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군함 해외 건조 금지한 NDAA 가결···주한미군 감축 견제 장치는 강화

미 연방 하원에서 해군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 구매에 쓰지 못하도록 한 국방수권법안(NDAA)이 통과됐다. 다만 미국의 조선 역량 및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처음 포함됐다. 최종안은 상·하원 조율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조정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미 하원에서 22일(현지시간) 찬성 216표, 반대 212표로 통과된 NDAA에는 “승인된 예산 중 어떤 자금도 전투함 건조 계약을 해외 조선소와 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 조항이 담겨 있다.
이 조항을 발의한 재러드 골든 의원(민주·메인)은 보도자료에서 “이 법안은 미국 조선업체들, 특히 배스 아이언 웍스 조선소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며 “이들은 이제 고용 안정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구축함을 계속 건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의 조선업 해외 이전 계획을 막아냄으로써 의회가 미국 산업과 일자리,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임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골든 의원의 지역구인 메인주 배스에 있는 배스 아이언 웍스 조선소는 1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소 중 하나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랜드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미 조선 협력 포럼에 참석한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도 “모든 것을 미국에서 건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 조선 역량에 비춰) 비현실적”이지만 “현지 노동조합의 반발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예산 사용 금지 대상이 ‘전투함’으로 명시돼 비전투함은 예외로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재 상원에서 별도로 논의하고 있는 NDAA에는 급유함 등 비전투함 일부를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NDAA 최종안은 상·하원을 각각 통과한 법안을 조율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상·하원에서 조정된 최종안은 하원과 상원을 다시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
특히 하원 NDAA에는 미국의 조선 역량 및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처음 포함됐다. 미 해군력 강화를 위한 미국 내 조선역량 확대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을 지목해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내용은 국방장관에게 당부하는 ‘의회의 인식’ 부분에 들어갔다. 의회의 인식은 법 조문과는 별개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 의회의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으로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적 권한을 활용해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 의회의 협조도 바라고 있다.
NDAA에는 주한미군 수를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할 수 없도록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NDAA는 물론 2026·2027회계연도에 적용되는 다른 법에 의해 배정된 어떤 예산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현행 NDAA는 NDAA 예산만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예산 제한 범위를 넓힘으로써 견제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한편 1조1500억 달러(약 1700조2700억 원)에 달하는 이번 NDAA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첨예하게 입장이 갈렸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이란 전쟁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반발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하원은 이날 공화당 주도로 이란전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예산을 담은 950억 달러(약 140조5000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패키지도 찬성 216명 대 반대 214명으로 가결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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