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엄마 하늘나라 그만있고, 집에 왔으면 좋겠다" 순직교사 8세 딸
"아내 떠난 후에는 계속 눈물만 나…아파트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
"악성민원 처벌할 수 없는 법률이 문제의 근원…관련 법률 개정해야"
[※ 편집자 주= 지난해 9월 순직한 심미영(가명) 대전용산초등학교 선생님 남편의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학부모, 학교 관리자 문제 등을 다룬 두 번째 기사는 8일(화요일), 구조적 문제, 정책 등 나머지 내용을 담은 세 번째 기사는 10일(목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둘째 아이는 만 8세의 딸인데,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왜 안 오느냐고 자주 묻습니다. 그곳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빨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니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 먼 여행을 간 것으로 이해합니다.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이는 만 13세의 딸인데, 애써 외면하고 슬픔을 표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픕니다,
지난해 9월 초에 학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심미영(40대 중반.가명) 대전용산초 선생님의 남편(40대 후반.회사원)은 지난달 21일 대전 시내의 한 스튜디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아내가 숨진 후에 아이들을 대전 시내의 처가에 보내놓고 혼자 아파트에 있으면 계속 눈물만 났다"면서 "그때는 극단적 선택 외에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 아내의 장기를 기증키로 했었는데, 뇌 손상에 따른 장기 손상이 진행돼 피부 기증만 하게 됐다"면서 "장기 기증은 힘들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후원하자는 우리 부부의 평소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심 선생님 남편은 "교육 5법이 부분적으로 개정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교사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근원적으로는 악성 민원, 무고성 민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처벌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심미영 선생님은 대전시 관평초등학교에 재직할 당시인 2019년 11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학부모들의 민원과 괴롭힘은 지속됐다. 심 선생님은 2023년 3월에 대전용산초로 옮겨왔다가 9월 초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음은 심 선생님 남편과의 일문일답.
-- 추석은 어떻게 보냈나.
▲ 아이들과 함께 대전의 처가에 갔다가 부산 본가에 다녀왔다.
-- 아이들은 엄마한테 갔다 왔나.
▲ 파라다이스 평화공원 추모관에 다녀왔다. 평소에도 추모관에 자주 간다.
-- 9월 7일이 심 선생님의 1주기인데 추모식은 어떻게 진행됐나.
▲ 지난 9월 6일 대전교육청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대전교사노조도 함께 주최했다. 행사장은 슬픔을 나누는 자리였고, 전체적으로 울음바다였다.
-- 자녀들은 몇살인가.
▲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작년에 아내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이었다.
-- 둘째 아이가 아직 어려서 엄마를 많이 찾을 듯한데.
▲ 엄마가 없으니 내가 둘째를 데리고 잔다. 아이는 잘 때마다 엄마를 찾는다. 엄마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답한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하늘나라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다. 이제 집에 왔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왜 안 와?"라고 묻는다. 아이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것은 알고 있는데, 단지 여행을 좀 길게 간 것으로 이해한다. 아직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 엄마가 왜 안 오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변해주나.
▲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가 돌아올 수 없으니 아빠와 같이 잘 지내자"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가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는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또 한다.
-- 첫째 아이는 어떤가.
▲ 애써 외면하고, 애써 슬픔을 표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프다.
--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
▲ 내가 직장 일로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평일에는 부산의 어머니가 대전 집에 같이 생활하시면서 아이를 돌본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대전 시내의 외갓집에 간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아이들은 외갓집에 자주 갔기 때문에 외할머니에게 익숙해져 있고 애착이 형성돼 있다. 외할머니는 엄마와 비슷해서 아이들은 외갓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엄마가 개인의 나약함이나 회피성, 도피성 또는 너희들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다. 슬퍼서, 힘들어서 혼자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다. 엄마가 떠난 것은 사회적 재난 같은 것이다. 큰 사고가 난 것처럼 그런 재난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늘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 엄마의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이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해줬다.
-- 심 선생님이 지난 6월 순직을 인정받았는데 남편께서는 어떤 생각이 드나.
▲ 아내의 명예가 조금이라도 회복된 것 같아 다행이다. 일련의 사건 중에 이제 5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 본인은 아내를 잃은 슬픔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 극복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내를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과 일에만 집중하려 한다. 그렇지만 아내와 관련한 이벤트(추모식 등)가 있거나 어떤 일(다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등)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아주 힘들다.
