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돈 좀 쓰고 사는 오타니

사진 = 게티이미지

최고급 헤어숍의 신혼부부

솔직히 인정한다. <…구라다>는 패션에 문외한이다. 특히 헤어 쪽은 더 그렇다. 길고, 짧고. (염)색이나 컬의 유무를 간신히 구별할 뿐이다. 게다가 야구 선수는 더 어렵다. 대개 모자 속에 감춰진다. 본인들이야 신경 쓰겠지만, 남들이 알아보는 건 쉽지 않다.

며칠 전이다. 오타니 쇼헤이(29)의 머리가 시선을 끌었다.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관찰기다. 눈썰미 좋은 몇몇 댓글러가 멘션을 올렸다. ‘오, 깔끔해’ ‘뭔가 세련된 건가’. 그런 후기가 달렸다. 그러고 보니, 조금 짧아진 것 같다. 모처럼 휴식일에 손을 봤나 보다.

일본의 한 미디어가 이 소식을 다뤘다. ‘뉴 포스트 세븐’이라는 대중 매체다. 바른생활 사나이의 헤어 컷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시마(SHIMA) LA’라는 곳에서 머리를 잘랐다는 보도였다.

‘시마’라는 헤어숍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다. 1971년 도쿄에서 오픈한 곳이다. 이후 지점을 10개로 늘렸다. 긴자, 하라주쿠 같은 패션의 중심가에서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곳으로 불린다.

지난달 LA점을 오픈했다. 첫 해외 진출이다. 그리고 VIP 고객을 맞게 된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방문은 혼자가 아니었다. 부부 동반이었다. 신혼 아닌가. 머리 손질도 다정하게 함께 했다. 이곳을 소개한 것도 아내 마미코 씨였다.

가격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 지점을 기준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업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커트는 6900엔(약 6만 원)부터 출발한다. 프리미엄 커트는 8500엔(약 7만 5000원)으로 돼 있다. 여기에 스타일리스트의 등급에 따라 추가 요금(500~1500엔)이 붙는다. 물론 염색, 펌, 트리트먼트 등은 별도다.

LA점은 가장 핫한 곳에 위치했다. 할리우드와 베벌리힐스 인근이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다. LA 물가는 세계적이다. 여기에 팁도 20~30%는 기본이다. 게다가 부부를 담당한 사람은 이곳의 수석 미용사였다. 아마도 수백 달러의 지출은 충분히 예상된다. 우리 돈으로 하면 몇십만 원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미국 6년 만의 내 집 마련

하긴 뭐. 수입을 감안하면 새 발의 피다. 광고 모델로만 1년에 6000만 달러(약 824억 원)를 번다. 연봉은 가욋돈이다. 머리 자르는데 수백 달러쯤이야 얘깃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누군가. 바른생활 사나이다. 희대의 모범생이다. 외식조차 거의 없다. 원정지에 가면 호텔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뉴욕 거리도 구경해 적이 없다는 고백이 화제였다. 오직 야구에만 모든 인생을 건다.

그런 캐릭터치고는 의외라는 얘기다. 초일류 헤어숍, 수석 미용사. 그런 단어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전에는 선수들 소개로 일본인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발비는 푼돈에 불과하다. 부동산 쪽으로는 훨씬 덩치가 크다. 이미 ‘큰손’으로 불릴만하다.

최근 거래가 신혼집 구입이다. LA 근교에 저택을 마련했다. 라카냐다는 부촌이다. 방 6개, 화장실은 6.5개(0.5개는 샤워 시설이 없는)로 이뤄진 3층 집이다. 수영장은 물론 영화관, 사우나, 헬스장, 농구 코트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전체 부지가 1에이커(약 1224평), 건평만 200평이 넘는다.

거래가는 785만 달러(약 107억 원)다. 미국에서는 은행 대출을 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굳이 비싼 이자를 낼 필요는 없다. 그의 재력이면 전액 지불도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출근 거리 때문이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20분 거리다. LA에는 리틀 도쿄도 있지만, 주거지로 꼽히는 곳은 아니다. 반면 라카냐다는 안전하고, 조용한 동네다. 한인들, 특히 주재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오타니가 구입한 저택 구글 어스

6년간 급여 계좌에 로그인도 안 해

그동안은 월세살이였다. 미국 6년 만의 ‘내 집 마련’이다.

지금부터 한 달 전이다. 그러니까 올 4월이다. 하와이에 세컨드 홈을 구입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일본 매체의 최초 보도에 이어 월 스트리트 저널이 확인시켜 줬다. 빅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 리조트에 있는 저택을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아직 개발 중인 부지다. 내년 7월 완공이 목표다. 크기는 라카냐다의 집(200평)과 비슷하다. 여기에 타격이나 투구 훈련이 가능한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1700만 달러(약 235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월 스트리트 저널에 “최근 이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고, 내 부지 한 곳을 정했다. 가까운 미래에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집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과 두 달 사이다. 거액의 부동산 투자가 연타석 홈런으로 터졌다. 무려 2500만 달러(약 340억 원) 상당의 규모다. 적어도 그의 인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폭주(?)다.

낭만적인 시각도 있다. 아끼는 사람이 생기고, 가정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함께 최고급 헤어숍을 이용하고, 농구 코트가 딸린(아내가 농구 선수 출신이다) 집을 쇼핑하고…. 그런 것들이 모두 사랑의 힘이리라.

반면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굳이 아등바등 살면 뭐 하냐는 말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 세계다.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한 배신감이다. 미국 생활을 함께 시작한 절친이자 형(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이었다. 모든 것을 믿고 맡겼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거액을 도난당했다. 심지어 자신도 비난의 대상이 될 뻔했다.

미즈하라가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딱 하나였다. 에인절스 시절의 급여 계좌였다. 거기서 1700만 달러를 빼돌렸다. 아마 세금을 제하면, 6년간 모인 연봉의 상당 부분일 것이다.

수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정작 오타니 자신은 한 번도 로그인 기록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만큼 돈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프로가 돼서도 용돈을 받았다는 일화다. 어머니가 한 달에 10만 엔(약 88만 원)을 줬다. 그럼 9만 엔을 저축했다는 심성이다. 내내 숙소에서 생활하고, 크리스마스이브도 배팅 케이지에서 보냈다. 운전면허가 없으니, 자동차도 없다. 싸구려 티셔츠 몇 장이 외출복의 전부였다.

가족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직장을 충실히 다녔고, 어머니도 알바를 계속했다. 형과 누나도 동생 덕을 바라지 않는다. 아파트 대출금도 자신들이 알아서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럼 뭐 하나. 아끼면 뭐 된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다. 허무하고, 허탈하고, 치가 떨린다. 그게 뼈저리게 느껴지는 그의 3~4월이었다. 그런 점에서 달라진 모습은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