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노포기행] 의정부 부대찌개의 진수, 경원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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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공식 인증받은 점포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신한카드, 그리고 브릭스 매거진이 '백년가게'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요리사이자 작가인 박찬일 요리사와 함께 백년가게 탐방에 나섰습니다. 여러 저서를 통해 '노포'라는 말을 처음으로 대중에 알린 박찬일 요리사와 다양한 지역으로 백년가게 탐방을 떠나보세요.
박찬일 요리사

“의정부 일대에만도 미군 부대가 많았죠. 미 1군단이 있고 비행단, 탄약부대 등 부대가 많았어요. 동두천 전방 사단에서도 오고요. 뭐, 정품이 없었죠.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걸 썼어요. 지금은 다 정식 수입품이나 국산이죠. 부대에서 나오는 건 전혀 없어요.”

의정부 부대찌개집 경원식당

부대찌개의 전설 의정부 경원식당을 만들어온 안주인 이종희 씨(79)의 말이다. 그는 ‘꿀꿀이죽’ 시절부터 기억한다. 경원식당은 오래되기도 되었지만, 맛으로 으뜸가는 지역의 식당이다. 의정부 부대찌개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타지에서도 많이 오지만 특히 지역민이 가장 사랑하는 집이다.

박찬일 요리사와 의정부 부대찌개집 경원식당의 1대 대표 이종희 씨

“다른 건 없고, 우리가 최선을 다했죠. (주방으로 데려가며) 이 큰 육수도 다 우리가 끓여요.”

멸치를 기본으로 하는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맛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거대한 육수 통이 엄청난 화력의 가스 테이블에서 끓는다.

“예전에는 기름 때고 연탄 때고 했어요.”

경원식당에서 끓이는 부대찌개 육수

혹시 부대찌개 육수하면 생각하는 하얀색의 그 육수는 안 쓰냐 묻자 손사래를 친다.

“그런 건 우린 몰라요. 직접 끓여 씁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주로 프랜차이즈에서 쓰는 뽀얀 색의 육수다. 적어도 의정부, 동두천의 노포 부대찌개집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육수 끓이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경원식당 1대 대표 이종희 씨

부대찌개는 서양 재료가 핵심이다. 그것도 미군이 즐겨 먹는 가공 햄류, 소시지가 주력이다. 재론할 것도 없지만 (미군) 부대찌개란 뜻이다. 부대탕, 존슨탕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부대찌개는 아주 신기하고 역사적인 음식이다. 한국 음식사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기는 아주 높다. 그래서 부대찌개가 한식이냐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다. 당연히 한식이다. 미군 음식도 아니고 그 어떤 나라 음식도 아니다. 세계에서 오직 한국인만 먹는다. 그런데도 ‘한식인가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깨끗하게 관리되는 경원식당의 주방

부대찌개는 미군 부대에서 나오던 육가공품에 간 고기(민치라고도 부른다)를 섞고, 거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 파, 마늘, 육수를 부어 ‘김치반찬!’에 밥을 먹는 음식을 이른다.

이 음식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한국전쟁, 6.25전쟁부터 생각해야 한다. 전쟁이 터지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들이 먹고 남은 잔반이 시내에 유출됐다. 거기에 더러 고깃덩어리나 소시지 캔 남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모아서 전국의 허름한 노점에서 끓여 팔았다. 서울의 경우 회현동(남대문시장 근처) 근처에서 많이 팔았고, 의정부는 현 의정부역 근처에 있었다. 한 그릇에 10전 했다고 한다. 그 시대를 오롯이 살아온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미군 부대 꿀꿀이죽에서 담배꽁초가 나오는 걸 보고 비위가 상했다고 쓰기도 했다.

경원식당에서 쓰는 햄, 소시지

“미군 부대 말고 그런 고기나 소시지, 햄이 나올 데가 어디 있어요. 짬밥을 받아썼다는 건 초기 이야기이고, 우리 부대찌개집 나오고부터는 제품을 구하는 거예요. 양키물건 파는 시장에서 구하는 것도 좀 나중이고, 우리는 직접 받아썼죠.”

직접 받아썼다? 대개 이런 식이다.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군무원이나 미군과 동거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부대 P.X에 출입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일종의 부대찌개 재료 공급업자였다. 당연히 불법도 많았다. 그런 암시장이 형성되던 때였다. 부대찌개는 초창기만 해도 아무나 먹을 수 없는 나름 고급음식이었다고 한다. 삼겹살 회식이 흔해지기 전엔 의정부지역 회사들, 공장들의 인기 회식 메뉴였다.

“장사가 잘 되니까 소시지, 햄 써느라고 직원들이 손목이 아파서 일을 겨우 하곤 했어요.”

부대찌개를 먹어본다. 깔끔하게 햄과 소시지가 들어 있고, 양념이 시원하다. 아아, 이건 국제적인 맛이라기보다 그냥 우리에 익숙한 한국 찌개의 맛이다. 멀리 미국의 음식이 한국에 오고, 그게 찌개라는 한국 고유의 음식에 녹아든 가장 완벽한 한 냄비다.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음식을 먹었을까? 아니다. 그러니, 부대찌개는 가장 아프고 가장 슬프고 가장 벅차고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그때 먹을 거 없을 때 기름진 미군 부대 물건 넣고 끓이니 맛이 없겠어요? 그게 부대찌개 맛이에요.”

이종희 씨는 1980년에 부대찌개집을 열었다. 원래는 체신부 공무원이었고, 남편을 돕기 위해 식당을 냈다가 노포가 되었다. 현재는 아들 황승현(50) 씨가 이어가고 있다.

“미국 소시지, 햄이 우리나라 와서 이렇게 찌개가 되었어요. 참 세상 모를 일이죠.”

무엇보다 이 집 부대찌개는 참 맛있고 시원하다. 손님에게 인기가 높다는 건 이유가 있다.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지만, 일부러 옛날 생각하며 먹었다. 이제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 냄새(소시지, 햄)를 맡고 충격을 받았다던 옛 한국인 생각을 하면서 먹었다. 아프게 먹었다. 맛은 최고였다.

이종희 씨와 현재 경원식당을 이끌고 있는 아들 황승현 씨

글ꞏ인터뷰 박찬일
사진 신태진
기획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신한카드 & 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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