-- 장인 장모께서도 딸을 잃었으니 많이 힘들 듯하다.
▲ 장인어른은 표현을 잘 안 하시는데, 순직 절차도 알아보고 알려주시는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장모님도 표현을 잘 안 하시는데 추모관에 가면 슬픔이 많이 보인다. 나는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추모관에 자주 간다.
-- 고인의 성격은 아주 명랑한 편이었다고 하던데.
▲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명랑하고 쾌활하고 많이 웃는 편이었다고 한다. 옆에 같이 있으면 기분이 업되는(활기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집에서는 그렇게 활달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 아내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자기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꿍하면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바로 지적하고 해결하려 했다.
-- 정의감이 강한 편이었나.
▲ 정의감까지는 모르겠지만 속내에 있는 것은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일이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그렇게 해서 나와 많이 부딪혔다. 아내는 학생 대하듯이 나에게 지적을 많이 했다.
-- 심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많았다고 하던데.
▲ 집에서는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아이가 무슨 대회에 나갔고, 어떤 아이에게 이런 장점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 2019년 초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서 관평초 1학년 담임을 맡게 됐는데, 이때부터 학교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 반에 지도하기 힘든 아이 4명이 있는데, 이 아이는 이런 특성을 갖고 있고, 저런 시도를 했는데 잘 안되는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자문을 구했다. 아내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바로잡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 고인은 학교 문제, 학생 상황을 교무수첩에 빼곡히 기록해 놨다고 하던데.
▲ 아내는 원래 수첩에 기록해 놓는 것을 좋아했다. 자기 일상이나 학교 일을 수첩에 적어놓곤 했다. 관평초에 부임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는데, 나는 아내에게 아이들의 매일매일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놓으라고 조언했다. 그 기록이 축적되면 아이들의 행동 패턴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조언을 듣고 아내는 기록을 더 많이 해놓은 것 같다.
-- 그 교무수첩을 본 적이 있나.
▲ 지금도 내가 갖고 있다.
-- 작년 7월에 순직한 서이초 선생님 관련한 서울 집회에 심 선생님은 자주 참여했나.
▲ 아내는 서이초 집회에는 무조건 다 가겠다고 했다. 처음에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내는 힘들어했다. 아내와 주고받은 카톡에도 "옛날 그 학부모들이 머릿속에서 안 지워진다"고 했다. 관평초 당시 기억에 서이초 사건이 오버랩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주말마다 서울 집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면 표정이 밝아지곤 했다. 집회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적 포커싱(관심사안)이 되면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교사들은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희망이 보였던 것 같다. 이제는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그때 가졌던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는 다시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교사들이 많이 모여도 고질적인 학교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 부인께서는 작년 9월 초 저녁에 하늘나라로 가는 선택을 했는데, 그 전에 전혀 기미가 없었나.
▲ 아내는 정신과 병원 약을 끊었다가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내가 우울해하고 힘들어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날 아침에 내가 출근하면서 "갔다 올게"라고 했는데, 출근 준비 중이던 아내는 시무룩하게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일련의 과정에서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 처음에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고소, 고발, 순직 요구 등에 대한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처가에 맡겨놓고 우리 아파트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속 눈물만 났고 극단적 선택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나.
▲ 대전교사노조가 사건을 이슈화하고, 관련 자료를 챙겨주고, 수소문해서 증인을 찾았다. 순직 인정과 형사적 대응을 위한 변호사 지원도 해줬다. 대전교사노조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내의 사건은 아무도 모른 채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최근 6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여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중 드러나지 않은 억울한 죽음이 꽤 있을 듯하다.
▲ 선생님들의 극단적 선택은 대부분 그냥 묻힌다. 일부만 예외적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아내 사안은 대전교사노조의 도움으로 알려진 케이스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 아내가 유서나 어떤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나.
▲ 남기지 않았다.
-- 아내의 장기를 기증했다고 하던데.
