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매치]① 국민은행, 3년째 뺏긴 왕좌…이환주 행장, '비용 통제' 승부수

/그래픽=박진화 기자

"KB의 저력과 '넘버원 DNA'를 믿고 국민은행의 꿈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동행을 함께 시작하자."

올해 1월 KB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환주 행장은 4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리딩뱅크=KB' 등식이 깨진 지 3년째다. KB금융그룹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로, 이 행장은 과감한 '비용 통제'와 '저원가성 수신' 확대 전략을 승부수로 띄웠다.

국민은행은 2022년부터 리딩뱅크 타이틀을 내줬다. 하나은행이 2022~2023년 연속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 신한은행이 거머쥐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수년째 해외 자회사 적자 누적과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일회성 비용 발생이 변수로 작용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예금, MMDA 포함)은 156조2034억원으로 작년 말(151조4751억원)보다 4조7283억원(3.12%) 증가했다.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증가폭이 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조3825억원(1.08%) 증가한 129조8788억원, 하나은행은 5326억원(0.46%) 늘어난 116조3405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3조5874억원(2.89%) 늘어난 127조9217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을 가진 요구불예금이 늘었지만 국민은행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저원가성 수신이란 금리가 낮아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비용이 낮은 예금상품을 말한다. 요구불 예금, MMDA가 포함된다. 저원가성 수신이 증가하면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수익성 위축을 방어할 수 있다.

저원가성 예금의 금리는 0.1% 수준에 불과해 예대마진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 더욱이 은행채 발행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보통주자본(CET1) 자본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이 행장은 이종산업간 협업을 바탕으로 저원가성 수신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빗썸과의 제휴가 대표 사례다. 빗썸 고객 대상 '실명확인입출금계정 서비스'에서 올해 1월부터 사전 등록을 시작으로 3월 말까지 KB요구불계좌 14만6750개, KB스타뱅크 계좌 11만3944개가 개설됐다. 빗썸 이용 고객은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원화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달에는 스타벅스코리아와 손을 잡고 '스타벅스 통장'을,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함께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인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스타벅스와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으로 고객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매년 20만명에 이르는 남성을 8년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1기(2007~2015)에서는 신한은행이 단독으로 참여했고 2기(2016~2025년)에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2기 장병 월급이 오르면서 연 2500억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작년 말까지 나라사랑카드 254만7000장을 발급했는데 국민은행이 80%의 비중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중 3기 사업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또 이 행장은 수신금리를 떨어뜨려 수익성을 방어하는 한편, 비용통제에 적극 활용할 복안이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부행장급 이상 전담 운전기사 지원 제도를 폐지했고 임원 개인 비서도 없앴다. 지주회사 KB금융이 올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대응을 위해 비용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국민은행의 2020년 초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갱신이 올해 도래하면서 이자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품은 5년 동안 고정금리로 대출이자 받다가 변동금리로 바꾼다.

당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2.5% 수준이었는데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78~6.11%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규모는 원화대출금의 38~39% 수준으로 2020년 말 116조5992억원에서 올해 3월 139조5095억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고정형 주담대 비중은 6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콩H지수 ELS 사태에 따른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의 불씨가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건은 과징금 기준을 판매금액이냐 수수료이익으로 잡느냐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보면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은 판매금액의 50%로 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 판매금액 16조원을 고려하면 8조원도 나올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판매 금액이 7조8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은행들의 홍콩H지수 판매 수수료수익은 1866억원가량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이 크게 줄어든다.

이 행장은 적자 해외법인을 흑자로 돌려 세우고 비용을 절감해 이익 증가 그림도 그린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가 큰 손실을 내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KB뱅크는 202년 8021억원, 2023년 2613억원, 2024년 3606억원의 순손실을 봤는데 올해 차세대뱅킹시스템(NGBS)을 도입하고 위험대출을 낮추며 정상여신을 늘려 올해 손익을 흑자로 돌려세운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원가성 수신 확보와 비용통제는 필수 사항이다"며 "저원가성 수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베디드 금융(비금융 플랫폼에 핀테크 결합) 등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는 국민은행이 올해 순이익 3조7700억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예상 순이익이 3852억원으로 국민은행보다 높고 하나은행은 3542억원 수준이다. 다만 격차가 크지 않아 올해 리딩뱅크 타이틀을 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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