이닝(3862.667)으로 나누면 0.423이다. 이닝당 평균값이다. 최근 3년간 기록(0.416)과 비교하면 미세하게 높은 수치다. 이닝당 0.007 정도다. 9회를 기준으로 하면 한 게임에 0.06개 정도 많아졌다.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복잡한 계산의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로봇심판(혹은 AI심판)이 도입된 첫 해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용어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그 영향으로 타자 쪽이 아주 조금이나마 이득을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삼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닝당 K 숫자는 0.849개다. 최근 3년치(0.798)보다 약간 높다. 역시 9회를 기준을 하면 게임당 0.46개 많아졌다. 투수편을 들어준다는 의미도 된다.

사실 이런 숫자로 아직 의미를 따지기 어렵다. 시즌 초반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투수력이 우위에 있는 시점이다. 결국 큰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평균치에 수렴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굳이 계산기를 두들긴 것은 ABS의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전 세계 1부 리그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방식이다. 그로 인한 시행착오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단순한 기록 비교로 볼 때,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볼넷이나 삼진 숫자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작심 비판

그러나 여전히 시끄럽다.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다. 사람의 눈과 마음이다. 실제 그라운드에서 직접 겪는 선수나 감독, 코치들이 불만을 터트린다. “일정하지 않다”, “들쭉날쭉 하다” 같은 불평들이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다.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지난 달 말부터다. 리그 최고의 플레이어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에서 돌아온 류현진이다.

그는 “문제 있다.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다르다. 이 얘기 기사로 써도 좋다 ”며 돌직구를 날렸다. 마침 전날 경기 중 욕설을 내뱉는 것 같은 입 모양이 TV 중계 화면에 잡힌 터였다. 관계자들조차 “류현진이 저러는 건 처음 본다”고 깜짝 놀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성을 가진 선수다. 그런 투수가 정색하니 다르다. 리그 전체가 시끄러워진다. ‘사실 나도 그런 걸 느꼈다’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며칠 뒤 동갑내기 친구가 동조한다. 황재균이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헬멧을 던지며 불만을 터트린다. 결국 퇴장이 선언됐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얼마 전 심판의 오심 은폐 논란의 여파로 일이 커진다. KBO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는다. 지적된 투구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공개했다. ‘시스템 상으로는 정확하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박이다.

사태는 멈추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KOB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5~6가지의 개선안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로봇심판을 지지하는 여론

물론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류현진과 황재균의 말도 타당한 면이 있다. 정상급 선수들이고, 충분한 경험치가 인정된다. 게다가 중견이다. 여러 선수를 대변한다는 취지로도 이해된다. 문제 의식을 갖는 몇몇 감독, 코치도 마찬가지다. 새로 시행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잘 돼야 한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여론은 다르다. 로봇심판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각종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ABS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에는 비판적이다. 다양하고, 많은 얘기들이 나온다.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이제 판정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편하게 야구를 보는 게 너무 좋다. (오심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이런 후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관중이 늘었다는 관계자도 많다.

일부 감독, 선수의 불만에 대해서도 팬들은 질책한다. “실제 심판에게는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더니, 이제 기계가 한다고 너무 거칠고 노골적인 태도로 항의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여론이 이렇다 보니 선수협도 조심스럽다. 의견서 제출에 대해 “ABS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KBO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도입 초기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당연하다. 충분한 이의 제기와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 거친 대응은 설득력을 잃는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예전보다는 충분히 낫다.

ABS 시행은 선수를 위한 조치가 아니다. 생소하고, 조금 불편할지 모른다. 오랜 기간 경험한 감각과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들이 맞춰야 한다. 그게 책임이고, 마땅한 의무다.

이건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덕분에 필요 없는 감정 소모가 사라졌다. 눈에 쌍심지 켤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라운드가 조금 더 평화롭게 보인다.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