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잠근 뚜껑을 내가 열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병과 용기의 뚜껑을 여닫으며 생활합니다. 이러한 뚜껑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그 중 페트병이나 유리병 등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뚜껑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뚜껑은 병 입구에 단단히 밀착한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잠기고, 왼쪽으로 돌리면 열리는데, 한 번쯤은 내가 직접 잠갔던 뚜껑이 열리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을 겁니다.

뚜껑이 열리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손에 기름기나 물기가 있어서 마찰력이 줄은 상태거나 너무 꽉 잠근 상태거나 온도 변화로 인해 내부 압력이 변했거나 꿀이나 시럽 등 점성이 높은 액체가 굳어서 뚜껑을 붙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부요인이 없을 때도 내가 잠갔던 뚜껑이 잘 열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내가 잠근 뚜껑인데, 왜 내가 못 여는 일이 생기는 걸까요? 팔심이 그사이 약해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여기에는 조금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엎침(Pronation)과 뒤침(Supination) 운동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팔 아래쪽인 전완(Forearm, 아래팔)에는 노뼈(Radius)와 자뼈(Ulna)라는 두 개의 긴뼈가 평행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중 노뼈는 손목 쪽 끝이 자뼈 위를 구르면서 회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손바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데,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도록 회전하면 엎침, 위를 향하도록 회전하면 뒤침이라고 합니다.

앞서 돌려서 여닫는 뚜껑은 여닫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고 했습니다. 정해진 방향에 따르면 뚜껑을 잠글 때는 뒤침 운동을, 열 때는 엎침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두 운동에 사용되는 근육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서 발생합니다. 엎침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은 원엎침근(Pronator teres muscle)과 네모엎침근(Pronator quadratus muscle)인데, 실제 근육을 보면 이름 그대로 생겼고, 크기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반면 뒤침 운동을 하는 근육은 손뒤침근(Supinator muscle)과 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li muscle)이 담당합니다. 엎침 운동에 사용되는 근육과 비교했을 때 손뒤침근은 큰 편이 아니나 이두박근이라고도 하는 위팔두갈래근은 아주 거대한 근육입니다.

이 이두박근은 여러 작용을 하는데, 뒤침 운동을 돕는 기능도 있습니다. 물론 팔을 펴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두박근의 주요 작용이 팔꿈치를 구부리는 것이므로 뒤침 운동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나 구부린 상태에서는 이두박근이 팔꿈치를 더 구부릴 필요가 없기에 그 힘을 뒤침 운동에 쓸 수 있습니다.

이 이두박근은 여러 작용을 하는데, 뒤침 운동을 돕는 기능도 있습니다. 물론 팔을 펴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두박근의 주요 작용이 팔꿈치를 구부리는 것이므로 뒤침 운동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나 구부린 상태에서는 이두박근이 팔꿈치를 더 구부릴 필요가 없기에 그 힘을 뒤침 운동에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뚜껑을 강하게 여닫을 때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를 굽힙니다. 팔꿈치를 굽히면 원엎침근도 힘을 더 잘 내는데, 이두박근은 더 강한 힘을 냅니다.

즉, 뚜껑을 잠글 때는 강한 뒤침 근육을 사용하면서 강하게 잠글 수 있지만 열 때는 상대적으로 연약한 엎침 근육을 사용하므로 내가 직접 잠갔던 뚜껑이라도 다시 열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뚜껑을 필요 이상으로 꽉 잠그는 이유가 뭘까요? 기본적으로 내용물이 새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으나 탄산음료의 경우 탄산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꽉 잠그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뚜껑은 이미 설계 자체가 정해진 대로 잘 잠그면 내부 압력이 유지되도록 만들어졌으므로 필요 이상으로 세게 잠근다고 탄산이 더 오래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탄산이 빠지는 주된 원인은 뚜껑을 열 때 액체에 녹아 있던 탄산이 내부 압력이 낮아지면서 순간적으로 기체 상태로 빠져나가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뚜껑을 자주 여닫거나 병 내부에 빈 공간이 많거나 상온에 오래 놔두거나 하는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따라서 탄산 유지를 잘 해주려면 온도가 낮을 때 탄산이 액체에 잘 녹아있으므로 냉장 보관을 잘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페트병의 윗부분에 공간이 생기면 액체에 녹아있던 탄산이 기체로 빠져나와 공간을 채우려고 하므로 병을 살짝 눌러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들도 한계가 있으므로 페트병 음료를 마실 땐 가능한 빨리 마시고, 빨리 마시지 못한다면 캔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의학과 과학을 강의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의사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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