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명적 허리케인" 미 플로리다 덮쳐 최소 15명 사망

2022. 9.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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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폭우·해일 동반..전문가 "기후변화로 강우량 늘고 속도 줄며 피해 키워"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치명적 허리케인 이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덮쳐 최소 15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침수·도로 및 가옥 붕괴 등 피해가 커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해상으로 빠져나간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다시금 상륙할 전망으로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언의 강우량이 늘고 속도가 느려져 더 큰 피해를 낳았다고 추정한다. 

미국 CNN 방송은 2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남서부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언(IAN)이 29일까지 플로리다 중부와 동북부를 훑으며 강한 바람과 많은 비, 높은 파도를 불러 와 이 지역에서 적어도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남서부 해안지역인 샬럿 카운티에서 8~9명, 리 카운티에서 5명, 새러소타 카운티에서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역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플로리다주 정부 및 연방정부는 아직 인명피해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혀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 전체에서 700명 가량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 지역 260만 가구가 정전 상태로 남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재난관리청(FEMA) 본부에 방문해 이언이 "플로리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며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상당한 인명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초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소방관인 마샬 지미 패트로니스도 CNN에 이언이 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 재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샬럿 카운티와 리 카운티를 둘러 본 드샌티스 주지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피해 상황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며 가옥이 파괴되고 차들이 길거리에서 물에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을 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인 리 카운티의 포트마이어스 지역에선 강풍 탓에 나무가 뿌리째 뽑혀 뒹굴었고 해안가엔 밀려 온 보트와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가득했다. 마을 일대가 어른 허벅지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2019년에 메릴랜드주에서 이 지역으로 이주한 다이앤 도시(57)는 집의 마룻바닥과 가구가 부서졌고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찼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물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가족과 함께 급히 위층으로 대피하며 "천장을 부수고 지붕으로 대피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손도끼를 챙겼다고 덧붙였다. 역시 피해가 극심한 새니벨섬의 경우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도로 일부가 완전히 무너졌다.

29일 공중에서 포트마이어스와 새니벨섬을 둘러본 재러드 모스코위츠 플로리다주 전 비상관리국장은 두 지역의 80%를 재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스코위츠 전 국장은 "이는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 법한 일인데 우리는 이미 두 번이나 겪었다"며 2018년 미국에서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이클을 언급했다.

28일 플로리다에 상륙 당시 시간당 최대 풍속이 150마일(241km)에 달한 4등급 허리케인 이언은 미국을 덮친 5번째로 강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되게 됐다. 허리케인 등급은 위력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뉘는데 3등급부터 대형으로 분류된다. 지속 풍속이 시간당 130-156마일(209-251km)에 달할 경우 4등급으로 분류되고 157마일(252km) 이상은 5등급에 속한다. 서부 해안지역인 네이플스와 포트 마이어스에서는 7피트(2.13m)에 달하는 파고가 목격됐다. 동부 해안 일부 지역 강우량은 800mm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강우량이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이언은 29일 오전 열대 폭풍으로 약화됐지만 이날 오후 플로리다 동부 해양에서 다시 1등급(지속 풍속 시간당 74~95마일, 119~153km) 허리케인으로 강화돼 3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다시 상륙할 전망이라고 미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대부분 해안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언은 29일 오후 11시께 시속 85마일(140km)의 바람을 동반해 북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 극지방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이 더 많은 수분을 품게 되고 이동 속도는 느려지면서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허리케인 이언의 경우 기후변화 탓에 최소 10%의 비를 더 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4년 이안과 비슷한 경로와 강도로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 찰리는 이안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이 지역을 빠져 나갔다.

전문가들은 24시간 이내에 풍속이 시간당 35마일(56km) 이상 증가하는 허리케인의 '급속 강화'가 잦아지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한다. 이언의 경우 26일엔 지속 풍속이 시간당 75마일(120km)를 기록했지만 다음날엔 125마일(201km) 28일엔 155마일(249km)로 빨라졌다.

▲미국 구조대원들이 2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이언'(Ian)이 휩쓸고 지나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주택가에서 물살을 헤치고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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