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세대 여류시인 추창영 유고시집 '풍란을 붙이며' 출간...29일 출판기념회
하늘이 텅 빈 오늘은/마음 붙일 곳 없어/돌에다 풍란을 붙인다//마른 늪/마른 바람/마른 손//긴 하루해/서천에 타는 노을인데//지친 내 의지의 새는/도로의 깃털을 뽑고//그러나/허물어지는/육신을 추슬러/아직도/몇 날을 버텨야 하는데//돌피에 뿌리 뻗고/모질게 살았음을/끝내 한 송이 꽃으로 말하랴//오늘은/삭아 내리는//가슴을 동여매듯/돌에다 풍란을 붙인다
(추창영 시 ‘풍란을 붙이며’)
국내에 여성 시인이 드물었던 시대, 지역문단에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개척했던 경남 1세대 여류시인 고(故) 추창영 시인 타계 5주년을 맞아 추모 행사가 펼쳐진다.
경남문인협회와 경남문학관은 오는 29일부터 창원에 위치한 경남문학관에서 고 추창영 시인의 문학 정신과 삶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고 추창영 시인은 1960년 미당 서정주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언론계에 몸 담고 시작 활동을 병행하면서 도내 문단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이번 행사는 고 추창영 시인의 유고시집 ‘풍란을 붙이며’ 출판 기념회와 함께 그의 문학 세계와 삶을 회고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풍란을 붙이며’는 그가 직장이던 MBC경남에서 정년퇴임 후 지병과 치료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열정적으로 창작한 주옥같은 시 작품 중 60편을 선별하여 묶어낸 시집이다.
전문수 문학평론가는 표제작 ‘풍란을 붙이며’에 대해 “뼈아픈 병고의 고독한 현실 속에서도 절대 시학의 독법으로 고상하고 품격있게 시적 형상화 작업을 한, 그의 시적 역량이 어떠한지를 천명해 보인 명시”라고 소개했다.
유고시집 시집 출판기념회와 추모 행사는 29일 오후 2시 경남문학관 2층 시청각 교육실에서 열린다.
시인의 방송사 후배인 정은희(MBC경남 제작부장)의 사회로 경남문인협회장과 경남문학관장의 인사, 시인의 생전 영상과 육성 자료 상영 등이 이어진다. 그의 시 세계에 대한 전문수 문학평론가(창원대 명예교수)의 평설과 시 낭송가인 김효경 시인의 시 낭송도 준비돼 있다.
추 시인의 방송·문단 후배로 이번 행사에 팔걷고 나선 김일태 시인(이원수문학관장·전 MBC경남 국장)은 고 추창영 시인의 방송과 삶을 추억하는 회고담을 들려준다. 시인의 외아들인 고봉진 창원대 메카트로닉스대학 학장은 유족 대표 인사를 전한다.
시인의 손때가 묻은 유품 전시회도 마련된다. 29일부터 오는 7월 15일까지 경남문학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고 추창영 시인은 1938년 2월 마산 출생으로 1956년 백치 동인 창립 회원으로 참여해 활동한 작가다. 1968년 첫 시집 ‘오월 한낮에’를 상재한 이후 ‘징 소리’, ‘빈 배가 되어’, ‘빗소리 바람 소리’, ‘우리 삶에 그리움으로 오는 것’ 등 5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1970년 경남 도내 첫 수필동인단체인 ‘동인수필’ 창립을 주도했다.
직장 생활로는 1960년 부산 MBC(아나운서) 입사 이래, 1969년 경남방송(마산MBC 전신)으로 이직해 PD로 재직해 왔다. 1996년 12월 마산MBC의 편성부국장으로 정년퇴직할 때까지 방송 제작 일을 했다.
1986년 마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 1996년 경남도 문화상 언론 부문, 1999년 산해원불교문화상 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9년 타계했다.
한편 행사 실무를 맡은 김일태 시인은 “경남 문단에서 추 시인의 위상과 문학적 업적이 대단한데도 불구하고, 직장 정년퇴임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건강으로 대외 활동을 거의 못 해 공백기처럼 평가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고 시집 발간이 생의 마지막까지 창작에 열중한 추창영 시인의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경남 #추모 #시인 #추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