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꼭 사고 싶다”던 그 차가 정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스즈키의 소형 오프로더 ’짐니(Jimny)’가 까다로워진 유럽 환경규제를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스즈키가 프랑스에서 내놓은 ‘짐니 55주년 기념판’은 말 그대로 ‘작별 인사’다. 단 55대만 만들어 수집가들에게 팔겠다는 건, 사실상 “이제 그만 보내달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짐니만큼 ‘소유욕’을 자극하는 차도 드물다. 네모반듯한 외관에 스페어타이어를 뒤에 메고 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미니 지프’였다. 아빠들은 “애들 키우느라 미니밴 타지만, 언젠가는 저 차로 캠핑 다니겠다”며 눈독을 들였다. 1090kg의 가벼운 몸무게에 진짜 4WD 시스템과 부변속기까지 갖춘 ‘찐’ 오프로더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유럽은 갈수록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했고, 전기차 아니면 최소한 하이브리드라도 달아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짐니의 1.5리터 자연흡기 엔진(101마력)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스즈키는 한때 “2024~2025년 전기 짐니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작년 사장이 “짐니는 전동화 안 한다”고 선언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이번 55주년 기념판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마지막 선물’이다. 일반 짐니에 스즈키 레터링 그릴, 레트로 사이드 데칼, 빨간 머드플랩 등을 더하고 실내에는 기념 플라크와 가죽 여행일지까지 챙겨줬다. 가격은 2만 8955유로(약 4600만 원)로 만만치 않지만, 한정판 프리미엄과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더해져 컬렉터들 사이에서 벌써 화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는 퇴출되지만 일본에서는 5도어 버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저마다의 한정판을 내놓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면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짐니처럼 ‘순수한 재미’를 주는 차가 사라지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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