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세아상역 지주 전환의 의미…후계자 차녀 김진아 낙점
2015년 글로벌세아㈜ 출범과 함께 이사회 포진
최근엔 오너 일가 중 첫 대표 선임 후계 0순위
2022년엔 세아상역…3녀 김세라 뒤늦게 합류
장녀 김세연 미국서 개인업체 운영 ‘마이웨이’
2015년 11월, 글로벌세아그룹의 지주 체제 전환의 의미는 단지 계열 지배구조 개편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시 64세였던 창업주 김웅기(73) 회장의 후계구도가 수면 위로 부상한 계기이기도 했다. 세 딸 중 차녀를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보는 게 맞다. 김진아(40) 현 글로벌세아㈜ 대표이사 사장이다.
오너 김웅기, 차녀 지주 대표로…후계자 못박아
김 회장이 일궈 놓은 가업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2세 역시 김 사장이다. 미국 국적자로서 25살 때인 2009년 그룹의 모체이자 의류 제조·수출업체인 세아상역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이어 세아상역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글로벌세아㈜가 출범하자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세 딸 중 처음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31살 때다.
당시 모태사 세아상역은 2004년 1월 김 창업주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로 전문경영인 이용학→김태형→허정수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는 동안에도 이외 등기이사는 김 회장과 부인 김수남(66) 세아재단 이사장이 맡아온 사실상 부부 체제였다.
기업분할이 이뤄진 뒤로는 글로벌세아㈜, 세아상역 모두 각각 전문경영인 김기명·하정수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주사는 김 회장과 김 사장 부녀, 주력사는 김 회장과 김 이사장 부부가 이사진에 포진한 것이다.
지주 체제 전환을 계기로 김 회장이 사실상 차녀를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1월에 가서 김 사장은 양친이 사내이사로 있는 세아상역에도 세 자매 중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8월 김 창업주의 글로벌세아㈜와 세아상역 이사회 퇴진을 계기로 김 사장이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는 것은 김 회장이 김 사장을 차기 오너로 확실히 못박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글로벌세아㈜ 대표로 선임됐다. 같은 시기 쌍용건설 부사장에서 승진한 심철식(61)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서 경영 총괄과 재무를 나눠 맡는 구도다. 지주 출범 직후부터 단독대표를 맡아온 김기명(67) 부회장은 물러났다.
즉,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출범 이후 오너 일가가 수장을 맡은 것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현 3명의 이사진 중에서도 유일하다. 이에 더해 사업 중추 계열사인 세아상역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김 회장이 차녀에게 부쩍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24개 국내 그룹사 중 가족사 ㈜태범을 제외한 지주 체제에서 글로벌세아·세아상역 외에 쌍용건설, 태림포장·태림페이퍼, 인디에프 등 다른 계열사들의 경우 오너 일가가 이사회에 적을 두지 않은 소유·경영 분리 체제다. 이 점에 비춰 보더라도 김 사장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김웅기 지주사 지분 차녀 중심 승계 가능성
바꿔 말하면, 때를 같이 해 김 회장이 막내딸을 세아상역 전략기획총괄 전무에서 영업부문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세아상역의 사내이사직을 물려주기는 했지만 3녀는 후계구도에서 뒤쳐진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장보다 7살 아래 동생 김세라(33) 부사장이다.
글로벌세아㈜와 달리 세아상역은 변함없이 하정수→유광호→문성미 대표로 이어지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데다 모친과 작은언니에 이어 김 부사장이 뒤늦게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모양새를 띄고 있어서다.
김 창업주의 맏딸의 경우는 후계구도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 김 대표의 두 살 언니인 김세연(42) 제이디링크(JD Link) 대표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세아상역을 뒷배 삼아 개인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JD Link는 2019년 10월 미국 뉴욕에 설립한 100% 개인 소유의 아동 유아복 무역업체다. 2010년 43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세아상역으로 부터 벌어들이는 JD Link 매출이 확대 추세다. 작년에는 106억원을 기록했다. 세아상역으로부터 한 해 평균 68억원 4년간 총 2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녀는 미국 소재 법인 에스제이디(SJD LLC)도 소유 중이다. JD Link에 앞서 2018년 3월 창업한 부동산 중개 및 컨설팅 업체다. 1대주주로서 99.9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대표직도 가지고 있다.
결국 김 창업주 세 딸들의 경영 입지를 종합해보면 현 단계에서는 김 회장의 유일한 계열사 주식이자 오너십 그 자체인 글로벌세아㈜ 지분 84.8%는 후계 0순위인 차녀 김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세자매의 수두룩한 계열 지분 중 향후 승계 재원으로서의 단연 세아상역 주식의 활용가치를 맨 먼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세 자매가 사업 중추 계열사이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의 지분을 38.06%나 가지고 있어서다. 1대주주 글로벌세아㈜ 소유의 61.94% 외의 지분이다.
바꿔 말하면 김 회장이 지금껏 확고부동한 오너십을 쥐고 있다고 해서 지분 승계 작업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보면 오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세아㈜ 지분을 넘겨주지 않았다 뿐이지 2세가 가업에 입문하기 훨씬 전인 2004년부터 기반을 닦았다.
특히 대물림 기반 조성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해 세 딸들의 개인 재산을 손쉽게 불려줬다는 따가운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거버넌스워치] 글로벌세아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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