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94] <스파이 코드명 포춘> (Operation Fortune: Ruse de guerre,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무장 단체가 보안 시설을 공격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어 영국 정보국은 억만장자 무기상 '그렉 시몬스'(휴 그랜트)가 '핸들'을 최고 입찰자에게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핸들'은 세계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물리치도록 프로그램된 'AI'. 정보국은 '네이선 재스민'(캐리 엘위스)에게 '핸들'을 빼돌리라는 지시를 내린다.
'네이선'은 업계 최고의 스파이 '올슨 포춘'(제이슨 스타뎀)을 비롯해 해킹과 도청에 능한 테크 전문가 '사라 피델'(오브리 플라자), 스나이퍼부터 격투까지 전천후 요원 'J.J. 데이비스'(벅지 말론)으로 구성된 팀원을 꾸린다.
'그렉'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들은 '그렉'의 '최애 배우'인 '대니 프란체스코'(조쉬 하트넷)를 협박해 팀원으로 데려간다.
<스파이 코드명 포춘>을 연출한 가이 리치는 범죄 군상극에서 더 자신의 색채를 발휘한 감독이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년)를 통해 '30대 신인 감독'은 비범한 연출력을 보여줬고,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의 모습을 현란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냈다.
할리우드 데뷔작 <스내치>(2000년) 역시 마찬가지.
물론, 잠시 <스웹트 어웨이>(2002년)나, <킹 아서: 제왕의 검>(2017년) 같은 흥행 실패작을 통해 '그저 그런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 영화 <알라딘>(2019년)으로 '전 세계 10억 달러' 흥행을 기록하며, '흥행'에 대한 감이 돌아왔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알라딘> 촬영을 마치고 찍었던, <젠틀맨>(2020년)은 그의 초심을 외친 작품이었다.
가이 리치 감독이 선호했던 '비선형적 플롯'과 더불어, 관객에게 갑자기 대화하는 '제4의 벽'을 마음껏 활용했기 때문.
깔끔한 이야기 덕분에 <젠틀맨>은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객이 찾았을 영화였으리라 싶어 아쉬움이 짙었던 영화였다.
<캐시트럭>(2021년) 역시 가이 리치 감독의 인장인 '비선형적 플롯'이 챕터식 구성을 만나, 단순해 보이는 영화의 서사에 날개를 달아줬다.
<캐시트럭>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년)처럼, 한 사건에 얽힌 세 인물 군상의 시점으로 담아내 흥미로운 액션 영화를 만들어 냈다.
<알라딘> 이후 자신의 장기를 살린 작품으로 돌아간 가이 리치 감독은 조금 더 많은 예산을 받으며, '첩보 영화'에 도전했다.
인공 지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최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떠올리게 한다.
특정한 인종 혹은 무장 세력이 첩보 영화의 '빌런'으로 등장하기엔 조심스러운 요즘 분위기에, '최신 이슈'인 인공 지능이야말로 제격인 설정이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환갑이 넘은 나이의 톰 크루즈가 '죽을 각오'로 찍은 스턴트가 나오는 것도,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에 대한 진정 어린 생각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대신 가이 리치 감독은 "내가 '007 시리즈'를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걸 과시하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다.
'제임스 본드'가 마티니를 마신다면, '올슨 포춘'은 와인을 마시며 비교를 보여준다.
가이 리치 감독과 첫 장편부터 인연을 맺은 제이슨 스타뎀은 직접 헬기 조종에 나서고, 나름 맨몸 격투나, 잠입 액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과거 그의 출연작만큼의 '과격한 액션'은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의 스타일리시한 '수트'를 보여주거나, 특유의 보이스에서 묻어나는 유머를 좀 더 강화했는데, 이 역시 '제임스 본드'가 주로 하던 것이었다.
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두긴 했지만, 팀원의 역할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익히 보던 것이기에 기시감이 엿보였다.
<젠틀맨>과 <캐시트럭>이 가이 리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들어가 즐길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모든 것이 기성 영화의 '하위 호환'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근래 "폼 미쳤다"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대로 이번 작품은 그의 '폼'이 최악의 영화 중 하나였던 <스웹트 어웨이> 시절로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스웹트 어웨이>도 그의 장기가 묻어나는 장르가 아닌,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계급 풍자 로맨스 코미디였는데, 당시에도 원작의 신랄한 유머는 사라지고 없고 전처인 '마돈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평을 받았었다.
부디 가이 리치 감독이 자신이 잘하는 장르로 폼을 되찾아 오길 바라본다.
2023/08/30 메가박스 더 부티크 목동현대백화점
- 감독
- 가이 리치
- 출연
- 제이슨 스타뎀, 휴 그랜트, 조쉬 하트넷, 캐리 엘위스, 오브리 플라자, 벅지 말론, 에디 마산, 맥스 비슬리, 유지니아 쿠즈미나, 로데스 파베레스, 피터 페르디난도, 샘 더글라스, 코너 맥닐, 올리버 맬트먼, 에르군 쿠유주
- 평점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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