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맹폭 견딘 헤즈볼라… 비결은 北이 파준 ‘거미줄 땅굴’?

김명진 기자 2024. 9. 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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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초기에 판 땅굴과, 북한 땅굴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사진. /알마 안보 연구교육센터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폭격을 연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헤즈볼라가 이런 전례 없는 공격을 버텨내는 데는 과거 구축해 둔 ‘땅굴 네트워크’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과 이란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던 땅굴을 주력 무기를 보관·운반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며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른 이후 총연장 수백㎞의 거미줄 같은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 측은 2021년 보고서에서 헤즈볼라가 이 과정에서 이란과 북한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땅굴이 이번 사태에서 헤즈볼라의 고성능 무기를 보관하는 ‘지하 무기고’이자 ‘무기 운반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로켓 발사기와 무장대원들을 실은 트럭이 땅굴 내부를 달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최근 수일간 레바논 내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폭격해 수만발의 로켓과 미사일, 자폭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습의 영향에 대해 아무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무기고에 15만발에 이르는 로켓과 미사일을 비축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소속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레이그는 “(헤즈볼라의) 가장 강력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지하에 보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에는 헤즈볼라 대원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고서도 곧장 로켓을 발사하며 응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역시 땅굴을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한 데 따른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처럼 대형 항공폭탄 등으로 땅굴을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크레이그는 헤즈볼라의 땅굴 네트워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건설한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땅굴은 모래흙이 많은 연약지반을 파서 만들어진 것인 반면, 헤즈볼라의 땅굴은 바위를 뚫고 산속 깊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의 카밋 발렌시 선임연구원은 “(땅굴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이며 레바논에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내부 지휘 체계의 유연함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융단 폭격을 버텨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헤즈볼라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헤즈볼라의 2인자로 불리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이 지난 20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표적공습에 숨졌지만, 곧바로 후임이 임명됐다고 했다. 이스라엘 측은 아킬 암살로 헤즈볼라를 흔들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급 안보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이스라엘 북부 등지를 겨냥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이 이어지는 건 헤즈볼라의 지휘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크레이그는 “숫자나 기술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라 회복력 측면에서 볼 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전장에서 직면한 가장 강력한 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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