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만 철도 유지보수 독점..전문가들 "법 바꿔야" 한목소리
철도 안전 사고가 반복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독점적 지위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레일이 철도유지보수 업무를 전담하는 구조가 철도산업 변화에 적합하지 않다며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경현 변호사(법무법인 진운)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철도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토론회'에서 "철도산업의 환경변화에 맞춰 안전하고 유기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철도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코레일 외에 다양한 운영사가 철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현행법상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하도록 명시됐기 때문에 유연한 정책 추진에 제한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조응천 의원은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해당 법 제38조의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게 골자다. 이번 토론회는 개정 발의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철도시설 점검 등 유지보수 업무는 철도운영사가 시행해야 안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당시 유일한 운영사였던 코레일이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시행업무를 위탁받기로 하고, 이를 철산법에 명시했다. 이후로 코레일은 18년 넘게 고속열차(KTX) 등 열차 운영사이면서 동시에 철도기반시설 유지보수, 철도교통관제·운영까지 전부 맡는 독점적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열차 운영사는 코레일 외에도 에스알(SR)·공항철도(AREX)·신분당선(네오트랜스)·진접선(서울교통공사) 등으로 늘어났지만 유지보수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는 "코레일은 해당 노선에 대한 시설 투자·소유·운영도 하지 않는데 시설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며 "운영사가 다양해진 현재에도 법적 한계 때문에 코레일만 유일하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항철도 중 인천공항~제2터미널 연결선 구간의 경우 시설관리는 철도공단, 운영은 공항철도, 유지보수주체는 코레일, 유지보수 업무시행은 다시 공항철도가 위탁받는 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민자 구간인 신분당선도 비슷하다. 시설관리와 유지보수는 경기철도가, 운영과 유지보수 시행은 네오트랜스가 맡는다.
전문가들은 현행 체계를 개편해 유지보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광석 전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철도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안전확보를 위한 구조개혁, 시설 관리와 운영을 나누는 상하분리 원칙에 따른 기관별 역할 재조정이 요구된다"고 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철도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개정해 유지보수 분야에 대한 경쟁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경쟁체계가 이뤄지더라도 코레일의 운영실적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고, 반면 후발주자(시설관리자)의 경쟁력 확보기회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승엽 한국교통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GTX 사업을 포함 민자철도가 늘어날 것이므로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로 한정한 법 규정은 원칙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운영과 유지보수를 분리하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철도노조의 기습점거로 한차례 파행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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