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

강홍구 기자 2024. 4. 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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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가 열렸다.

프로배구 남자부의 외국인 감독들은 '네임 밸류'도 남다르다.

프로배구 남자부에 외국인 감독 붐이 일어난 건 대한항공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9·이탈리아)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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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틸리카이넨-오기노 이어 블랑-리베라-파에스 3명 새로 합류
새 시즌 7개팀중 5곳 ‘외국인 사령탑’
“대한항공 4연속 우승 영향 영입 붐”
“韓人 지도자 입지 좁아져” 우려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가 열렸다. 남자부 7개 팀 중 5개 팀이 2024∼2025시즌 지휘봉을 외국인에게 맡긴다. 기존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37·핀란드),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54·일본)에 이어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64·프랑스), 미겔 리베라 KB손해보험 감독(40·스페인),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61·브라질)이 새로 합류했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로 범위를 넓혀도 외국인 감독이 리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배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서 한국 외 국적을 가진 사령탑은 여자프로농구의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42)과 남자프로농구 김효범 삼성 감독(41) 두 명뿐이다. 두 감독 모두 서울에서 태어난 캐나다 교포다. 한때 외국인 감독 바람이 불었던 프로야구는 현재 10개 구단 감독 모두 한국인으로 채워졌다. 프로축구는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57·루마니아)이 성적 부진으로 이달 초 사퇴하면서 역시 외국인 감독 숫자가 제로(0)가 됐다. 프로배구 여자부에도 외국인 사령탑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54·이탈리아)뿐이다.

프로배구 남자부의 외국인 감독들은 ‘네임 밸류’도 남다르다.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은 2001∼2012년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며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엔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카드 파에스 감독은 아시아 최강 이란 대표팀 현직 사령탑이고, 리베라 감독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 경력이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에 외국인 감독 붐이 일어난 건 대한항공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9·이탈리아)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산틸리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정상으로 이끌며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산틸리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틸리카이넨 감독은 통합우승 기록을 네 시즌 연속까지 늘렸다. V리그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오기노 감독도 2023∼2024시즌 부임과 함께 OK금융그룹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OK금융그룹의 챔프전 진출은 8년 만이었다. 반면 여자부는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두 번 연속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는데 성적이 시원치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을 찾는 구단이 많지 않다.

한국인 감독 후보군이 다양하지 못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남자부는 직전에 ‘40대 감독’ 선임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뉴페이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이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원점에서 평가해 새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제일 큰 이유는 ‘돈’이다. 외국인 감독은 연봉으로 3억∼4억 원 정도를 받는다. 전 세계에서 감독 연봉으로 이 정도 돈을 지급하는 배구 리그는 많지 않다. V리그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프로배구’를 표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에이전트는 “V리그는 원래 ‘닫혀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 외국인 감독을 뽑는 구단이 늘면서 지도자들의 관심도 치솟고 있다. 한 구단이 새 감독을 뽑기로 했다고 발표한 날에만 이력서가 20통 넘게 들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감독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감독은 자신을 도울 코치들까지 외국인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아 한국인 지도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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