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 맛이 짭짤한 이유…안전한 제거 방법은

조현영 기자 2024. 7.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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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세균 + 먼지 + 콧물 = 코딱지

● 코가 몸을 지킨 흔적, 코딱지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공중을 떠다니던 먼지와 세균, 바이러스가 공기와 함께 콧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콧물을 통해 이물질들이 몸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죠. 콧물은 코 안쪽의 점막에서 흘러나오는 묽은 점액으로 코털 사이사이에 낀 이물질을 씻어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물질이 섞인 콧물이 바로 빠져 나가지 않고 코안에서 굳어 덩어리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바로 코딱지입니다. 코딱지의 양이 많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코딱지는 건강한 사람의 코에서도 생겨요. 다만 김민주 국립중앙의료원 이비인후과전문의는 "콧물이 노랗고 끈적끈적한 경우에는 부비동염을 앓고 있을 수도 있고 빨간 색깔이 섞여 있으면 콧속에서 피가 난 것이므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가끔씩 호기심에 코딱지를 맛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 43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8%가 코딱지를 먹어봤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코딱지는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안되는 이물질 덩어리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코딱지를 먹으면 몸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세균과 이물질이 잔뜩 든 코딱지를 먹었을 때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요.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코딱지의 맛은 약간 짭조름합니다. 코딱지의 원재료인 콧물이 짭짤하기 때문이죠. 액체는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합니다. 우리 몸은 세포 속의 물을 바깥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세포 밖의 액체를 짜게 만들어요. 그래서 콧물, 땀, 오줌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액체에는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충분한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으니 굳이 코딱지를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 코 안도, 코 밖도 위험하다

정상적인 코딱지는 투명하거나 옅은 흰색을 띠고 너무 바삭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촉촉한 것입니다. 세수할 때나 코를 풀 때 쉽게 빠져나가요. 하지만 건조한 환경에서는 딱딱하게 말라붙어서 콧속을 후비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기도 하죠.

어린이들은 얼마나 자주 코딱지를 파낼까요. 설문에 참여한 어과동 독자 중 81%가 평소에 코를 판다고 답했고 이중 하루에 한 번 이상 코를 파는 어린이는 57%나 됐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코를 파는 행위는 사실 매우 위험합니다. 씻지 않은 손에는 공기 중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먼지, 세균, 바이러스가 묻어 있어요. 이렇게 더러운 손으로 콧속을 후비다가 손톱으로 생채기를 낸다면 상처를 통해 나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상처가 생기고 감염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비염을 앓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어린이의 코는 성장 중이어서 어른과 달리 아직 근육이 완전히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말랑한 코를 자꾸 손가락으로 후비고 들쑤시면 콧구멍의 크기나 코의 모양이 변할 수도 있어요.

코딱지로 확인하는 건강상태.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코딱지를 파낸 손을 씻지 않고 그대로 쓸 때도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 코딱지 판 손으로 간식을 집어먹는다면 코딱지 속 세균과 바이러스 등 오염물질이 음식에 묻어 함께 먹게 될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과 물건을 공유하면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코딱지를 직접 파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코딱지를 없애는 것이 내 건강과 주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몸의 액체와 비슷한 농도의 나트륨이 든 식염수로 콧속을 헹구는 거예요. 만약 집에 식염수가 없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나 세수를 한 뒤 코를 가볍게 풀어서 촉촉하게 불어난 코딱지들을 빼낼 수 있어요.

코파지 않고 코딱지 없애는 법.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또 처음부터 코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고 겨울철에는 실내에 가습을 하며 물을 자주 마시면 코딱지 줄이기에 도움이 되죠. 신재민 고려대 의대 교수는 "건조하면 코딱지가 더 많이 생긴다"며 "콧속이 계속 건조하다면 병원에 가서 콧속에 바르는 연고를 처방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 동물들도 코딱지가 있을까? 

오랑우탄은 사람과 똑같이 손가락으로 콧속을 후벼 코딱지를 파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영장류도 코딱지 맛본다?!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코딱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가장 친숙한 개, 고양이 등 네 발로 걷는 포유류의 콧속에는 평소에 코딱지가 생기지 않아요.

사람은 콧속 공간이 넓어 공기 속 이물질이 잘 들어옵니다. 그래서 사람의 콧속에는 이물질을 붙잡는 코털이 촘촘하게 자라나 있어요. 반면 개와 고양이는 코 자체가 촉촉할 뿐만 아니라 콧속 공간이 비교적 좁아 잘 마르지 않고 코털도 없습니다. 콧속에 이물질이 머무는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사람은 두 발로 걷기 때문에 더 높이 있는, 덥고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코딱지가 쉽게 생깁니다. 개와 고양이는 네 발로 걸으며 땅과 가까운, 차고 습한 공기를 마시기 때문에 콧물이 잘 마르지 않죠. 단 감기에 걸리거나 많이 건조한 상황이라면 드물게 코딱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왼쪽부터) 사람은 높은 쪽에 있는 건조한 공기를 개는 낮은 쪽에 있는 습한 공기를 마신다 - 사람과 개의 코, 입 구조를 볼 수 있는 사진. 사람에 비해 개의 콧속 공간이 훨씬 더 좁다. 게티이미지뱅크, Jan F. Hawkins 제공

반면 고릴라, 원숭이, 오랑우탄 등 사람과 비슷한 종의 동물은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를 이용해 코를 후빕니다. 빼낸 코딱지는 아무데나 버리거나 슬쩍 맛보기도 해요. 앤-클레어 파브르 스위스 베른대 교수는 2022년 10월 미국의 한 원숭이 보호소에서 여우 원숭이의 일종인 아이아이(aye-aye)를 관찰한 영상을 공개했어요. 

아이아이의 손. 중지가 나뭇가지처럼 얇고 약 8cm 길이로 다른 손가락보다 더 길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GIB Dr. Mirko Junge(W) 제공

아이아이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코를 깊게 후비고 빼낸 손가락을 핥기도 했어요. 이 발견으로 아이아이는 코딱지를 판다는 사실이 드러난 12번째 영장류가 됐어요. 파브르 교수는 "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영장류는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코를 후비기를 좋아한다"고 설명했어요. 코딱지를 파는 행위가 인간만의 습관이 아니라는 거죠. 파브르 교수는 "인간과 영장류가 왜 파낸 코딱지를 맛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아이의 손가락이 코 안쪽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그래픽. Renaud Boiste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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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7월 15일, 안전하게 없애자! 코딱지 청소 대작전

[조현영 기자 4ever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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