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등 가향 담배, 흡연 시도 쉽게 하고 끊기는 어렵게
세계 각국 '흡연자 양산' 가향 담배에 '철퇴'
한국은 표시규제 뿐..사실상 가향 담배 규제 없어
[앵커]
담배에 과일이나 박하 등 다양한 향을 첨가해 쓴맛을 줄인 것을 '가향 담배'라고 하는데요.
이 가향 담배가 흡연을 쉽게 시작하게 만들고, 금연은 훨씬 힘들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가향 담배를 금지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가 전혀 없어 국민 건강에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담배를 처음 피울 때 가향 담배가 영향을 줬나요?"
흡연자 3명 중 2명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의 2배가 넘습니다.
흡연자가 되는데 가향 담배가 한몫한 겁니다.
연세대 김희진 교수팀이 13살에서 39살 사이 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현재 흡연자 중 가향 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은 77.2%로 2016년 조사 때보다 12.4%P나 늘었습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층에 많았는데, 18살 이하 청소년 흡연자의 경우엔 85%가 가향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또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비가향 담배로 시작한 사람보다 현재까지 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았습니다.
금연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으나 현재 금연 중인 비율은 17.0%로, 비가향 담배로 시작한 사람의 금연 비율 19.6%보다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위해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가향 담배에 철퇴를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궐련에 멘톨, 박하향을 제외한 어떤 향도 넣지 못하게 했고, 2024년부터는 이마저도 금지할 예정입니다.
브라질이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모든 가향 담배를 금지한 데 이어, 캐나다와 유럽 연합 등도 뒤이어 가향 담배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담배 포장이나 광고에 가향 물질 표시를 못하도록 하는 게 규제의 전부.
일부라도 가향 담배를 규제하려던 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돼,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김희진 /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이전에도 (가향) 첨가물이나 캡슐 담배 규제 같은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었는데 통과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는 실제로 청소년들이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흡연자의 흡연 시작을 막는 것은,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만큼 늦기 전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기정훈입니다.
YTN 기정훈 (pro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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