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재 또 터졌다…WBC 대표팀, 마무리로 점찍은 오브라이언 부상 낙마

WBC 대표팀에 또 한 번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이 종아리 통증으로 결국 대표팀에서 빠졌고, KBO는 대체 선수로 두산의 마무리 김택연을 선택했다. 문제는 “한 명 교체”로 끝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팀이 애초에 구상했던 ‘뒷문 설계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오브라이언은 이번 대표팀에서 상징성이 큰 카드였다. 단순히 한국계 선수라서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160km에 가까운 강속구로 9회에 들어갈 수 있는 투수라는 기대가 있었다. 대표팀이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구간이 ‘후반 불펜’인데, 그중에서도 마지막 3아웃은 국제대회에서 승패를 가장 잔인하게 가르는 자리다. 그런데 그 핵심을 ‘확정’해 두려던 타이밍에 종아리 부상 소식이 터졌고, 결국 교체로 이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상 정도가 심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WBC는 리그처럼 한 달 쉬었다가 돌아오는 일정이 아니라, 몸 상태가 애매하면 곧바로 전력 공백으로 이어진다. 특히 투수는 더 예민하다. 종아리는 투구 밸런스와 하체 버팀의 핵심이고, 미세한 통증도 곧 구속·제구 흔들림으로 번질 수 있다. ‘괜찮다’는 말이 나오다가도 다음 날 등판이 막히는 게 야구다.

그래서 김택연 발탁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불안의 표시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이유는 간단하다. KBO에서 이미 마무리 역할을 맡아본 젊은 투수고, 압박 상황에서 9회 문을 닫는 루틴을 갖고 있다. 대표팀이 당장 필요한 건 ‘선발 후보’가 아니라 ‘끝내는 투수’에 가까운데, 그 역할 경험이 있는 자원이 김택연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안은 여기서 시작된다. 대표팀은 지금 ‘한 자리’가 비는 정도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연달아 전력 이탈이 터지는 흐름을 겪고 있다. 야구는 한두 명이 빠져도 버틸 수 있지만, 포지션이 핵심 축(선발·포수·중심 타선·마무리)으로 겹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대표팀은 부상 관련 변수로 명단 구성과 운영 계획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대체 선수가 약하다”는 단순 비교가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운영이 꼬인다는 것이다. 마무리를 특정 선수로 정해두면, 7~8회는 그 마무리에게 ‘길을 깔아주는’ 방식으로 셋업맨·좌우 스페셜리스트 운용이 깔끔해진다. 그런데 마무리 카드가 바뀌면, 7~8회에 들어갈 투수의 순서도 함께 흔들리고, 결국 벤치의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진다. 국제대회에서 1점 차 리드를 지키는 야구는 ‘기량’보다 ‘순서’가 무너질 때 훅 간다.

김택연에게도 숙제가 있다. KBO에서의 세이브 경험이 국제무대에서 그대로 복사되는 건 아니다. WBC 타자들은 한 타석 안에서 공을 더 오래 보고, 초구부터 단번에 승부를 걸기도 한다. 무엇보다 마운드·공인구·스트라이크존 감각이 다르면, 같은 구속이라도 체감 타이밍이 달라진다. 김택연이 대표팀에서 확실한 마무리로 굳어지려면, “빠른 공만으로 버티는 투수”가 아니라 “첫 스트라이크를 잡고, 결정구로 끝내는 투수”라는 믿음을 캠프와 평가전에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포인트는 딱 두 가지다. 첫째,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마무리 고정’으로 갈지, 아니면 상대·상황별 ‘클로저 플래툰’으로 갈지 결단해야 한다. 둘째, 남은 평가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건 구속이 아니라 연속 등판 가능성과 위기관리(주자 있는 상황의 제구)다. WBC는 하루 쉬고 등판하는 장면이 잦고, 한 번 흔들리면 다음 경기까지 여파가 번진다.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건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내일도 쓸 수 있는 팔”이다.

결국 이번 오브라이언 이탈은 대표팀에 아주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계획대로 가고 있나?” 그리고 더 날카로운 질문도 있다. “부상 악재가 여기서 끝날까?” 대표팀이 진짜 강해지려면, 남은 기간은 전술 훈련보다도 컨디션 관리와 선수 보호가 우선이 돼야 한다. 엔트리는 종이에 쓰는 명단이지만, 승부는 결국 ‘건강한 몸’으로 치르는 사람이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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