▲ 우리 부부는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를 1명 낳을 때마다 다른 아이를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아내의 이런 의견도 있고 해서 가족회의를 열어 아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하늘나라로 가는 것은 우리 아이들한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런 결정을 했다. 그런데 뇌 손상에 따른 장기 손상이 진행돼 기증하기가 어렵게 됐다. 피부 기증은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 2019년 11월 사건으로 고인은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
▲ 그날 일은 단편적인 사안이 아니다. 그해 1년간의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최종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 당일 상황은 어떠했나
▲ 일이 생긴 것은 쉬는 시간이었다. 관평초 1학년 담당이었던 아내는 담임 선생님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의 뺨을 때렸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상대방을 때리는 경우는 그냥 폭행했다기보다는 상대방의 어떤 행위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아내는 두 아이를 자리로 불러서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 아이는 처음에 때린 사실도 인정하지 않다가 주변 아이들이 봤다고 하니 그제야 인정했다. 아내는 때린 아이에게 잘못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자기가 잘못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사과해야 해요", "앞으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 해요"라고 답변한다. 그 아이는 달랐다.
-- 어떤 점이 달랐나.
▲ 그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선생님 말을 듣지 않겠다면서 자기 양쪽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그때는 쉬는 시간이 끝났고 다른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내는 반 아이들에게 "잘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했다. 잘못한 아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물은 게 아니고, 잘못한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물으면 반 아이들은 "사과해야 해요", "다시는 그러면 안 돼요"라고 답변할 것이다. 아내는 반 친구들의 입을 통해 그 아이에게 교육적 효과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 아이들 답변 중에 "교장실에 보내요"라는 말도 있었나.
▲ 그런 답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그 말을 듣고 아이를 교장실에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아내는 더 이상 그 아이를 지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아이에 대한 지도가 불가능할 때는 교장 선생님이 지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부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는 아내가 인민재판을 했다고 주장했다.
-- 심 선생님이 그 아이에 대한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 그해(2019년) 3월 학기 초부터 그 아이는 문제 행동을 계속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친구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주변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많았다. 아내는 그런 일이 있으면 사과나 반성을 유도하는데, 그 아이는 응하지 않았다. 그 학부모에게 이런저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가정의 부모도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평소 생각이었다.
-- 그 엄마는 1학기 때부터 심한 행동을 했나.
▲ 1학기 말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학교에 상담하러 와서는 아내한테 불만을 이야기하고 난리를 치고 갔다고 한다. 그 이후 아내는 그 엄마에게 그런 연락을 못 한 것 같다. 아내가 정신과 병원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1학기 말의 그 사건 때부터다.
-- 2019년 11월 사건으로 인해 그 아이의 엄마가 심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나.
▲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되니 아동보호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이 학교에 와서 조사했다. 그리고 혐의가 있다는 의견을 경찰에 제시했다. 그렇지만 아내는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왜 아동학대로 봤나.
▲ 그들은 조사 과정에서 아내에게 "교실에서 고함을 질렀느냐. 목소리가 커서 아이들이 무서워했다더라"고 하면서 아동학대로 몰아갔다고 한다. 아내는 교육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는 막연하게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 소리를 지른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되나.
▲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요건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돼 있다. 아동이 자라는 데 정신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그게 다 아동학대라고 한다. 사람이 고함을 지를 수도 있고, 손뼉을 칠 수도 있는데, 이게 모두 정서적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선생님들의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경고' 표시를 들고 있는 호랑이 스티커를 칠판에 붙이는 것도 아동학대라고 한다. 기침을 해서 아이가 놀랐다면 그것도 해당될 수 있다. 올해 6월에는 한 선생님이 싸운 아이들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아이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러니 선생님들이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생활 지도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 유족과 교사노조는 경찰 수사가 잘못됐으니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이 다시 수사하고 있는데 어떤 상황인가.
▲ 나도 검찰에 가서 조사받았다. 검찰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도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 사후의 문제에 대한 조치에 집중하는 듯하다. 나는 검찰이 그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에 대해 책임을 묻는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그래야 아내 사건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가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내 아내의 사건이 단순한 이벤트성 이슈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교육 현안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 교육 현장을 올바르게 잡아가지 못한다면 얼마 후 미래에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옛말에 아이 1명을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남들 아이는 경쟁자 또는 적(敵)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 아이를 키우는 동반자 또는 협력 관계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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