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코스피 급등에 따른 대규모 강제 매도 부담에서 벗어나며 국내 증시의 급락 우려를 덜어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20.8%로 대폭 상향하고, 운용 허용 범위를 최대 3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대형주를 쏟아낼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며, 주가 하락을 방어할 강력한 안전판이 마련되었다.

국민연금이 기존 목표 비중을 고수했다면, 늘어난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최대 170조 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을 각각 7%와 8% 이상 보유한 시장의 최대 기관 투자자다.
이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면 국내 증시는 회복 불능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도체주 중심으로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이미 24.5%까지 치솟았다.
기존 최대 허용치인 19.9%를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기금위가 시장의 파장을 고려해 미리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한 것이다.
이는 과거 증시 활성화를 위해 자국 주식 비중을 대폭 높였던 일본 공적연금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 1800조 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보유 가능액을 약 370조 원에서 최대 540조 원까지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전략적·전술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10%포인트로 넓히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더욱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졌다.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한 국민연금은 당분간 안정적인 증시 수급을 이끄는 지지대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자산의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할 연기금이 오히려 국내 증시에 과도하게 쏠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그 손실을 고스란히 미래의 연금 수급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안정적인 수급을 보장하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야 할 연기금이 다시 증시 부양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비판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욱 정교한 운용 전략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