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실세에 반기? 박용진, ‘유승민의 길’ 걷나

박성의 기자 2022. 11. 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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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리스크’ 두고 친명계와 이견…‘대통령 퇴진’ 주장에도 선 긋기
‘비주류 대권주자’ 유승민과 비교되기도…멀어진 ‘당심 잡기’는 숙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변인이 당직자 개인비리에 과민하게 대응하는데 이견이 있다." (18일, 채널A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퇴진하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21일, SBS라디오에서)

"김용 부원장에 대해 당무정지 여부를 판단할 시기가 됐다." (22일, CBS라디오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 발언이 연일 '정치뉴스 1면'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사뭇 다른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박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당내 세력은 극히 미미하다. 이 대표를 옹호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당심'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친이재명계와 과감히 선을 그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런 박 의원의 모습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의 실세를 저격하는 소신 있는 행보로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원외로 밀려났다. 박 의원이 유 전 의원과 달리 '당심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朴, 이재명 엄호나선 '친명계'와 선 긋기

박 의원은 비명계이자, 소장파다. 지난 8월 전당대회부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우려해 왔다. 이 대표에게 패배한 이후로는 공개 활동을 삼갔다. 당의 내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최근 박 의원의 행보가 달라졌다. 언론 인터뷰를 늘려가며 정치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모습이다.

박 의원의 주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로 요약된다. 현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 친명계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박 의원은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내에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당을 보호하기 위한 지도부 차원의 결단이 있다. 이것의 결정체가 당헌 80조"라며 "지금 김용 부원장이 기소됐으니까 당헌 80조 적용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기소된 당직자들에 대한 당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재명 지키기'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민주당'이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의 요지다. 박 의원은 "(이 대표와 측근들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 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내 친명계가 '대장동 수사'를 정권 탄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선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강민정·김용민·민형배(무소속)·양이원영·유정주·황운하 의원과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 등 7명의 야당 의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 집회에 참석해 탄핵 주장에 동조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 지도부가 '개별 의원들의 정치적 판단이다'고 이야기한 것을 받아주면 된다. 당 차원에서 집회에 참석하자고 논의한 적도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칼을 뽑으면 끝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칼을 뽑을 때가 아니다"며 출범한지 6개월 된 정권을 향해 퇴진 요구를 하는 건 너무 성급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8월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트 이재명' vs '낙선 대상 1호'

다만 박 의원의 주장은 '당심'과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 민주당 당원들과 '개딸들'(이 대표의 팬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박 의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야할 총부리가 '집안'을 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22일 기준 이 대표 공식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박 의원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게시자들은 박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 다음 총선 낙선 1호', '민주당에서 가장 짜증나는 사람', '조응천과 더불어 징계 대상' 등 비난에 가까운 비판글을 적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정당이라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때론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때와 상황을 봐야한다. 상대가 총과 칼을 들고 덤비는 와중에 우리 편의 반성과 자중을 말하는 건 '동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 의원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한 의원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걸 막는 것은 폭압"이라며 "설득은 어디까지나 박 의원의 몫이다. 다만 적어도 (박 의원처럼) 행동하고 말하려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존경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을 '환골탈태'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 그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박용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 같은 경우 김해영 전 의원 등과 비교해선 비판의 '총량'을 잘 조절한다. 그런 면에서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현명한 노선을 걷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의원의 행보를 '유승민의 길'에 빗대기도 한다. 당내 실세인 친명계와 선을 긋고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박 의원이, 친박근혜‧친윤석열계와 결별한 채 '보수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유 전 의원과 닮았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두 의원 모두 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그 '다름' 덕에 유명해졌다. 현재 두 정치인 모두 여야 각 진영 내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유 전 의원의 경우 '배신자' 낙인 탓에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미끄러졌다. '민심'은 잡았으나 '당심'을 잡지 못한 탓이다. 박 의원은 과연 이 딜레마를 깰 수 있을까. 박 의원은 지난 7월5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과 당원들은 지금 민주당에게 변하라고 한다. 지난 5년간 실망을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말해왔던 사람이, 다른 모습과 내용으로 혁신의 깃발을 드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박용진은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왔다. 저는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고 악성 팬덤에 무릎 꿇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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