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 엄니’ 배우 김수미 심정지로 별세···향년 75세
MBC 공채로 ‘전원일기’만 22년 국민배우로
‘핼머니’ 코믹연기, ‘엄마 손맛’ 요리솜씨 인기
드라마·영화·예능을 넘나든 54년 연기 대가
문화계 애도…유인촌 장관 “가족 잃은 슬픔”
배우 김수미가 별세했다. 향년 75세.
25일 서울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김씨는 심정지가 발생해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지난 5월까지 뮤지컬 <친정엄마>, tvN <회장님네 사람들> 등에 출연해온 김수미는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김수미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입사하며 데뷔했다. <수선화>(1964), <들장미>(1976) 등 일일연속극에 출연하던 김수미는 1980년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그가 무려 22년간 연기한 ‘일용 엄니’다. 김수미는 이 수다스러운 시골 할머니 역할로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젊은 나이에 60대 여성 연기를 한 데 대해 김수미는 훗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죠.”(2009년 7월 인터뷰 중)
https://www.khan.co.kr/article/200907211734055
걸쭉한 입담의 ‘욕쟁이 할머니’는 김수미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김수미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 캐릭터를 활용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영화 <마파도>(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육혈포 강도단>(2010), <헬머니>(2015) 등이 대표적이다. 2005~2006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에서는 뱀파이어 ‘이사벨’을 연기하며 ‘젠, 젠, 젠! 젠틀맨이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김수미는 뛰어난 요리 솜씨로도 유명했다. 2005년 자신의 이름을 건 ‘김수미 간장게장’을 판매했고 2021년 반찬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요리 솜씨를 무기로 방송 프로그램도 출연했다.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수미네 반찬>을 진행했고, 2021년에는 KBS 예능 <수미산장>을 통해 손맛을 뽐냈다.
1998년에는 음식 책인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이야기>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너를 보면 살고 싶다>(1990>를 시작으로 총 8권의 책을 쓴 작가다.
유족으로 남편 정창규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 등이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김수미의 별세 소식에 문화계 안팎에서는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조문 메시지를 통해 “김수미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셨다”며 “우리에게는 스타를 잃었다기보다는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김영옥, 최불암, 신현준, 현영 등 고인과 함께 연기를 했던 배우들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여러 매체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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