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에 ‘후~’, 체취 ‘킁킁’…日 ‘만지지 않는 치한’ 급증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에 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여성 전용칸. /AFP 뉴스1

일본에서 ‘만지지 않는 치한’ 범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말 그대로 타인의 신체를 직접 만지지 않고도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일으키는 방식의 성희롱인데, 입증이 쉽지 않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여성의 목덜미에 숨을 불거나 머리카락의 냄새를 맡는 등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새로운 수법의 성희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범죄 행위는 여성을 대상으로 주로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리서치 업체 ‘서클업’이 지난 2월 대학생 약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35%가 ‘만지지 않는 치한’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는다거나 아이폰의 통신 기능 ‘에어드롭(AirDrop)’을 악용해 음란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보내는 사례 등이다.

매체는 실제 피해 사례도 소개했다. 20대 여성 회사원 A씨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지하철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데, 열차 내에서 이같은 일을 당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A씨 등 뒤로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고, 목덜미에 숨결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직접 몸을 만지지 않지만 몹시 기분이 불쾌하다”고 했다. 그는 철도경찰대에 이를 신고했지만, 경찰 측은 “착각한 게 아니냐”는 식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신체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몇달간 시달린 A씨는 결국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났고, 회사를 휴직하고 입원하게 됐다.

이러한 ‘만지지 않는 치한’ 범죄는 일본 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범죄 행위 입증이 어려워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률 전문가는 “개별 사례로 보면 ‘목덜미에 숨을 불어넣는 행위’는 유형력(有形力·물리력) 행사로 폭행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고, 음란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내는 ‘에어드롭 치한’은 음란물 배포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가해자를 특정하고 범죄 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 형사·민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일본 젊은 여성의 13.6%가 치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일본 내각부의 조사도 지난 7월 발표됐다. 치한 범죄가 가장 자주 발생한 장소는 지하철 관련 장소(약 70%)이었다. 피해 당시 대처에 대해선 응답자의 40% 이상이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 일이라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30% 이상은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 후에도 80% 이상은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과 역무원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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