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이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 중반대 공모 회사채 주관 실적을 올리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자기자본 규모는 30위에 머물렀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앞서며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체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였다.
현재는 SK그룹의 울타리를 벗어났음에도 성과의 40%를 관련 발행사에서 거둘 정도로 과거의 이력이 채권 주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14일 넘버스 리그테이블 자체 집계시스템 넘버스풀(Numbers Pool)에 따르면 청약일 기준 올해 상반기 발행된 공모채 가운데 SK증권이 주관한 금액은 2조5904억원이었다.
이번 집계에는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을 포함했다. 자산유동화증권과 담보부 발행,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주관 실적은 실제 주관사가 인수한 금액에 주관 외 인수단이 가져간 몫을 균등 배분해 산정했다.
SK의 공모채 주관 실적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증권보다 주관 금액이 앞선 증권사를 살펴보면 KB증권이 6조985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NH투자증권이 6조86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3조4593억원 △키움증권 3조442억원 △신한투자증권 2조9626억원 순이었다.
단지 올해만의 깜짝 성적도 아니다. SK증권은 2022년 상반기 공모채 주관 실적 3조5148억원으로 4위를 기록한 뒤 △2023년 4조2634억원 △2024년 4조338억원 △2025년 4조2347억원으로 꾸준히 5위에 올랐다. 올해는 전체 시장 위축으로 금액이 줄었지만 6위권을 유지했다.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SK증권의 순위는 더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증권의 자본총계는 6198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30위에 그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조 단위인 증권사들 중 상당수가 공모채 주관 실적에서는 SK증권보다 아래 순위에 자리했다. 삼성증권은 1조5273억원으로 7위에 그쳤고 대신증권은 1조3280억원으로 8위였다. 하나증권은 1조2553억원, 미래에셋증권은 1조1926억원으로 각각 9위와 10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실적은 SK그룹 관련 발행사가 뒷받침했다. 올해 상반기 관련 회사채에서 확보한 주관 금액은 총 1조175억원이었다. SK증권 전체 실적의 39.3%에 해당한다.
주요 주관 실적을 살펴보면 △SK네트웍스 1900억원 △SK 1800억원 △SK브로드밴드 1645억원 △SK가스 1300억원 △SK디스커버리 1100억원 △SK인텔릭스 1000억원 △SKC 440억원 △SK인천석유화학 410억원 △SK에코플랜트 330억원 △SK지오센트릭 250억원 등이었다.
다만 SK증권은 현재 SK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SK㈜는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J&W파트너스에 SK증권 지분을 매각했고, 이후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 SK증권은 1992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26년 만에 그룹 울타리에서 벗어났다.
SK 사명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계열 분리 이후에도 SK그룹 관련 회사채 주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과거 그룹 금융 계열사였던 이력과 발행사 네트워크가 DCM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증권은 오랜 DCM 업력과 발행사 네트워크를 상반기 성과의 배경으로 꼽았다. SK증권 관계자는 "당사 DCM은 1990년대 이후 리그테이블 5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온 전통의 하우스"라며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시장 곳곳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주요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상반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기존 회사채 주관뿐 아니라 구조화 금융까지 업무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SK증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구매대금과 매출채권, 대출채권 유동화 등 구조화 금융 분야에서 실적을 쌓는 한편 채권담보부증권과 에너지저장장치 관련 프로젝트로 업무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며 "구조조정 분야에서도 주식매각 후 주가수익스와프와 자금보충약정이 결합된 신종자본증권, 자산유동화대출 등 다양한 구조화 솔루션을 협의하고 있으며 고객의 비공개 수요를 파악해 차별화된 거래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민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